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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06일 05시 01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12월 07일 14시 12분 KST

경찰이 당사를 청소하는 '국가의 수준'

1.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지만, 흔히 '중국군'이라고 하는 인민해방군은 국군이 아니다.

인민해방군은 국가의 소속이 아니라 정당의 지휘를 받는 조직, 즉 중국공산당이라는 기관에 속한 무력조직이다. 중국의 정당이 공산당 하나뿐이니 정권의 지휘를 받는 군대이고, 따라서 국가의 군대처럼 여겨지지만 엄연히 다르다.

어떤 경우에 그 차이가 중요해지느냐 하면, 정당의 이익과 국민의 이익이 상충할 때다. 중국의 인민해방군은 정당의 편에 서야 한다. 좀 황당하지만, 공산주의의 이름을 걸고 자본주의를 하고, 하나의 정당만을 허용하는 중국이라는 나라가 가진 황당한 면이 그것뿐이겠는가.


2.

한국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금 미국에서는 노스다코타 주의 Standing Rock이라는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석유파이프 라인을 국가 주도로 설치하는 것에 반대하는 시위로 시끄럽다. 환경과 문화를 파괴하고, 대형 환경재난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파이프라인을 주민들의 동의 없이 설치를 강행하는 데 반대하는 시위다.

그런데 그 시위장소에 출동한 경찰이 주민들을 상대로 무력을 행사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미국 각지에서 참전용사(전직군인, veterans)들과 경찰들이 항의를 하며 노스다코타로 떠나는 일이 벌어졌다. 그들의 주장은 이거다.

"우리는 국민에게 봉사하는 것을 맹세한 조직이다. 파이프라인으로 돈을 버는 건 석유회사들뿐이다. 이 나라가 사적인 기업을 위해서 경찰이 국민을 상대로 무력을 행사하는 수준으로 전락했는가."

흑인을 상대로 총을 쉽게 쏜다고 비판을 받는 미국경찰도 자신들이 사조직을 위해 봉사하지 않는다는 것만은 분명하게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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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열린 새누리당 규탄집회에서 '달걀세례'를 맞은 새누리당사를 청소하는 경찰들. © 경찰인권센터 페이스북 페이지/연합뉴스


3.

새누리당사를 경찰이 청소해주는 사진은 우리나라의 수준이 어느 쪽에 가까운지를 잘 보여준다.

우리는 일당독재를 당당하게 내세우는 중국의 수준이고, 새누리당은 자신들이 독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적어도 경찰은 그렇게 생각하는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서울의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을 정당이라는 일개 조직의 경비원이나 청소원으로 취급할 수 있겠는가.

이건 공조직의 사유화다. 분명하게 책임을 따지고, 책임자를 해임시켜야 한다. 이 "깨진 창문" 하나를 사소한 일로 취급하고 그냥 넘기면 정당과 국민의 이익이 충돌할 때 국가의 합법적 무력조직이 국민이 아닌 정당의 편에 서게 된다. 우리는 그 모습을 익히 봐오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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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인권센터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3일 새누리당 규탄집회 직후 '달걀세례'를 맞은 새누리당사를 청소하기 위해 의경들을 동원한 사태를 규탄하고 있다. © 연합뉴스


4.

이 글을 쓰는 동안 속보가 하나 떴다.

문제의 노스다코타 파이프라인의 건설을 맡았던 미국 육군(미국에서는 이런 대형 국책사업은 Army Corps of Engineers라는 조직이 맡는 경우가 많다)이 그 파이프라인의 인디언 보호구역의 통과를 최종 불허한다는 발표를 한 것이다. 중국의 수준이 있고, (아무리 트럼프를 뽑았어도) 미국의 수준이 있다. 무력조직의 국유화는 이래서 중요하다.

당장 부패한 대통령을 끌어내리려는 마당에 경찰이 당사를 청소해준 사건은 작은 일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국민의 편으로 하나씩 찾아오는 것이 어쩌면 더 중요하다. 우리 삶의 구석구석에 독재의 일상이 그대로 남아 있는데 청와대의 입주자 하나 바뀐다고 뭐가 달라지겠는가?

국가조직을 동원해 일개 당사를 청소 하기로 결정하고 명령한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 해임시켜야 한다. 누구에게 봉사해야 하는지 아직도 모르는 경찰이 있다면 그렇게 해서라도 가르쳐야 한다, 그들이 또 다시 칼이 되어 국민을 향하기 전에.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