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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1월 12일 10시 48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1월 12일 14시 12분 KST

도시에서 '에코에코'하게 살기

이사하기 전에 공사하면서 보일러를 '외출'에 맞춰 놓았을 뿐인데 난방비가 12만 원이나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에너지효율등급 1등급인 보일러로 바꿨다. 단열페인트를 바르고 복층 유리 이중창으로 바꾸었다. 방풍용 투명 비닐과 에어캡으로 무장하고 두꺼운 커튼을 달았다. 그랬더니 한겨울인 12월에 난방을 춥지 않게 했는데도 가스값이 3~4만 원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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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주택 친환경 리모델링 《망원동 에코하우스》 펴낸 고금숙 씨

선물로 더덕장아찌 몇 뿌리 챙겨 간 도시락에 생고구마 스틱이 가득 담겨 돌아왔다. 어떤 집에 살기에 《망원동 에코 하우스》라는 책을 펴냈는지 궁금하여 구경하고 싶다고 연락했더니 고금숙 씨는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내게 덜컥 집에서 같이 점심을 먹잔다. 현미밥에 고사리나물을 비롯한 몇 가지 나물을 얹고 달걀프라이 하나 올린 뒤 초장에 쓱싹 비벼 먹었다. 거창하지 않아 내 선물이 부끄럽지 않았다. 소박하고 차진 밥상이었다.

글 김세진(살림이야기 편집부) \ 사진 이선임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있는 고금숙 씨의 집에서 부엌은 가장 도드라져 보이는 부분 중 하나다. 벽과 천장을 나무로 덧대어서 묘하게 아늑했다. 신발장을 짜고 남은 폐목재를 썼다. 버려진 나무로 가구를 만들어 파는 '문화로 놀이짱'에서 구입한 폐목재는 상태가 좋아 처음에 꺼리던 건축업자도 나중엔 만족했다. 베란다로 향하는 나무 문에는 한가운데 구멍을 내고 창을 달아 햇살이 들어오게 했다. 나무 벽에 붉은 LED 조명을 비추고 페트병으로 만든 비전력 스피커로 음악을 틀어 놓고 비전력 정수기로 내린 차를 마시니, 고금숙 씨의 말대로 "전기 대신 손으로 만들어 낸 낭만적 에너지"가 가득 퍼진다.

시민단체 활동가 서울 시내에 집 사다

고금숙 씨는 '여성환경연대'에서 10년간 일해 왔다. 2년 전까지만 해도 10인 미만 사업장에 근무하는 월평균 보수 130만 원 미만인 사람에게 정부가 연금 보험료 절반을 지원하는 '두루누리 사회보험' 혜택자였다. 그런 처지였지만 2013년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집 한 채를 샀다. 지은 지 19년 된 다세대주택으로 실면적 50㎡(15평), 1억 9천만 원이었다. 하우스메이트와 함께 돈을 모았고 요즘 말로 '부모론loan'을 받아, 부모님에게 모자라는 돈을 빌렸다. 19살 때 고향을 떠나 서울살이를 시작하면서 부모님께 전세값을 빌렸는데 매달 약속했던 이자와 원금을 꼬박꼬박 갚아나갔던 세월이 신용으로 자리 잡은 덕이다.

"환경단체에서 일하니 귀농하려고 일을 그만두는 사람이 많아요. 그런데 나는 몸이 약해 전업농을 못하겠고, 또 자유롭고 문화생활할 거리가 많은 도시가 좋아요. 그리고 정직하게 농사지은 것들을 소비하는 사람도 필요한데 도시에 남아 그것들로 밥상을 차리고, 재개발 반대 운동도 하고 도시에서 할 몫이 더 있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도시생활은 주거 때문에 늘 불안했다. 계약이 끝날 때마다 이사를 다녀야 했고 마지막에는 2년 새 4천500만 원이나 오른 전세값을 감당하기 버거웠다. 집을 사기로 마음먹고 고금숙 씨는 '집보다 동네'에 초점을 두었다. 집이야 얼마든 고칠 수 있지만 동네의 분위기는 혼자 바꿀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나이 든 토박이들이 살아 안정적이면서 젊은이들도 있어 활기찬 곳,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출판사 등이 있어 새로운 움직임이 일어나는 곳, 시장 중심으로 동네 상권이 살아있고 교통이 편리한 곳, 한강이 가까워 산책할 곳이 있는 망원동을 거점으로 삼았다. 또 그간의 경험으로 임차인들만 사는 빌라 등은 배관이나 지붕 등 공동 수리할 곳을 방치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반상회가 열리는 일정 규모 이상의 다세대 주택으로 가고 싶었다. 그렇게 그는 ㄷ자 건물에 마당을 공유하는 다세대주택의 4층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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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세면기에서 쓴 물이 양변기 수조로 들어가도록 했다. 간혹 수조에 물이 부족할 때는 직접 밸브를 열어 물을 채우도록 했다. 페트병으로 만든 비전력스피커는 예쁘기도 하고 효과도 좋다. 조리대에서 설거지한 물은 호스를 통해 뒷 베란다에 있는 플라스틱 통에 들어간다. 채소를 씻은 물 등을 텃밭에 뿌리거나 청소하면서 쓴다.

'겉보기'보다 내실 기한 인테리어

"그 돈을 들여서 뭘 했냐? 싱크대도 안 바꾸고." 1천500만 원을 들여 개조한 집에 들어선 고금숙 씨 어머니가 이렇게 잔소리했다. 하지만 고금숙 씨는 원칙이 있었다.

"보통 겉보기에 번지르르한 걸 중요하게 생각해요. 게다가 집주인의 개성이 드러나지 않고 유행하는 건축 자재를 이용하죠. 저는 단열과 절수에 신경을 썼어요. 우선 공사비용 상한선을 정해야 해요. 견적서를 받으면 정말 공사할 곳과 안 할 곳을 구분해야 하는데 나는 '어떤 게 기능과 상관있을까?'를 기준으로 생각했어요."

그는 먼저 태양광 발전을 알아보았지만 남향이 아니고 주변 10층 건물에 가려 효과가 별로 없으리라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아끼는 게 답이라고 판단했다.

《친환경 건설자재 정보》('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요청하거나 누리집 keiti.re.kr에서 내려받기 가능)라는 책을 사서 공부하고, 이런저런 재료로 해 달라고 건축업자에게 요청했지만 이런 친환경 자재를 낯설어 했다. 하던 대로 안전하고 익숙한 방법으로 시공하고 싶어 하기 마련이다. 단순히 '친환경 자재'로 해 달라고 맡기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아 고금숙 씨는 일일이 따라다니며 자재를 같이 알아보고 이해할 때까지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환경호르몬이 나오는 스티로폼 등 일반 단열재 대신 왕겨숯인 훈탄을 썼다. 꼭대기층이라 외벽은 물론 천장에도 단열을 했다. 이사하기 전에 공사하면서 보일러를 '외출'에 맞춰 놓았을 뿐인데 난방비가 12만 원이나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에너지효율등급 1등급인 보일러로 바꿨다. 단열페인트를 바르고 복층 유리 이중창으로 바꾸었다. 방풍용 투명 비닐과 에어캡으로 무장하고 두꺼운 커튼을 달았다. 그랬더니 한겨울인 12월에 난방을 춥지 않게 했는데도 가스값이 3~4만 원으로 떨어졌다.

무엇보다 중수도 공사에 신경을 썼다. 화장실 세면기에서 쓴 물을 양변기에서 한 번 더 쓰고, 부엌 개수대에서 사용한 물을 따로 받아 텃밭이나 청소용으로 한 번 더 쓴다. 양변기는 보통 쓰는 6ℓ짜리 대신 4.8ℓ짜리를 어렵사리 구해 설치했다. 물을 적게 쓰면서도 막히지 않도록 '토네이도' 기술을 적용해 가격이 일반 변기의 두 배 정도다. 《친환경 건설자재 정보》라는 책에는 2010년 2.5ℓ짜리 양변기가 출시되었다는데 시중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물사랑'이라는 변기는 세면대 물을 변기 물로 완벽하게 재사용할 수 있는 장치로 자동 세척 기능과 필터까지 장착되어 있고 세면대와 변기 모두 70만 원대로 저렴했는데, 대통령 표창을 받고 발명 특허도 땄지만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해 구할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비슷한 흉내를 냈다. 세면대 아래 달린 트랩을 하수도에서 떼어 내 변기 수조에 연결했다. 혹시 변기 수조 물이 부족하면 수동으로 밸브를 열어 물을 보충할 수 있게 했다. 화장실에는 손님을 위한 '사용법 안내문'이 붙어 있다. 부엌에도 중수도를 설치했다. 부엌과 다용도실 벽을 뚫어 싱크대 아래 하수도로 이어지는 트랩을 다용도실 큰 플라스틱 통으로 빼 물을 모은다. 지저분한 설거지를 할 때는 싱크대 트랩을 바닥에 놓아 다용도실 하수도로 물을 빠지게 하고 마지막 헹굼물 등은 통에 모아 텃밭에 뿌린다. 쓸 때마다 신경을 써야 해서 조금 번거롭지만 덕분에 치매에 걸리지 않겠다고 생각한다고.

물론 세면대와 개수대, 샤워기에 절수기를 설치했다. '워터팜'이라는 업체에서는 절수기도 설치하고 위생 및 누수 관리 서비스도 한다. 또 서비스 대가로 월 5천 원의 기부금을 내면 제3세계에 안전하고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활동을 후원할 수 있다. 어찌보면 좀 귀찮음직한 일들을 사부작사부작 해 가는 고금숙 씨지만 어려움도 있었다.

"음식물쓰레기는 하루에 한 번 길고양이에게 사료와 함께 밥으로 주고, 나머지는 집 뒤 화단에 묻어 퇴비로 만들어요. 그런데 이웃분이 음식물쓰레기 무단 투기한다고 오해하더라고요. 그래서 평소에 입지 않던 정장을 일부러 빼입고 반상회에 가고, 편지도 쓰고 했어요. 이제는 먼저 웃어 주셔요. 책을 통해 도시에서도 이렇게 살 수 있으니 같이하자고 말하고 싶었어요. 이렇게 함께 살아가는 거 재밌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