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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9월 09일 11시 32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9월 09일 14시 12분 KST

세계의 유기농 친구들 | 우리는 왜 유기농을 하는가

국제유기농운동연맹(아이폼)에서 지난 7월 12~19일 진행한 '유기농 리더십 코스'에 20개국의 유기농 종사자들이 참가해 각자의 일과 고민을 나누었다. 한국에서 참여한 한살림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한살림연합)의 문지영 씨가 마케도니아와 네덜란드에서 온 두 사람에게 유기농의 의미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 봤다. 세계 곳곳에서 유기농 운동이 물결치고 있다.

글·사진 | 문지영(한살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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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아이폼 유럽 사무실 앞에서 '유리농 리더십 코스' 참가자들과 함께 찍은 사진. 전 세계 20개국에서 모인 우리들은 국적도 경험도 각각 다르지만 유기농 운동을 향한 열정은 같았다.

유기농은 '더 나은 세계를 경작하기 위한 관점이자 관계'

1972년 프랑스 베르사유에서 열린 유기농업 국제의회에서 비롯한 아이폼(IFOAM; International Federation of Organic Agriculture Movement)은 국경을 넘어서 유기농 운동과 유기농 관련 과학 실험데이터를 공유해야 한다는 구상으로 시작됐다.

지금 아이폼은 유기농 원칙에 근거한 생태적·사회적·경제적으로 건강한 시스템을 전 세계에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유기농 운동의 전 세계적 통합 지원 ▲유기농업 생산 및 무역을 쉽게 하는 기준 마련 및 개선 ▲먹을거리 및 농업과 연계된 국제 정책 결정 자문 및 캠페인 진행 ▲유기농업 개발 프로젝트 운영 ▲유기농업 종사자들의 역량 개발을 위한 교육 등의 역할을 맡고 있다.

그중 유기농업 종사자 역량 강화 교육을 담당하는 아이폼아카데미에서는 2012년부터 유럽, 남아메리카, 아시아 등지에서 '유기농 리더십 코스'를 진행해 오고 있다. 나도 마침 기회가 닿아 지난 7월 네덜란드 드리베르헌에서 진행된 교육에 참여했다. 참가자는 총 20명으로 모두 국적이 달랐다.

다양한 나라의 참가자들이 서로 다른 유기농업 관련 환경과 시장조건을 공유하고, 그 속에서 어떤 일을 하며 또 어떤 고민을 하는지 나누는 것은 굉장한 경험이었다. 20개국의 유기농업 현황과 접근방식은 달랐지만 하나만은 같았다. 유기농은 단지 사고팔기 위해 소위 '프리미엄 인증'을 붙이는 게 아니라, '더 나은 세계를 경작하기 위한 가치를 품은 관점이자 관계'라는 것이다.

연수기간 동안 매일 벌어진 토론에서 유기농은 더 나은 세계와 지속가능성을 전제하고 다양한 의미를 띄었다. 그러한 논의들은 한국의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유기농업의 규모화, 산업화와 함께 유기농 시장 자체가 계속해서 커지는 이때에 유기농 운동의 지속가능성은 단순히 시장점유율 및 사업성장률이라는 숫자만으로 가늠하기 어렵다.

한편, 유기농이 양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제도화되면서, 이러한 유기농 제도화가 본질은 잊고 시장논리로 유기농을 다룬다는 비판을 샀지만 시장 확대를 통한 유기농의 대중화가 나쁘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더 많은 사람이 유기농을 접할 수 있다면 그 역시 좋은 것 아닌가? 이것은 양자택일할 문제는 아니다. 유기농 운동을 통해 무엇을 성취하고 싶은지 스스로 확인하고, 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과 효과적인 것을 고민하는 게 중요할 뿐이다.

우리 스무 명의 연수 참가자들은 유기농에 대한 저마다의 애정과 확신, 경험을 바탕으로 연수기간 내내 진지한 자세로 수업에 임했다. 나는 이때의 대화와 논의를 통해 감동을 받았다. 그중 네덜란드 출신 르네와 마케도니아에서 온 빌랴나의 이야기에 유기농 운동이 '왜' 시작되었는지를 상기했다.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는 이들의 '유기농적인' 삶과 생각을 조금이나마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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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인증이 아니라 농사와 먹을거리의 진정한 의미" | 네덜란드의 르네 회스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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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유기농 민간라벨 교부기관 '이코재단(Stichting EKO-keurmerk)'의 르네 회스헌

문지영(문) 르네, 하고 있는 일을 소개해 달라.

르네 회스헌(르) 나는 유기농 물품과 기업을 위한 네덜란드 민간라벨인 이코라벨을 보유하고 있는 이코재단에서 라벨 관리와 유기농업 이해관계자들을 연결하는 프로그램 개발을 맡고 있다. 관심분야는 품질 관리 및 개선으로, 이코라벨은 기본적으로 유럽연합(EU) 규정에 따른 유기농 기준을 준수하지만 그 이상의 가치를 개발하려고 한다. 우리 단체는 네트워크 조직으로, 홍보부 중 한 명은 바이오넥스트(Bionext, 네덜란드 유기농 관련 단체와 이해관계자들의 전국 통합기구)에서도 일하고 다른 한 사람은 스칼(Skal, 네덜란드 국가공인 유기농 인증기관)에서도 일한다.

어떤 계기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나?

네덜란드 유기농 시장에서 이코라벨은 이미 30년 동안 상용돼 왔다. 지금은 EU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라벨이 통용되고 있다. 그래서 기존의 이코라벨 인증기관이던 스칼에서 이코라벨에 대한 권리를 유기농업계에 이양했고, 그에 따라 2012년 이코재단이 만들어졌다. 나는 꽤 오랜 기간 유기농식품 소매업체의 품질관리 담당자였고, 그 후에는 환경보호 관련 기준을 세우는 일을 하다가 이코재단이 설립될 때 여기로 왔다. 지금 하는 일은 내가 그동안 해 왔고, 또 좋아하는 일의 결합인 셈이다.

유기농 관련 일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유기농은 '농사와 먹을거리의 진정한 의미'이며, 사람의 진정함과 관련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유기농 분야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정한 먹을거리에 대한 열정이 크고 자신이 이야기하는 바를 실제로 행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 덕분에는 나는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나 스스로를 바꿔 나가게 했다. 유기농 운동은 내가 믿는 가치와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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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급하는 식료품의 90% 이상이 유기농인 상점에 이코라벨을 준다(사진출처: www.eko-keurmerk.nl).

이코재단에서 일하면서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가?

이코재단은 유기농을 단순한 인증 이상의 의미로 생각하며 더 큰 발전을 계획하고 있다. 또 유기농 분야의 이해관계자들을 진정으로 연결하고자 한다. 농부들의 이야기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거다. 또 이코라벨을 받은 개인농과 개인회사들로 구성된 사회개발, 토양, 생물다양성 등에 대한 여덟 가지 개발팀이 있는데 이들이 각각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칠지 벌써부터 흥미롭고 궁금하다. 이외에 식당과 상점에 대한 라벨 관리를 맡고 있다.

식당과 상점에 대한 라벨 관리라니, 좀 더 설명해 달라.

해당 식당이나 상점이 유기농 기준에 얼마나 가까운지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식당의 경우 취급하는 식재료의 15%가 유기농이면 동, 50%면 은, 80%면 금 라벨을 준다. 물론 모든 식재료를 100% 유기농으로 취급하는 곳도 있는데 그때는 금+100을 준다. 현재까지 총 35개 식당이 라벨을 받았고, 올해 말에는 100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상점의 경우 취급하는 식료품의 90% 이상이 유기농이면 이코라벨을 준다. 이코라벨을 받은 상점은 현재 약 90개가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생산자와 소비자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여 준다는 점에서 한살림이 유럽 국가들에 좋은 사례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살림에 우리와도 관계를 맺으면 어떠냐 고 묻고 싶다. 우리에게 한살림의 경험을 알려 주고 한국에서 하고 있는 일들의 씨앗을 심어 준다면, 그 씨앗이 유럽에서도 자라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나무처럼.

* 이코재단은 EU의 유기농 규정을 준수하는 물품에 한해 이코라벨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왔으나 최근에는 그 이상을 도모하고 있다. 자체 유기농 기준에 부합하는 식당과 상점에서도 이코라벨을 사용할 수 있다.

이코재단 누리집 www.eko-keurmerk.n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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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으로 자연을 해치지 않고 서로를 연결해요" | 마케도니아의 빌랴나 필리옵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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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도니아 소비자협동조합 '좋은대지협동조합(Good Earth Food Coop)'의 빌랴나 필리옵스카

문지영(문) 빌랴나, 현재 하고 있는 일이 궁금하다.

빌랴나 필리옵스카(빌) 나는 마케도니아 최초의 유기농식품 소비자협동조합인 좋은대지협동조합에서 일하고 있다. 일한 지는 2년 반 정도 됐지만 공식 인가를 받은 지는 두 달 남짓 지났다. 우리는 믿을 수 있는 음식을 공급하는 것을 주요 활동으로 삼고 있는데, 유기농 인증 여부와 상관없이 믿고 살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물론 인증이 없더라도 당연히 유기농 방식으로 생산돼야 한다. 마케도니아의 수도인 스코페에 첫 번째 매장을 냈고, 중심가에 있는 바자르(지붕이 덮인 시장)에 간이 매장인 2호점을 낼 생각을 하고 있다. 이곳이 우리 매장을 방문하는 사람들 간의 소통을 돕는 창구가 되리라 기대한다.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끼리 더 큰 네트워크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비슷한 생각'이란 무엇인가?

'대자연에 최소한의 영향을 끼치며 사는 삶의 방식에 대한 동의'이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이를 지향하며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생명에 대한 관점을 사업으로 현실화하고 협동조합을 창립할 때 유기농을 택한 이유가 있나?

내가 갖고 있던 생각과 전 세계 유기농 시장의 발전 경향이 맞물리면서 유기농산물을 취급하는 일을 하게 됐다. 이 일이 아니었다면 퍼머컬처(생태농업의 한 갈래로 자연에너지와 유기체의 상호작용을 통해 농작물과 가축 등을 생장하게 하자는 농업이자 운동)나 다른 걸 했을 수도 있다. 시장의 수요에 대응하려고 유기농산물을 취급하는 게 아니다. 나에게 유기농이란 '해치지 않는다.'는 의미이며, 그 자체로 존재하며 서로를 연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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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대지협동조합의 매장에 진열되어 있는 유기농산물들(사진출처: www.mladiinfo.eu)

유기농산물을 취급하는 사업모델로 협동조합을 택한 이유가 있나?

무엇을 먹는다는 건 그 안의 에너지를 받는 것이기 때문에 먹을거리에 에너지를 불어넣는 사람이 누군지 알고 싶었다. 과연 믿고 먹을 수 있는 건지, 먹을거리가 만들어지는 농장은 어디에 있고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 농부의 지식은 어느 정도이며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게 있는지 모두 알고 싶었다. 그러려면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소통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고, 이를 위해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제삼자를 끼워 넣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협동조합이 가능한 수단이었다.

앞으로 사업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싶나?

마케도니아 전역에 최소 5개 매장을 내고 싶다. 물론 모두 다 재정적으로 자립하면 좋겠다. 또 안정되고 단단한 소비자 기반을 마련하고 싶다. 유기농 인증과 미인증의 차이에 대해 공부하거나 먹을거리 생산 및 먹을거리가 우리 몸에 끼치는 영향 등에 관심 있는 소비자들 말이다. 공급자 쪽에도 조직적인 기반이 있어서 생산자와 공급자가 같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거다. 최종적으로는 연구소 등을 만들어서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먹을거리 생산에 대한 노하우와 전문 기술을 축적해 모두와 나누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살림을 알게 돼 굉장히 기쁘다. 나한테 큰 용기를 준다. 지금까지 내가 한 일은 마케도니아에 선례가 없었고 구조도 잘 안 잡혀 오류도 많고 목표도 명확하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하고자 하는 일과 추구하는 가치를 공유하는데다가 역사가 앞서 있는 단체를 알게 돼서, 참고할 만한 사례가 되어 준다.

* 좋은대지협동조합의 조합원 90세대 중 8세대는 공동경영자로서 연회비 60유로(약 8만 3천 원)를, 나머지 일반조합원은 연회비 30유로(약 4만 1천 원)를 내 조직을 꾸리고 있다. 조합원은 비조합원보다 10~30% 저렴하게 물품을 구매할 수 있고 제철 꾸러미도 이용 가능하다.

좋은대지협동조합 누리집 www.dobrazemj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