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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5월 01일 12시 48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7월 01일 14시 12분 KST

'안심하고' 여행할 권리

2014-05-01-201404302011110100.18.321.jpg 여행 자체를 떠날 때, 이렇게 목숨을 걸고 갔다 와야 하는 것은 좀 문제가 있지 않겠는가? 내가 여행을 갈 때에는 이동수단이 불법 개조물인지, 노후화되어 있는지를 하나 하나 모두 체크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 직원들의 경력이 어떠한지, 직원들의 처우가 어떠한지를 따져볼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국가는 여행을 갈 때, 안심하고 여행을 다닐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그게 사전 조치이든, 사후 대응이든, 여행을 안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국가의 의무이다.

여행은 언제나 즐겁고 설레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은 가끔 위험을 수반하기도 한다.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가다보니 그만큼 정보도 없고 치안 상태를 잘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을 오고 가는 도중에도 위험은 발생한다. 얼마 전 발생한 이집트 시나위반도의 폭탄 테러, 미국에서의 아시아나 항공기 착륙 사고 등도 여행 이동 중에 발생한 문제이다. 그리고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 역시 여행 이동 중에 발생한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몇 해 전, 크루즈를 탔을 때이다. 크루즈는 승선하고 얼마 있으면 벨이 몇 번 울리고 가장 큰 실내 장소인 극장으로 모두 모이라고 한다. 그리고 극장에 가는 도중에는 유도등이 켜지고, 많은 선원들이 자신이 서있어야 할 곳에 서서 극장으로 유도한다. 극장에는 객실 번호를 다시 분류하여 여러 구역으로 나누어져 승객들을 안전하게 대기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나서는 극장 스크린에는 비상시 대처방법과 구명조끼를 입는 방법에 대해 5~6개의 언어로 설명이 나오게 된다. 실제 비상상황이 오면 이렇게 대처하기를 바란다는 이야기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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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들은 이렇게 비상시 대처방법을 몸소 체험한다.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이 훈련이 실제로 위험상황에 닥쳤을 때는 우왕좌왕하지 않을 수 있게 해줄 것으로 생각되었다. 세월호에는 이렇게 체계적인 대처도 없었다. 구명조끼를 착용을 도와주지도 않았다. 어떻게 대피해야 하는지도 알려주지 않았다. 승무원들이 대피로를 유도해주지 않았다. 그렇게 아이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고, 차갑고 어두운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 버렸다.

이러한 모든 일을 선사 탓으로, 선장 탓으로만 돌릴 수만은 없다. 진작 국가에서 위급상황에 대해 훈련하도록 대처했다면, 또 진작 구조상황에서 일사분란하게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면,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희생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이렇게 미리 대응할 수 있었음에도, 국가가 자기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여행은 개개인의 선택이라 말한다. 그래서 여행을 가서 위험한 상황을 겪으면 많은 사람들이 '그러니깐 누가 그런 곳을 가래?', '위험한 여행지역이면 안 가면 되지'라고들 말한다. 물론, 테러가 발생하거나 치안이 불확실한, 그렇게 위험한 여행지역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여행 자체를 떠날 때, 이렇게 목숨을 걸고 갔다 와야 하는 것은 좀 문제가 있지 않겠는가?

내가 여행을 갈 때에는 이동수단이 불법 개조물인지, 노후화되어 있는지를 하나 하나 모두 체크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 직원들의 경력이 어떠한지, 직원들의 처우가 어떠한지를 따져볼 수도 없을 것이다. 사고가 나면 비상훈련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스스로 탈출하여야 하는 방법과 대피로를 확보하는 방법을 알 수도 없을 것이다. 특히, 사고가 나면 구조되지 않을 가능성이 많으며, 겨우 생존하고 있다 하더라도 영화같이 누군가가 나타나서 생존자를 위험에서 구출하는 것은 현실에서 없다는 것을 깨달을 수밖에는 없는 것이 현실이 된다.

그러기에 국가는 여행을 갈 때, 안심하고 여행을 다닐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그게 사전 조치이든, 사후 대응이든, 여행을 안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국가의 의무이다. 그것이 안 된다면 더더욱 아이들을 밖으로 내보낼 부모는 없어진다. 사회는 더 각박해진다. 여행은 그저 위험한 것이 되어버린다. 살아가며 느낄 수 있는 많은 지식을 여행에서 찾을 수 있다면, 여행으로서의 지식은 너무 위험한 지식이 되어버린다.

얼마 전 개봉한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 영화속 잡지사의 모토는 다음과 같다.

"세상을 보고,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 벽을 허물고, 더 가까이 다가가 서로를 알아가고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목적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러한 인생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국가가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대통령은 자기는 아무런 책임도 없다며 다른 관료들을 혼내기나 하고, 앉은 상태에서 관료들을 상대하며 그저 사과한다고 성의없이 읽기나 하고, 진정성 없이 분향하러 가서는 엑스트라 섭외 할머니와 포옹하는 쇼를 벌이고 있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이다.

나는 여행을 다니면서 사람들이 살아가며 생각해야 할 가치를 느끼고 보고 배운다. 그리고 많은 학생들에게 여행을 다니라고 이야기해주었다. 그런데 그런 내가 희생을 부추킨 것 같아 참으로 미안하다. 이 죄책감은 평생 짐으로 내 가슴에 남을 것이다. 제발 대통령과 국가의 책임질 사람들은 이러한 죄책감을 함께 가졌으면 좋겠다.

우리는 평생의 죄인이다. 특히, 국가의 수장인 대통령과 이번 사건의 책임자는 더더욱 말할 것도 없다. 죄인이라는 생각 없이 지금도 앞으로의 쇼를 기획하고 있다면, 당신들은 사람도 아니다.

PRESENTED BY 여성가족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