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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5월 20일 12시 57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5월 20일 14시 12분 KST

여성 주연 영화에 대한 저급한 시각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시사회장에서 주인공 샤를리즈 테론은 많은 질문을 받았다. 그 중 주목할 만한 질문은 "어떻게 그런 분노 연기가 가능했느냐?"는 것이었다. 생략 됐지만 이 질문 앞에는 "여성의 몸으로"라는 뉘앙스가 있었다. 샤를리즈 테론은 "놀랐지. 여성들도 분노를 가지고 있다"고 재치있게 받아쳤다. 여성 연기자들도 '당연히' 남성과 같은 분노 연기를 펼칠 수 있다는 뉘앙스가 깔려 있다. 이제 '여성의 몸으로 그런 것도 가능한가'라는 질문 자체를 폐기할 때가 왔다. 나아가 '여전사'라는 말도 사라져야 하겠다.

위너 브라더스 코리아

조원희의 영화 그리고 농담 |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지난 5월 14일, 칸 영화제에서 열린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시사회장에서 주인공 샤를리즈 테론은 많은 질문을 받았다. 그 중 주목할 만한 질문은 "어떻게 그런 분노 연기가 가능했느냐?"는 것이었다. 생략 됐지만 이 질문 앞에는 "여성의 몸으로"라는 뉘앙스가 있었다. 샤를리즈 테론은 "놀랐지. 여성들도 분노를 가지고 있다"고 재치있게 받아쳤다. 여성 연기자들도 '당연히' 남성과 같은 분노 연기를 펼칠 수 있다는 뉘앙스가 깔려 있다. 이제 '여성의 몸으로 그런 것도 가능한가'라는 질문 자체를 폐기할 때가 왔다. 나아가 '여전사'라는 말도 사라져야 하겠다. 남성 작가를 그냥 '작가'라고 표현하고 여성 작가는 '여류 작가'라는 어색한 칭호로 불렀던 시절이 이제는 지나간 것처럼 말이다.

영화 속의 여성 캐릭터들이 전통적이고 고루한 성역할에 갇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여성 주인공 영화'가 드물다는 이야기는 나도 여러 지면을 통해 강조한 바 있다. 지금까지 천만을 돌파한 한국 영화 10편 중 여성 주연 영화는 없다. 이것은 단지 우리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할리우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오스카 시상식에서 여우 조연상을 받은 패트리샤 아퀘트가 '여성 평등'을 외쳤던 것을 돌아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일단 여성 주연 영화는 제작, 투자자들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다. 조지 밀러는 남성 캐릭터 '맥스'를 간판으로 세우고 사실은 여성 캐릭터 '퓨리오사'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만들려 했는지도 모른다는 의견이 있을 정도다.

최근 한국과 미국의 박스오피스에서는 '여성 주연 영화'가 큰 히트를 기록했다. <차이나타운>은 많지 않은 예산으로 150만 관객을 돌파했고 미국에서는 여성 중창단의 이야기 <피치 퍼펙트 2>가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였다. '여성 주연 영화'에 대한 움직임이 빠르다. 남성 집단 주연으로 히트했던 어느 영화는 여성 집단 주연으로 설정을 바꿔 속편을 찍는다고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것이 단순한 '유행성 기획'이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다시 테론의 인터뷰로 돌아가 본다. 어느 기자는 "<매드 맥스:분노의 도로>가 페미니즘 영화냐"는 질문을 했고 테론은 "페미니즘적 시각을 가지고 만든 게 아니다. 진실을 추구했고 그를 통해 여성이 제대로 보여졌다. 밀러 감독이 지닌 인간에 대한 이해 때문에 페미니즘 영화가 됐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페미니즘을 표방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든' 영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것은 최근 발빠르게 기획되고 있는 '여성 주연 영화'들에 대한 일침일지도 모른다. 여성주의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그저 "여성의 몸으로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는 질문 수준의 기획으로 영화를 만들면 절대로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같이 멋진 작품은 탄생하지 않는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