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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4월 20일 11시 46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4월 21일 14시 12분 KST

강철중·서도철 짝이라면?

공공의적/베테랑

영화 <캡틴 아메리카:시빌워>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거대한 세계관의 한 캐릭터인 캡틴 아메리카를 주인공으로 하는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인 동시에 독자적인 시리즈를 가지고 있는 아이언맨과 어벤져스 시리즈에 등장한 수많은 히어로들이 함께 하는 일종의 크로스오버 속편이다. 얼마 전에는 슈퍼맨과 배트맨이 함께 등장하는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 같은 방식으로 개봉되기도 했다. '슈퍼맨과 배트맨이 싸우면 누가 이기나?'라는 질문은 수십년간 돌아다니던 질문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슈퍼맨의 우세를 점치긴 했지만 말이다.

사실 우리는 마블의 수퍼영웅들보다 디씨의 히어로들을 더 자주 만났다. 1970년대와 80년대 극장가에서는 슈퍼맨 시리즈가 히트해 엉뚱한 소년들에게 보자기를 망토처럼 둘러매고 옥상에 올라가도록 만들었다. 티브이에서는 원더우먼이 등장해 꿈많은 소녀들이 그 변신 장면을 흉내내며 빙글 빙글 돌게 만들었다. 1990년대에는 팀버튼의 배트맨 시리즈가 등장하며 배트맨 로고가 하나의 패션 아이콘이 되기도 했었다. 연령이 드러나는 발언이지만 배트맨, 슈퍼맨, 그리고 원더우먼이 함께 출연하는 다음 시리즈 '저스티스 리그'의 원작은 내가 어린 시절 '슈퍼특공대'라는 제목의 애니메이션으로 티브이에서 매주 방영되기도 했었다.

어쨌든 단독으로도 시리즈를 만들어내던 주인공들이 한 편의 에피소드에 모여드는 설정은 주로 이런 영화들의 원작인 출판 만화에서는 흔한 이야기다. 마블이 '어벤져스'를 내놓고 전세계적인 대 히트를 기록하면서 이런 종류의 하이브리드는 영화계에서도 빈번한 일이 됐다.

그러다 보니 세계관이 다른 시리즈가 하나로 뭉치는 사례도 나오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극장 개봉도 하지 않았지만 미국에서는 큰 인기를 끌었던 <21 점프 스트리트> 시리즈가 속편인 <22 점프 스트리트>를 거쳐 세 번째 시리즈인 숫자 '23'이 들어가는 에피소드를 맞이하게 됐는데, 난데없이 역시 세 편의 시리즈가 만들어진 '맨 인 블랙'과 크로스오버한다는 소식이다. 매우 엉뚱한 이야기가 나올 것 같은데 상상이 가진 않는다.

한국에선 이런 크로스오버를 어떤 방식으로 응용할 수 있을까? <공공의 적>의 강철중 형사와 <베테랑>의 서도철 형사가 파트너가 되어 <범죄와의 전쟁>의 악당 최익현을 잡으러 다니는 영화? 왠지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하이브리드는 코미디에 한정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코미디도 훌륭한 장르다. 우리는 사실 이렇게 다른 시리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을 한 곳에 모으는 데 익숙하다. 이미 80년대에 람보와 코만도가 함께 등장해 브룩 쉴즈와 이런 저런 에피소드를 벌이는 우스개 시리즈를 구전시킨 나라이기도 하니까.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