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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1월 12일 14시 25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1월 12일 14시 12분 KST

그날, 팝스타가 죽었다

"물론 여정이라는 것은 없다는 게 진실이다. 우리는 동시에 도착하기도 하고 떠나기도 한다" 보위의 말이다. 누군가 어딘가에 멈춰 있다가 떠나는 것을 우리는 변화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의 변화는 좀 다르다. 보위는 언제나 도착하는 동시에 떠났다. 멈춰 있던 적이 없었다.

David Bowie blackstar

The day, The POPSTAR Died.

1962년, 런던의 브롬리 기술 고등학교에서 싸움이 벌어졌다. 한 소녀를 놓고 두 남학생이 주먹다짐을 했다. 조지 언더우드라는 소년이 데이비드 로버트 존슨이라는 소년의 왼쪽 눈을 가격해, 그만 데이비드는 4개월이나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몇 차례 수술을 했지만 데이비드의 왼쪽 눈은 시력을 거의 잃었다. 게다가 동공이 강제 확장되고 홍채의 색깔이 바뀌어 다른 한 쪽 눈과 완전히 다른 모양이 돼 버렸다. 이 특이한 오드 아이의 소년은 런던에 아마도 만명은 있을 것 같은 데이비드 로버트 존슨이라는 흔해빠진 이름을 버리고 '데이비드 보위'라는 예명으로 밴드 생활을 시작한다. 그리고 몇 년 후 'The Rise and Fall of Ziggy Stardust and the Spiders from Mars'라는 앨범으로 20세기 최고의 팝 스타 중 한 명이 된다. 참, 이 앨범의 아트워크는 조지 언더우드, 바로 보위의 눈을 그렇게 만든 친구가 했다.

데이비드 보위라는 팝 스타는 우리에게 참 다양한 경로로 많은 즐거움을 줬다. 1970년대 초반을 수놓은 '글램록' 열풍은 아쉽게도 한국에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다. 번쩍거리고 호랑방탕해 보이는 음악을 그 엄숙한 유신치하에서 제대로 소개할 순 없었다. 게다가 '글램록은 번쩍이기만 하고 음악적 성과는 없다'는 영미권의 성의없는 대접을 그대로 복사해 뿌린 당대의 '팝 칼럼니스트'들 덕분에 더욱 거리가 멀어졌다. 그나마 우리나라에 수입되지도 않았던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전장의 크리스마스'에서 사카모토 류이치를 매혹시키는 영국군 대령 역으로 나온 것 때문에 그를 알았다는 친구도 있을 정도였다. 사실 1970년대, 지기 스타더스트 시절과 바로 뒤이은 '파리한 백색의 공작 Thin White Duke' 기믹, 그리고 베를린 3부작으로 이어지는 첫 번째 전성기는 그가 이미 거대한 팝 스타가 되고 난 뒤에야 전설로 '학습' 했을 뿐이었다.

우리는 'Let's Dance'와 'Modern Love'를 연이어 히트시키며 마이클 잭슨과 (언론이 만들어 낸) 라이벌쉽을 벌이던 보위의 모습을 기억한다. 아마도 이 나라에서 현재형으로 보위가 팝 스타였던 시절은 그 때가 처음이었을 것이다. 저팬, 듀란듀란, 스펜다우 발레, 온갖 꽃미남 밴드들이 등장한 뉴웨이브의 시대에도 이미 그들의 대선배였던 보위는 당대의 조류의 크게 상관 없는 독자적인 스타일로 승부했다. 하지만 데이빗 보위는 끊임 없이 변화했다. 글램록에서 블루 아이드 소울로, 뉴웨이브를 일신시킨 80년대식 록에서 자신의 솔로 프로젝트가 아닌 틴머신이라는 실험적 밴드로, 그리고 인더스트리얼이나 일렉트로니카를 이식하기도 했다. 나아가 말년에는 자신의 음악적 뿌리인 재즈를 접목한 스타일로 '예상하기 힘든 음악적 여정'을 보여준 바 있다. "물론 여정이라는 것은 없다는 게 진실이다. 우리는 동시에 도착하기도 하고 떠나기도 한다. The truth is of course is that there is no journey. We are arriving and departing all at the same time." 보위의 말이다. 누군가 어딘가에 멈춰 있다가 떠나는 것을 우리는 변화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의 변화는 좀 다르다. 보위는 언제나 도착하는 동시에 떠났다. 멈춰 있던 적이 없었다.

지구에 단 한명밖에 없는 외계인으로 간주해도 무방한 보위에게도 롤모델은 있었다. 바로 자크 브렐 Jacques Brel이다. 1978년 세상을 떠난 이 위대한 아티스트는 어떻게 보면 데이비드 보위의 프로토타입이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다. 싱어송라이터이면서 영화 배우, 그리고 영화 감독이었다. 49세를 일기로 죽기 직전에 마지막 앨범인 'Les Marquises'를 내놓았다.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만든 음반이었다. 보위도 마찬가지다. 예순 아홉 살, 천수를 다했다고 말하기도 애매하고 요절이라는 표현을 쓸 수는 없는 나이에 세상을 떠난 이 위대한 스타는 죽기 삼일 전에 마지막 음반을 내놓았다. 이것은 자크 브렐에 대한 인생을 바친 헌사나 다름 없다. 보위는 평소 브렐의 노래인 'My Death'를 즐겨 불렀다. 죽음까지도 위대한 아티스트가 되겠다는 야망이 있었달까.

보위가 결점 없이 살아온 건 아니었다. 분명히 방탕한 방황을 했었고 약물을 가까이 하면서 중대한 실언마저 하는 바람에 한꺼번에 커리어의 위기가 찾아온 적도 있었다. 그런 결점 때문에 인간적이라는 뻔한 이야기를 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팝 컬춰에서 아티스트 자신이 망가진다는 것 또한 하나의 거대한 엔터테인먼트인 게 사실이다. 적지 않은 숫자의 스캔들을 일으켜 '서프라이즈'같은 말초적 흥미만 자극하는 TV 프로그램에 등장하거나 사망과 동시에 그의 과거 행적을 굳이 까발리는 어뷰징 기사들의 소재를 주기도 했지만 그것 역시 보위가 쇼비즈니스 계에 '베푼' 긍휼임은 확실하다.

어떤 아티스트가 세상을 떠났을 때 그를 추모하는 방식을 보면 그의 삶이 어떤 것이었는지 드러난다. 많은 이들은 그의 음악으로 그를 기억하려 애쓴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때문에 다시 한 번 세상을 흔든 'Space Oddity'며, 영화 '마션'을 수놓은 'Starman', 누군가 다음 영화에 쓰려고 벼르고 있을만한 그 연장선상의 노래 'Life On Mars'까지 이어 들으며 술잔을 기울인다. 소수의 괴짜들은 그의 마지막 노래 'Blackstar'의 가사에 알레이스터 크로울리의 격언구가 등장한다는 것을 지적하고 그 곡이 보위의 69번째 생일에 나왔다며 '69'라는 악마주의 헥사그램과의 관계를 떠벌이고는 끝까지 보위를 신비주의의 세계에서 해금시키지 않으려고 애쓴다. 하지만 가장 많은 이들은 알버트 왓슨이 찍은 데이비드 보위의 사진을 스마트폰에 띄우며 그의 아름다운 모습을 추억한다. 그렇게 갖가지 추모의 행위 속에 드러나는 모든 보위의 모습이 바로 그가 어떤 아티스트였는지를 보여준다.

이제 나는 떠올린다. 보위가 완전무결한 미소녀 제니퍼 코넬리와 함께 등장한 라비린스에서 '헤어스타일리스트와의 견해 차이 때문에 커트 도중 중단한 것으로 추정되는 헤어스타일'로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가역적 카리스마'를 내뿜었던 것을. 데이빗 린치의 영화 '트윈 픽스:파이어 워크 위드 미'에서 루즈한 핏의 허여멀건 정장을 입고 기괴한 캐릭터로 깜짝 출연하던 장면을. 누군가 절대 잊지 못하는 순간이라는 사카모토 류이치의 뺨에 뽀뽀를 하는 '금지된 키스' 장면을. 너무나 마음에 드는 밴드를 발견해 그들의 데뷔 CD를 수백장 사서 주위에 뿌리고 그들의 노래를 장난 반 진담 반으로 강탈하려 하다 실패하자 함께 무대에 오르는 것으로 마무리했던 아케이드 파이어와의 공연을. 프레디 머큐리 추모의 무대 위에서 그만 옆에서 함께 노래하고 있는 팝스타를 사모하는 팬클럽 회원 모드가 돼 끌어안고 그의 숨결을 느끼며 흥분했던 애니 레녹스를, 그리고 그런 애니 레녹스에게 사실 리허설 때부터 예사롭지 않은 눈길을 던져 미리 신호를 줬던 보위의 모습을. 쥬랜더에서 '아름다움의 심판'으로 등장해 그 미친 코미디 속에서도 홀로 궁서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그와 잘 어울렸던 신비로운 경험이며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프레스티지'에서 니콜라 테슬라로 처음 등장하던 장면, 테슬라 코일의 프라즈마 사이를 뚫고 귀신처럼 등장하던 그의 모습까지. 이 글을 쓰는 사이 내 플레이리스트를 스치고 지나간 'Loving The Alien', 'Changes', 'TVC 15', 'Absolute Beginners', 'Fame', 지금은 티나 터너와 함께 'Tonight'을 열창하고 있다.

인류가 한 번 멸망해 다음 인류에게 팝 스타라는 개념을 설명해야 한다면 꼭 보여줘야 할 인물. 겉으로 드러나는 비쥬얼로부터 개념적인 이미지, 음악으로부터 미술에 이르는 그 모든 팝 스타가 가질 수 있는 조건을 골고루 '오버 스펙으로' 가져 외계인 대접을 받았던 인물. 이제 그런 전설로만 남아 있다. '지구는 푸르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네. Planet Earth Is Blue And There`s Nothing I Can Do.' 그렇게 나는 데이비드 보위를 떠나 보낸다.

david bow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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