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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9월 02일 11시 32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9월 02일 14시 12분 KST

색다른 사이코패스의 등장

'싸이코패스'들은 오해 속에서 인물화되기도 한다. 많은 연기자들이 이런 종류의 캐릭터를 맡으면 시종일관 어둡고 침잠된 모습을 보이거나, 24시간 분노와 증오로 가득한 인간 흉기로 묘사하기도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그런 인물들은 높은 지능을 가진 것으로 설정되거나 심지어 '매력적 악인'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마동석이 <함정>에서 연기한 성철은 달랐다.

인벤트 디

부부생활의 장애를 겪고 있는 한 커플이 외딴 섬으로 여행을 한다. 그곳에 있는 어느 식당 주인의 기묘한 환대를 받게 된다. 불안한 밤이 지나고 집으로 돌아갈 다음날이 되자 차가 고장난다. 두 번째 밤을 그곳에서 맞이하게 된 부부에게 끔찍한 일이 다가온다. 영화 <함정>은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스릴러인 동시에 호러 영화다. 설정 부분의 스토리만 훑어봐도 전통적 호러영화 장르의 향취가 가득하다. 며칠 전 타계한 공포 영화의 거장 웨스 크레이븐의 <공포의 휴가길> 시리즈나 <2000 매니악>, <살인마 가족> 등의 유명 호러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함정>은 그렇게 전형적인 슬래셔 호러의 외피를 차용해 현실의 문제를 알레고리화하는 방법으로 한국형 상업 영화의 가치를 획득한다. 오랫동안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온 부부 교환 불법 인터넷 사이트 등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것이다. 물론 영화의 의도는 그렇지만 여성을 다루는 표현 방법에 있어서는 매우 논쟁적인 영화다. 이 잔혹하고 끔찍한 작품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음습한 식당 주인 역할을 맡은 배우 마동석의 연기에 있다.

별 이유 없이, 혹은 쾌락이나 하찮을 정도로 작은 이익 등의 이해할 수 없는 동기로 살인을 일삼는 이들을 현대 영화에서는 <싸이코패스>로 규정하는 경우가 많다. 마동석은 영화 <함정>에서 전대미문의 살인마 인물상을 보여줬다. 앞선 연쇄살인 영화들 중 상업적으로, 혹은 완성도 면에서 일정 이상의 성과를 보였던 한국 영화들의 살인마들과 비교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하정우가 맡았던 <추격자>의 지영민과 최민식이 맡았던 <악마를 보았다>의 장경철은 전형적인 쾌락형 살인마다. 사람을 죽이는 일에 쾌감을 느끼고 그것에 중독된다거나. 여성을 성적으로 학대하고 살해하는 행위로만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자들이다.

때로 이런 '싸이코패스'들은 오해 속에서 인물화되기도 한다. 많은 연기자들이 이런 종류의 캐릭터를 맡으면 시종일관 어둡고 침잠된 모습을 보이거나, 24시간 분노와 증오로 가득한 인간 흉기로 묘사하기도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그런 인물들은 높은 지능을 가진 것으로 설정되거나 심지어 '매력적 악인'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마동석이 <함정>에서 연기한 성철은 달랐다. 때로 사람 좋은 척 연기를 '표가 나게' 하기도 하고 말도 안 되는 거짓말로 모든 것을 덮으려 한다. 여기서 장르 영화에 학습된 관객들은 캐릭터의 저능을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적인 '싸이코패스'는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행동을 제어하지 못하며 지능이 낮은 경우가 많다. 광고를 통해 귀여운 모습들을 자주 보여줬던 마동석은 때로 블랙코미디의 가능치 안에서 음울한 웃음을 던지기도 하고, 그의 겉보기 이미지대로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기도 하면서 관객들을 쥐었다 놨다 한다. 영화 속 내러티브 공간에서 매력 있는 캐릭터가 되기를 스스로 거부하는 길을 선택하는 건 배우로서 쉬운 결단이 아니다. 작품 자체의 표현 방식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관객들은 있겠지만 마동석의 몸을 던진 연기에 있어서 만큼은 대부분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