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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9월 23일 10시 24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9월 23일 14시 12분 KST

감독과 배우의 성장영화

지난해 이맘때쯤 개봉한 영화 <메이즈 러너>는 의외의 히트를 기록했다. 이미 잘 알려져 있는 대스타가 출연하는 것도 아닌 영화가 280만명의 박스 오피스 성적을 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원작 소설이 출간됐었지만 베스트셀러가 되지도 않았었다. 어떠한 영화 외적인 마케팅 포인트 하나 없이 개봉된 이 영화는 오로지 재미있다는 입소문 하나만으로 '대박'이 났다.

속편 <메이즈 러너: 스코치 트라이얼>은 전편이라는 강력한 마케팅 포인트를 업고 정확히 1년 만에 등장했다. 원작 소설이 이미 3부작이었고 전편으로부터 마치 연속극처럼 이어지는 플롯 구조를 가진 덕에 속편은 개봉하자마자 큰 반응을 얻고 있다. 개봉 6일 만에 115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 추세라면 전편의 기록을 깨고도 남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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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즈 러너: 스코치 트라이얼>은 이제 실력이 검증된 신인 감독에게 날개를 달아준 것 같은 프로젝트다. 전편에서는 거대한 세트에 꼭꼭 가둬 놓고 한정된 연령의 연기자들만 제공해 영화를 완성하는 미션을 받은 셈이었다. 속편에서는 그런 모든 제한을 거둬버리고 사막부터 거대 건조물까지 수많은 로케이션을 질주하며 다양한 연령대, 그리고 전편보다 대폭 늘어난 여성 연기자들과의 작업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사실 <메이즈 러너 시리즈>는 영화 내용상 성장영화적인 알레고리를 지니고 있다. 전편 <메이즈 러너>가 태어난 뒤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성장하는 미성년 시대를 담고 있었다면 속편 <메이즈 러너: 스코치 트라이얼>은 파란만장한 대학 생활을 그려내고 있다. 2017년 개봉 예정으로 제작이 시작된 3편이자 완결편 <데스 큐어>는 아마도 졸업 이후의 사회인으로 삶을 반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은 그냥 대충 갖다 붙인 비유가 아니다. 감독 웨스 볼이 인터뷰에서 직접 밝혔던 이야기다.

<메이즈 러너> 시리즈는 영화의 내용을 떠나서 성장의 요소들이 많다. 감독 웨스 볼은 이 시리즈를 감독하기 전까지 단편 영화 몇 편을 만들었을 뿐이었던 생짜 신인이었다. 주인공 딜런 오브라이언도 주연급 연기자는 아니었고 한국계 배우 이기홍 역시 이 영화 이전에는 티브이 시리즈나 단편 영화에만 출연하던 무명 배우였다. 가만 보면 이 영화는 할리우드가 오랜만에 보여준 스타 육성 프로젝트의 대형 성공 사례다. 감독 웨스 볼은 이 시리즈의 세 번째 완결편의 감독은 물론 <폴 오브 갓>이라는 노르웨이 비쥬얼 북을 영화화하게 됐다. 이 책은 인터넷으로 투자 비용을 마련하는 '킥스타터 캠페인'으로 만들어졌다. 할리우드에서 막 성장가도를 달리기 시작한 감독에게 주어진 도전적 프로젝트라니. 로망이 가득하게 펼쳐진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