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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2월 25일 12시 17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2월 25일 14시 12분 KST

'웃프다'를 위한 변명

Gettyimage/이매진스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에서 '좋아요' 이외에 '슬퍼요', '화나요', '놀라워요' 등 다양한 리액션을 시작한다고 자신의 계정에서 포스팅을 했다. 그리고 포스팅한지 채 7시간이 못 된 이 글을 적는 시각 현재 조회수가 1,500만회를 넘기고 있다. 덧붙인 영상을 3초 이상 본 사람이 그 정도라는 뜻이니 실제로는 더 많은 사람이 이 글을 읽었을 것이다. 플랫폼을 독점한 자의 영향력과 파급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아무 때나 수천만, 수억에게 자신의 생각을 '인지'시키고 필요하면 '주입'시킬 수 있는 사람이, 그런 미디어가 과연 몇이나 될까. 비자발적 푸쉬 알림이나 채널을 돌리다가 보인 뉴스보다는 자발적으로 들어간 페이스북 뉴스피드에서의 글이 훨씬 몰입도가 높다.

아주 재미있다. 슬프지만 잘 망했다 싶지만 생각해보니 실직할 사람들이 딱하긴 하다. 웃기지만 슬프다. 이런 사람의 감정은 간단히 재단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무언가에 대한 감응을 다양하게 표현해 본 적이 있는 사람에게는 '좋아요' 버튼의 존재는 별 문제가 안 된다. 그러나, '백팔번뇌'의 다양한 감정을 그저 '좋아요'나 'ㅋㅋㅋㅋ'로만 표현하기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감정의 획일화'라 관점에서 재고할 만하다. 그 점에서, (물론 다음 번 업그레이드에서는 그런 방향으로 고만할 법하다 여겨지고 한편으론 고민 끝에 기각했던 안 일수도 있지만,) 복합감정 표현을 위한 누적 중복 선택을 도입해야 한다. 수학에서의 순열(permutation)과 조합(combination) 중 순열의 의미를 넣는 것이다. 그리하여, 감성적인 첫 느낌과 이성적인 두 번째 감정을 각 순차로 다르게 누적표현하게 해 주는 것이다. 다양한 감정 중 하나만 선택하여 그 데이터를 쌓는 것은 '빅데이터' 연구를 위한 자료가 되겠지만, 여러 감정의 기복까지도 담는 것은 '인공지능' 연구를 위한 더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감정 표현의 분석에 있어서는 이에 더하여 국가적 특성도 반영되어야 한다. 뜨거운 국물을 후루룩 마시면서 아 시원하다 하고 말하는 사람은, 서양의 기준에서는 미친 사람이지만 한국에서는 흔히 통용되는 표현이다. '웃(기지만 슬)프다'라는 표현을 하는 사람이 서양의 기준에서는 일관성이 결여된 사람일지 모르지만, 공감력이 강한 '정'과 '한'의 정서를 가진 한국인에게는 흔쾌히 납득가능한 표현이다. 구글이 알파고 등을 통하여 정밀파악하려는 인간의 논리추론보다는 페이스북이 파악하려는 인간의 감정기복이 훨씬 더 파괴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그래서 더 신경쓰인다.

출처 : https://www.facebook.com/sangsoon.kim/posts/11219315578585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