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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2월 06일 09시 42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4월 08일 14시 12분 KST

너도나도 1위, 상도가 땅에 떨어졌다

모 회사 관련 기사들을 살펴본다. "업계 1위!" 아니다. 심지어 2위도 아니다. 시쳇말로 듣보잡 회사다. "국내 최초로 OOO 알고리즘 개발!" 아니다. 다른 회사에서 상품화해 시장에 내놓은 게 벌써 몇 년 전 일이고, 학부 교재에도 나오는 내용이라 애초에 '개발'이라 할 만한 것도 아니다. 고작 이 정도로 뻔한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조차 하지 않은 언론사 데스크에도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

오늘은 좀 짜증을 내자.

자본주의 사회에 있어 광고의 비중은 따로 강조할 필요도 없이 막대하다. 경제 중심축이 기존 생산과 공급으로부터 소비와 수요로 이동한 고도소비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사업자들은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팔기 위해 매일같이 치열한 광고전쟁을 벌이고, 소비자들은 상품 품질이나 가격에 대한 정보 대부분을 사업자가 의도한 바 광고를 통해 얻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광고의 매체 그리고 방법 또한 지나치다 싶을 만치 다양화 그리고 다변화되어 일일이 챙겨 보다 보면 멀미가 날 지경이다.

하지만 광고는 결국 상품을 팔고자 하는 행위, 사업자는 소비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게 애초 목적이 아니니 자기에게 유리한 정보만 최대한 공개하려 들게 마련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불리한 정보는 대충 감춘다. 그래도 뭐, 여기까지는 광고의 본디 생리니까 괜찮다고 치자. 원래 그런 것이니까. 그런데 사실과 다른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광고해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방해하고 공정한 거래질서를 해치는 자들이 있어 문제다. 특히 언론을 통해 기사 형태로 게재되는 소위 '보도자료'를 통한 광고에는 언론의 보도 권위까지 더해지니 더욱 높은 사실성을 갖춰야 마땅한데도 실상은 전혀 그러하지 못하다. 얼마가 오가는지 아예 표가 딱 있으니 뭐, 할 말 없다.

요즘 꽤 유행인 '표현의 자유'와 상충한다는 이견도 있긴 하나 진지하게 들어 줄 만한 말은 아니다 싶고 아주 원론적으로 말해, 광고는 기본적인 진실성은 바탕에 두고 있어야만 한다. 소비자가 상품 관련 사실에 대해 부정확한 믿음을 통해 금전적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점만 보더라도 광고 내용의 진실성 여부는 거래질서의 가장 중요한 밑바탕 요소다. 따라서 광고는 소비자를 기만하거나 오인하게 만들 우려가 없어야 한다. 시장의 공정한 질서를 교란해 거래를 저해함으로써 다른 경쟁자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기도 하다. 이는 의도적으로 사실이 아닌 내용을 사실로 속여 누군가를 기망하고 착오를 일으키게 함으로써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행위, 좀 과장하자면 이는 사기죄에 해당하는 행위라 우겨도 될 듯싶다.

그러나, 모름지기 광고란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말은 헛된 이상일 뿐인가? 지금 난 대학생 같은 소리나 하고 있는 건가? 현실을 보면 소비자의 선택을 오도하는 허위과장 광고가 범람하는데 이를 제지할 뾰쪽한 방법이 없다.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소비자를 보호함을 취지로 하는 공정거래위원회 소관 법률인 표시광고법이 있어 이를 위반 시에 시정명령이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긴 하나, 업계마다 서로 판이한 제재기준이 다소 불명확하고 대개 사업자 자율에 따르는 자율준수 조항이라는 한계가 있다. 그러니 결국 허위과장 광고의 역기능과 잘못된 유인성에 따른 사회적 편견이 조장 확산되어 해당 시장 전체가 침몰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광고 외에는 상품 정보를 취할 방법이 없는데 광고가 거짓이라면, 모두 다 함께 죽자는 짓.

광고 및 홍보와 관련 아주 없진 않은 일을 하는 자로서, 평소 정직하게 말하려 나름 애쓴다. 더 나은 제품을 무기 삼아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는 태도가 결국 우리의 이익, 나아가 사회 공공의 이익에 보탬이 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지나치게 이상적인 믿음에 불과한 것이었나? 요즘 ICT 업계 광고들을 보다 보면 허무하다 못해 아주 어이가 없다.

모 회사 관련 기사들을 살펴본다. "업계 1위!" 아니다. 심지어 2위도 아니다. 시쳇말로 듣보잡 회사다. "국내 최초로 OOO 알고리즘 개발!" 아니다. 다른 회사에서 상품화해 시장에 내놓은 게 벌써 몇 년 전 일이고, 학부 교재에도 나오는 내용이라 애초에 '개발'이라 할 만한 것도 아니다. "OO대 OOO 교수와 공동개발!" 이라길래 전화해 그게 누군지 물어 보니, 아니랜다. "언젠가 한 번 밥 먹은 적은 있는데.." 라며 말끝 흐리는 걸로 보아 아마도 선생들의 흔한 용돈벌이인 얇은 봉투 오간 적은 있나 보다. 공동개발이라 할 만한 수준은 절대 아니고. 고작 이 정도로 뻔한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조차 하지 않은 언론사 데스크에도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

이러니 실제 업계 1위인 회사가 오히려 어째 좀 민망해서 대놓고 말을 못 한다. 1위 자리, 결코 쉽게 얻어지는 것 아니다. 부단한 연구개발과 상품화, 무지 노력한 결과다. 원천기술 확보하고 응용기술 확장해 적용영역 넓히려는 부단한 노력 끝에 관련된 모든 국내 최초 기록을 수립한 결과로서 위상 점하고 요지부동 유지하기, 절대 쉬운 일 아니다. 그러니 엉뚱한 회사가 난데없이 갑자기 나타나 '1위' 자처하고 나서면 기운이 쏙 빠진다. 지금껏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의욕이 사라진다. 설마, 경쟁자 기 꺾기가 그들이 진정 바라는 바 의도인 걸까?

시장의 도리, 상도가 땅에 떨어졌다. '이 내용은 전혀 근거 없는 허위 그리고 과장'이라고 사실관계 밝히는 문서 작성해 공증 받고 내용증명 서류 주고 받는 짓, 세상에 낭비도 낭비도 이런 낭비가 없다. 이런 짓 하고 있을 시간이 있으면 연구를 하고 개발을 해야지, 그래도 미래창조가 될까 말까 한데,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