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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03일 09시 55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2월 03일 14시 12분 KST

재개봉의 법칙?

이터널 선샤인

'재개봉' 열풍이다. 1980년대의 걸작 <아마데우스>나 많은 이들이 사랑한 음악 다큐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등의 '예술 영화 계열'의 작품들은 물론 <영웅본색>시리즈 같은 추억의 영화들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작품은 단연 <이터널 선샤인>이다. 10년 전 첫 개봉 당시 동원한 관객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관객이 이 영화를 보기 위해서 극장을 찾았다. 대기중인 재개봉 작품들도 예사롭지 않다. 많은 이들로부터 21세기 첫 10년간 최고 영화로 손꼽히는 스웨덴 영화 <렛미인>은 물론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문제작 <그녀에게>등 멀지 않은 과거의 극장가에서 영화광들을 사로잡았던 찬란한 작품들이 대기하고 있다.

재개봉 영화들이 붐을 이루는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아이피티브이 때문이다. 디브이디나 비디오 등 이전의 가정용 상영 매체들의 판권이 종료된 영화들을 다시 수입하면서 극장 개봉을 해서 지명도를 다시 한 번 높이겠다는 마케팅 전략이다. 추억 속의 영화를 다시 보고 싶어하는 시청자들에게 알리기 위함은 물론 해당 작품이 얼마나 유명했는지 알 길이 없는 젊은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함이다. 이런 경우 개봉은 형식일 뿐이다.

두 번째는 '진검승부'를 하는 경우다. <이터널 선샤인>같은 작품이 대표적인 예다. 사실 지난 2005년 <이터널 선샤인>이 개봉했을 때는 소수의 영화광들만이 이 영화의 진가를 알아봤다. 많은 관객들은 '짐 캐리가 나오는 호화 캐스팅의 안 웃기는 영화'라고 단정해 버렸다. 감독 미셸 공드리가 만들어낸 인간 상상력의 극한을 달리는 영상과 찰리 카우프만의 천재적 시나리오는 그 후로 오랫동안 구전돼 유명해진 것이다. 결국 재개봉으로 빛을 보는 순간이 온 것이다.

사실 재개봉 영화의 많은 부분은 예술영화 전용관에 어울리는 것들이다. 그런 극장에 걸리는 영화들이 제대로 평가를 받으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 기간동안 관객이 들지 않는 영화를 걸어둘 인내심과 재력을 갖춘 극장은 드물다. 오랜 시간이 지나야 제대로 알려지고 평가받을 수 있는 영화들이 재개봉으로 빛을 보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세 번째 재개봉 이유는 '우려먹기'다. 사실 언제 재개봉해도 일정 이상의 관객을 모을 수 있는 작품들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예는 <러브 액츄얼리>다. 해마다 성탄절이 가까워지면 케이블티브이에서 방영했던 작품인데, 이번엔 극장에서 재개봉한다. 영원한 고전 러브스토리 <카사블랑카>라던가 느와르의 걸작 <제 3의 사나이>는 전 세계에서 수만번 재개봉되고 있다. 사실 좋은 영화는 수십번 봐도 좋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는 생선처럼 유통기한이 짧다고 말한다. 위대한 영화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재개봉 열풍이 증거하고 있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