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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3월 08일 14시 14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5월 08일 14시 12분 KST

오래된 책 혹은 괴상한 책

'다름'이라는 다양성을 존중하자고 울부짖는 동시에 악동으로서의 인물을 사냥하는 시절, 착한 상식과 보편적인 가치를 최우선으로 내세우고 '우리 마땅히 이렇게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로 요약할 수 있는 쉬운 경구가 SNS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시절일수록, 찰스 아담스의 뾰족한 그림들이 소중해진다.

Charles Addams

-찰스 아담스 선집

찰스 아담스(1912-1988)는 영화 <아담스 패밀리>(1991)의 원작자로 알려져 있는 미국의 만화가다. 갑작스런 심장병으로 죽기 전까지 그는 열 권의 선집과 각종 잡지, 신문에 수록한 만화를 통해 1,300여 편에 달하는 작품을 발표했다. 그의 작업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추려 모아 <아담스 패밀리>라는 TV 시트콤이 두 시즌 65편으로 제작되기도 했고 그 오프닝 장면은 이렇다.

시트콤 <아담스 패밀리> 1964년도 오프닝

찰스 아담스의 블랙 코미디가 주는 묘미는 그림 속에 표현된 상황을 쉽게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생긴다. 그의 인물들은 주로 어둡고 기괴한 괴물 혹은 악당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상황 속 그들은 (그들에게 있어) 극히 자연스러운 행동을 한다. 찰스 아담스의 그림에서 블랙 코미디의 주된 요소, 냉소와 아이러니를 찾는다면 뻔한 예절과 착한 가치가 눈과 뇌를 휘감고 있기 때문 아닐까. '다름'이라는 다양성을 존중하자고 울부짖는 동시에 악동으로서의 인물을 사냥하는 시절, 착한 상식과 보편적인 가치를 최우선으로 내세우고 '우리 마땅히 이렇게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로 요약할 수 있는 쉬운 경구가 SNS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시절일수록, 찰스 아담스의 뾰족한 그림들이 소중해진다. 그의 만화는 1942년부터 81년까지 열 권의 선집으로 발간되었는데 아직까지 국내에 번역본으로 소개된 적이 없다. 가을경에 <아담스 패밀리> 라이선스 뮤지컬 초연도 예정에 있다고 하니, 어두컴컴해서 귀여운 그의 세계가 우리 모두를 혼란스럽게 하기 좋은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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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난 모르겠다. 뿔이 두 개에 눈이 하나에 기어다니는 게 뭐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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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 있어, 자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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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금요일에는 안되겠는데. 너무 바빠. 13일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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