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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8월 21일 10시 53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8월 21일 14시 12분 KST

"원치 않는 식품을 수입하지 않을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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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 일본산 수산물을 수입규제하는 한국을 세계무역기구에 제소

지난 7월 21일 일본 정부가 일본산 수산물을 수입규제하고 있는 한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후쿠시마 앞바다의 방사능 오염수 유출 문제가 해결되었고, 후쿠시마 인근에서 생산된 수산물과 농작물 등의 방사능 수치가 자국의 기준치 이하이므로 '한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이다. 과연 그러한지, 조목조목 살펴보자.


글 김혜정

32개국에서 일본산 식품 수입규제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에 따른 방사능 오염수 유출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시민들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요구가 거세지자, 2013년 9월 6일 한국 정부는 후쿠시마 주변 8개 현 수산물의 수입정지 조치를 내린 바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일본산 식품을 수입규제하는 나라는 32개국에 이른다. 중국은 후쿠시마 인근 10개 현의 모든 식품과 사료 수입금지, 러시아는 8개 현의 수산물과 수산가공품 수입금지, 대만은 5개 현의 모든 식품 수입금지와 더불어 일본산 가공식품은 샘플조사하고 나머지는 전수조사하고 있다.

특히 올해 4월 대만 정부는 후쿠시마 핵발전소와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생산된 수산물도 방사능 기준치를 초과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일본 정부에 일본산 식품 모두에 대한 산지증명서와 8개 특정 지역에서 생산된 수산물, 찻잎 등 7종 식품에 대한 방사능검사증명서를 첨부할 것을 요구했다. 일본 정부가 이에 응하지 않자 5월 15일 "원치 않는 식품을 수입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며 모든 일본산 식품의 수입을 전면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해 WTO에 제소하겠다며 대응하다가 대만 정부가 강력하게 나가자 결국 대만의 요구대로 증명서를 발부하기로 했다.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수산물 수입해제가 필요"하다는 한국 정부

대만 정부의 요구에는 순순히 따르던 일본 정부가 대만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보다 훨씬 느슨한 규제를 하고 있는 한국만 유독 WTO에 제소했다. 이는 한국 정부가 수입정지 조치를 내린 지 1년이 되자마자 수입해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15일 정부는 "수입중단 특별조치는 WTO 협정에 따라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한 경우 잠정적으로 수입국이 조치를 취할 수 있으나 합리적인 기간 내에 과학적 타당성을 검토"해야 한다며 수입정지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때 한국 정부에서 내놓은 근거 자료는 수출국인 일본 정부 입장에서 수입해제 필요성을 강조한 내용으로, 수입국인 우리가 "수산물 방사능 오염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국민을 압박했다.

한발 더 나아가 올해 1월 외교부는 "한일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아 경색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수산물 수입해제가 필요하다."며 수입해제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처럼 한국 정부가 일본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는커녕 수입정지를 해제하려는 방향으로 가다 보니 결과적으로 일본 정부에 가장 만만한 대상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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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요구에 따라 2013년 한국 정부는 후쿠시마 주변 8개 현 수산물에 대해 수입정지 조치를 내렸다(그림 출처: 일본산 수입 수산물 방사능 안전관리 Q&A).


후쿠시마 앞바다 방사능 오염수 문제는 현재 진행 중

일본 정부에서 한국을 WTO에 제소하며 내세운 주장은 "수산물 수입금지가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일본이 말하는 과학적 근거는 자국의 기준치인 '100Bq/㎏(1Bq=1초 동안 원자핵 1개가 붕괴하는 방사능) 이하의 식품은 안전하다'는 것에 기초하고 있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인 2012년 4월 1일부터 신검사법을 도입하여 방사능물질 검사를 세슘 한 가지만 하고 요오드와 스트론튬 등 다른 물질은 하지 않고 있다. 또한 방사능측정기의 측정하한치를 50Bq/㎏로 정해 기준치 초과 여부만 검사하는 등으로 100Bq/㎏ 이하인 식품의 유통을 장려하고 있다.

후쿠시마 앞바다의 방사능 오염수 유출 상황을 보면 일본 정부의 주장이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걸 금세 파악할 수 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는 지금도 하루 300t 이상의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나오고 있다. 도쿄전력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6월 1일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방사성물질인 스트론튬 90이 150Bq/㎥ 검출되었다. 7월 15일에는 후쿠시마 제1원전의 지하수 끌어 올리는 곳에서 삼중수소가 사상최고치인 2천 Bq 검출되는 등 방사능 오염수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사고 직후보다 방사능 수치가 내려갔다며 2013년 9월부터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조업을 재개했다. 앞서 2012년 6월부터는 후쿠시마 주변 해역의 100Bq 이하 어종을 대상으로 시험 조업과 판매를 해 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 4월 한 달간 후쿠시마 주민이 방사능 측정기관에 검사 의뢰한 식품 2천60건 중 무려 798건에서 기준치 100Bq/㎏을 초과한 세슘이 검출되었다. 후쿠시마현 인근 간토 지역 15개 도시의 어린이 소변조사 결과 70%에게 세슘이 검출되었고, 미야기현 어린이 소변검사에서는 전원에게 세슘이 검출되었다. 후쿠시마현의 아이들 갑상선암 발생률은 사고 이전 100만 명당 1~2명이었는데 지금은 100만 명당 268명으로 나타난다. <요미우리신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인 10명 중 8명이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으로 건강이 우려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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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32개국에서 수입규제를 하고 있지만 어느 나라도 WTO에 제소된 적이 없는 만큼, 일본 정부가 한국을 WTO에 제소한 데 대해 다시금 시민들의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


일본산 수산물 수입규제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조치

한국의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표한 정책보고서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잠정적 수입금지 조치의 쟁점과 정책과제>에서는 'WTO 협정문에 따르면 방사능 오염의 위해가 없다는 것은 사고국인 일본이 입증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방사성물질의 영향은 일반오염물질과 다르며, 방사능 오염 식품에 관한 조치가 WTO 체제 내에서 분쟁대상이 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32개 국가에서 수입 규제 조치를 하고 있지만 어느 나라도 WTO에 제소된 적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보고서는 WTO 제소 후 최종 판정까지 보통 2~3년 소요되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수입을 규제하고 있는 주변국들과 함께 우리의 조치가 정당하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를 볼 때 시민사회의 감시와 촉구 활동이 필수적이다. 한국 정부가 지난해부터 수입중지 조치 재검토를 추진하다가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시민단체와 국민의 반대여론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2013년 수입금지 조치도 결국 시민 요구에 따라 시행된 것으로, 그 결과 현재 미량이라도 방사능이 검출된 일본산 식품은 국내에 유통할 수 없다. 일본산 수산물 수입규제 조치 이전에 방사능에 오염된 수산물 146건과 가공식품 3천 t 이상이 유통되었던 점을 상기할 때, 수입규제가 풀리면 100Bq/㎏ 이하인 모든 일본산 식품이 합법적으로 식탁에 올라오게 된다.

방사능 오염수 문제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규제는 자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조치이다. 시민사회는 일본의 방사능 오염 식품에 대한 모니터링을 비롯하여 유통 중인 식품에 대한 조사, 식품을 통한 방사능 오염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교육 및 홍보를 통해 시민 참여를 이끌어 내야 한다. 일본산 식품을 수입규제하고 있는 나라의 시민단체 및 전문가들과 연대하여 국제적 차원의 대응 방안도 준비해야 한다. 시민들이 2013년 일본산 수산물 수입정지 조치를 이끌어낸 것처럼, 일본 정부의 WTO 제소에 대한 대응에도 시민들의 힘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 김혜정 님은 현재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운영위원장입니다. 1988년 경북 울진에서 탈핵운동을 시작하면서 환경운동에 발을 들여놓은 후 2005년 환경운동연합 첫 여성 사무총장으로 선출되었고, 환경운동연합 원전특위위원장과 원자력안전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하며 생활 속 방사능 감시와 원자력 안전 규제 활동에 주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