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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20일 10시 39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1월 20일 14시 12분 KST

시위는 관광객에게 위협을 주는가

파리테러와 서울시위

며칠 전, 파리에서 발생한 테러는 적잖은 충격을 준 사건이다.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었고, 사람들은 슬픔 속에 추모 물결을 이어가고 있다. 페이스북 등에서는 프로필 사진을 프랑스 국기와 합성하여 프랑스에서 발생한 테러를 추모하는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추모 분위기에 프랑스는 시리아를 공습하며 평화 추모 분위기는 다시금 전쟁의 분위기로 변모되는 안타까움을 보이고 있다.

파리 테러가 너무나 큰 충격적인 사건임은 분명하나, 내게는 우리나라에서 들리는 소식이 더 충격이고 안타까움을 주는 요즘이다. 주말 서울에서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으며,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게 되었다. 집회에 참여한 농민 백남기 선생님은 물대포를 그대로 얼굴에 맞고 쓰러지면서 현재 매우 위중한 상태로 알려져 있다.

보수 언론들은 이미 이번 시위를 폭력 시위로 규정하고 글을 써내려가고 있다. 정부 여당은 시위 참가자를 폭도로 규정하는가 하면, 경찰의 행위를 정당방위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심지어, 미국 같았으면 총으로 쏴 죽였다는 이야기까지 서슴지 않고 하는 모습을 보인다.

시위는 관광객들에게 위협을 주는가?

오늘 이야기는 조금 민감한 이야기이다. 시위와 여행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마 모든 사람이 동의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여행과 관광을 전공하고 공부하는 입장에서, 언제나 이러한 레퍼토리로 헌법으로 규정된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참을 수 없기에 한 번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이번 시위에 대해 언론에서 눈여겨볼 기사가 하나 눈에 띄었다. 매일경제의 기사 제목은 <시위대, 경찰버스 밧줄로 전복시도... 외국인 관광객 "공포">였다.

이 기사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관광을 위해 서울 도심을 방문한 일부 외국인들은 광화문광장에 갇혀 공포감을 호소했다. 여자친구와 한국을 여행 중인 미국인 제이 멜튼 씨(24)는 "파손된 경찰버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미국도 집회와 시위가 많은 편이지만 시위대가 경찰버스를 파괴하는데 경찰이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관광객들 입장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다. 무섭게 느껴질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좀 솔직해지자. 정말 시위를 무섭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시위 자체가 문제인가? 약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창구는 전혀 없어서 불만을 크게 만들어 놓고, 길거리에 나왔을 때는 불법이라고 탄압하는 것이 문제인가? 애초부터 시위를 보다 평화적으로 할 수 있게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고, 그 시위 참가자의 말을 귀 기울일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외국인의 눈에서 정작 무서운 것은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시위대가 아니다. 그들을 가로막는 경찰들의 차벽과 무장한 경찰들의 모습이다. 경찰은 방패만 들고 방어만 할 뿐이라고? 살수차는 그야말로 살인 병기이며, 최루액은 총칼이 아닐 뿐, 사람에게 들이대는 위협도구이다. 방패 역시 얼굴로 날아드는 순간 공포를 느끼게 한다.

여행에서 만난 시위의 모습

시위는 말 그대로 우리의 요구를 알리는 일인데, 그것을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게, 그리고 그 요구를 전달하지 못하게 차벽을 둘러싼다면 그건 시위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이번에만 그런 것이 아니라, 세월호 유가족들의 집회에서도 언제나 경찰들은 아무도 보지 못하게, 아무도 듣지 못하게 둘러싼다. 그리고, 그 요구를 전달하려 하면, 정당방위라는 이름으로 시위대를 진압한다. 이건 평화시위를 먼저 하라는 요구를 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아니다.

내가 여행지에서 본 시위의 모습은 여러 곳이 있었으나, 대부분 평화적이었다. 그런데, 이 평화적인 시위의 모습은 우리 시위문화를 비판하고자 함이 아니다. 시위문화도 바뀌어야 하겠으나, 일단 평화적인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그들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평화로운 모습을 요구하는 것은 정말이지 미안한 일이다.

얼마 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대표 축제인 라 메르세 축제가 개최된 자우마 광장에서의 일이었다. 스페인 라 메르세 축제가 개최되는 날, 오프닝 세리머니가 펼쳐지기 불과 몇 시간 전이었다. 갑자기 자우마 광장이 시끌시끌해졌다. 바르셀로나의 관광객들로 인한 교통비 상승, 각종 혼잡도 증가, 원지역민 이주 등 지역민들의 문제에 대해 시위를 한 것이다. 소수의 사람들이 시위를 하기 때문에 애교로 봐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바르셀로나 최대의 축제는 이 시위로 인해 개최시간을 훌쩍 넘겨버렸다. 그렇지만 경찰들은 그 누구도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지역민과 관광객에게 충분히 알리고 자진 해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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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2013년 시위도 초기에 보았을 때는 상당히 평화적인 시위였다. 탁심광장에서 시위대는 경찰이 보고 있음에도 그들의 요구사항을 당당히 외쳤고, 경찰 역시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들이 점점 시위를 강하게 진압하고, 최루탄을 사용하면서 시위가 과격해지는 양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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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입장에서 시위는 그들의 의견을 잘 듣고 이해할 수 있는 자리였다. 관광객을 위해 시위는 없어져야 한다는 말은 여행이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기 위함임을 아는 사람이라면 절대 동의할 수 없는 말이다. 여행은 그곳을 이해할 수 있어야 진정한 여행이 되며, 시위도 그러한 연장선 상에 있다.

시위와 테러가 관광에 미치는 영향

여전히 주관적인 필자의 글이라며, 냉소적으로 이 의견을 본다면, 객관성을 주장하는 이들이 좋아하는 통계 수치로 표현해보고자 한다.

먼저 태국을 살펴보자. 2013년부터 반정부시위가 계속되었다. 얼핏 아래 그래프를 보면 2014년에 관광객이 감소하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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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간 태국의 관광객 추세 그래프)

하지만 추세는 보다 긴 시간을 보아야 한다. 2013년 11월부터 시위가 본격화되었으나, 보는 바와 같이 2013년 이후에도 큰 추세에서는 계속 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도 잘 안보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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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간 태국의 관광객 추세 그래프)

더 친절하게 10년 추세 그래프를 살펴보도록 하자. 2013년 이후와 이전의 그래프를 비교해보자. 시위와 상관없이 관광객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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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태국의 관광객 추세 그래프)

하지만, 시위와 테러는 다르다. 지난 8월 방콕에서의 폭탄 테러가 있고난 뒤에는 어떠할까? 관광객은 매우 급감하는 모습을 보인다. 테러는 그 자체로 관광객에게 위협을 가하지만, 반정부 시위는 그렇게 볼 수 없다는 것을 반증해준다. 다음의 그래프 중 2015년 9월의 경우는 테러 이후의 급감한 태국 관광객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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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향후 추세 그래프 중 9월 관광객 급감 모습을 참고)

터키는 어떠할까? 2013년 터키 역시 반정부 시위가 본격화되었다. 그런데 이 추세 그래프를 보면, 다른 해에 비해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성수기와 비수기, 계절성의 차이가 오히려 극명할 뿐이다. 아니, 2013년에 비해 2014년 이후는 점차 관광객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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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간 터키의 관광객 추세 그래프)

한국은 어떠할까?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는 그야말로 대규모 시위였다. 그것도 며칠간이나 지속된 이 시기에 관광객은 얼마나 무서웠고, 앞으로 한국은 찾지 말아야 할 곳으로 인식되었을까?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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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한국의 관광객 추세 그래프)

보이는지? 관광객은 2008년 이후 계속 증가한다. 특별히 2008년도에 확 떨어지지도 않는다. (2008 숫자 부분의 감소는 계절성 감소치로 보면 된다)

오히려 언제 가장 많은 급감 형태를 보이는가? 바로 올해 6월 정부가 대책 마련에 실패한 메르스 사태 때이다. 사상 최악의 관광객 감소는 시위가 아닌, 정부의 무능 탓에서 비롯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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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간 한국의 관광객 추세 그래프)

관광객을 위해서라면 시위를 허하라

관광객을 진정으로 위한다면 시위를 막지 말길 바란다. 오히려 시위를 자유롭게 허하고, 그들의 의견을 듣도록 해주길 바란다. 그게 부끄럽다면 관광객에게 알리기 전에, 먼저 정부가 반대되는 입장을 가진 자들의 의견을 경청할 자세를 가져야 한다. 창구를 먼저 열어주어야 한다.

내가 진정한 여행자이고 관광객이라면, 내가 내 돈 주고 간 그 여행지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그리고 그들과 공감을 나누고 싶다.

시위는 테러가 아니다. 테러는 관광객들이 피해야 할 위험한 일이지만, 시위는 관광객들이 그 나라를 이해할 수 있는 요건이 된다. 집회와 시위를 마치 테러와 같이 생각하고 다루는 공권력이 되지 않길 기원해본다. 물론, 기원한다고 들어줄 현 정부는 아니겠지만.

* 이 글은 브런치에 쓴 <여행?희망! _ 시위는 관광객에게 위협을 주는가?>를 재구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