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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1월 20일 11시 43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1월 20일 14시 12분 KST

한국서 저주받은 콘텐츠의 천국, 넷플릭스

넷플릭스

영미권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정액제 스트리밍 동영상 컨텐츠 서비스 넷플릭스가 우리나라에서도 서비스를 개시한 지 대략 2주 정도가 지났다. 그동안 이런 저런 매체들이 넷플릭스에 대한 분석을 앞다투어 내놓았다. 컨텐츠 '공룡'이 한반도에 상륙했다는 식의 떠들썩한 반응들이 있었는가 하면 <응답하라 1988>도 볼 수 없는 얄팍한 서비스라는 의견도 있었다.

그런 혹평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맥도날드에서 파전 찾는 소리'라고 '응답'했고 혹자들은 유료 동영상 서비스라면 단순한 패스트푸드점이라기보다는 쇼핑몰의 식당가와 같은 장소라서 당연히 한식집도 갖춰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아직 시범 단계에 가까운 초기라서 어떻게 발전하거나 진화할지 예상하기 쉽지 않은 가운데 너무 앞서나가는 분석들보다는 어떻게 이 새로운 서비스를 '이용해 먹을' 것인가를 살펴보는 게 좋지 않을까.

아직은 미국 넷플릭스가 가지고 있는 '모든 컨텐츠'의 한글화가 이뤄지지는 않아 그 방대하다는 목록을 전부 살펴볼 순 없었지만 가장 먼저 주목할 만한 부분은 우리 극장에서 볼 기회가 없었던 영화들이나 소위 '미드'라 불리는 미국 드라마가 아니라 다큐멘터리들이었다. 국내에서 구해 보기도 힘든 영상에 높은 완성도의 자막까지 달려 나오니, 다큐멘터리 팬들에게는 거의 새해 선물과도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또 하나의 주목할만한 컨텐츠는 '스탠드 업 코미디'다. 한국에서는 극소수의 마니아들에게만 공개돼 있고, 특히 자막 없이는 절대로 알아듣기 힘든데다 자막이 있어도 원래의 맛을 느끼기 힘들다는 이 스탠드 업 코미디들이 한 코너를 차지하고 있다. 영화광으로 어디 가서 명함 좀 내민다는 나에게도 넷플릭스에서 가장 매력적이었던 부분은 영화나 드라마가 아니라 바로 이런 '한국에서 저주받은 컨텐츠'들이었다.

사실 넷플릭스 서비스 그 자체는 우리에게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이미 아이피티브이나 케이블 채널 회사들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유료 동영상 서비스를 오래 전부터 갖추고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기본요금 이외에 편당 요금을 야금야금 받는 우리 서비스들과는 달리 후련하게 '정액제'로 모든 컨텐츠를 열어놨다. 이러다 넷플릭스가 인터넷 유료 동영상 서비스를 독점하게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데, 현지에서 넷플릭스를 오래 전에 경험한 사람에 따르면 "첫달 무료로 보다가 둘째 달 어영부영 정기 결제를 시작해 잊고 있다가 몇 달 동안 한 번도 안 보고 결국 해지하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거의 모든 유료 서비스가 그렇듯이 결국은 보는 사람이 얼마나 부지런하냐에 따라 '돈값'을 하게 돼 있다는 이야기다. 티브이 매체의 발전을 대입시켜 볼 때, 채널은 다양할수록 시청자들에게 이득이 된다. 슬쩍 또 하나의 채널이 탄생한 것이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