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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3월 12일 07시 02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5월 12일 14시 12분 KST

어디에나 악당들이 있다

예전의 만화영화에는 분명한 악당 역이 있었다. <개구쟁이 스머프>의 악당은 가가멜인데 항상 스머프들을 잡아다가 어떤 방법으로 먹을까 연구를 하다가 마지막 순간에 스머프들이 탈출하는 방식이고, <개구리 왕눈이>에서 악당은 투투라고 울툴불퉁하게 생긴 두꺼비였다. 왕눈이가 예쁜 개구리인 여자친구 아로미와 사이 좋게 지내면 나타나서 훼방을 놓는 구조였다. 요즘 만화에서는 정해진 악당보다는 서로가 서로를 골탕 먹이다가도 위기에 처하면 협력해서 서로를 구조하기도 하는 등 만화의 흐름이 옛날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 세대와 손자들 세대의 의식구조도 당연히 다를 것 같다.

한겨레

아이들이 어릴 적에 TV에서 만화영화를 하면 자연스럽게 같이 보게 되었는데 <개구쟁이 스머프>나 <개구리 왕눈이> 같은 것들이 생각난다. 요즘 손자가 오거나 해서 보게 된 만화로는, <라바>와 <스펀지 밥> 등이 있다. (물론 좀 더 전에는 뽀로로가 단연 1위였다.) 이제는 너무나 많은 만화영화들이 방영되고 있기 때문에 줄줄이 제목을 다 알 수도 없다.

TV가 보급되고 초창기에는 낮 동안에 TV 방송을 아예 하지 않았다. 저녁 시간대에 TV가 시작되면 우선 어린이용 방송부터했는데 이 시기에 만화영화를 보고 자란 1세대들은 아마도 지금 40살 전후가 될 것 같다. 이때 만화에 나오는 인물들은 비록 그것이 개구리라 할지라도 눈이 동그랗고 예쁜 것이 분명했었는데, 요즘 만화 캐릭터들은 아무리 예쁘게 봐 줄래도 내 눈엔 아닌 것 같다. 아주 이상하게 생겼거나 어떤 것은 거의 혐오감이 들 정도의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이거야말로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걸까?

예전의 만화영화에는 분명한 악당 역이 있었다. <개구쟁이 스머프>의 악당은 가가멜인데 항상 스머프들을 잡아다가 어떤 방법으로 먹을까 연구를 하다가 마지막 순간에 스머프들이 탈출하는 방식이고, <개구리 왕눈이>에서 악당은 투투라고 울툴불퉁하게 생긴 두꺼비였다. 왕눈이가 예쁜 개구리인 여자친구 아로미와 사이 좋게 지내면 나타나서 훼방을 놓는 구조였다. 요즘 만화에서는 정해진 악당보다는 서로가 서로를 골탕 먹이다가도 위기에 처하면 협력해서 서로를 구조하기도 하는 등 만화의 흐름이 옛날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 세대와 손자들 세대의 의식구조도 당연히 다를 것 같다. 시작부터가 이러니 나중에는 같은 정서를 가진 사람들이라고 보기도 어려워지지 않을까? 도무지 나로서는 앞으로 세태가 어떻게 바뀔지 짐작도 할 수가 없다. 지금도 (만화영화가 아닌) 세태를 보면 얼떨떨한 것이, 물리적인 폭력을 쓰는 악당들이 너무 많이 나타나는 것 같다. 차선 변경을 잘못했다고 삼단봉으로 차 앞 유리를 깨질 않나, 성질 난다고 차를 몰고 지구대에 돌진하지를 않나, 신문 사회면에 나오는 사건들을 보면 도처에 악당들이 있는 것 같다. 작은 권력이라도 누리는 자는 행패를 부리다가 경찰관이 출동해도 내가 누군지 아느냐며 큰 소리를 치고, 어떤 사람은 분노조절이 안 돼서 아무 곳에나 불을 질러 무고한 사람이 죽기도 한다. 그런 뉴스를 보면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안심을 할 수가 없다. 자칫 신분이 확실하지도 않은 사람과 연애 관계에 돌입했다가는 일가족이 몰살당하는 일도 있으니 낭만적인 인간관계에서도 경계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하기야 같은 피붙이끼리도 돈 때문에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났으니 잘 아는 사람과의 관계라도 믿을 게 못 된다.

옛사람들은 참을 인(忍)자 셋이면 사람도 살린다고 했는데 요즘 사람들은 참기만 하다가는 암 걸린다며 또박또박 할 말은 하고 살자는 주의다. 앞으로 올 세대들은 참을 인자가 무슨 뜻인지도 모른다고 할 세대인 것 같다. 서로가 서로에게 가해자가 되었다가 피해자가 되었다가 하다가도, 또 꼭 필요하다면 합리적인 협력도 할 수 있겠지. 그렇지만 지금같이 도처에 악당들이 넘쳐나는 시대를 거치고 나면 사람과의 관계가 두려워져서 아마도 단독자로서의 삶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건 아닐까 몰라. 아니지, 그래서 더 두터운 인간끼리의 연대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내가 살고 있는 반경 안에서 앞서 말한 것 같은 무시무시한 악당 때문에 난처해 본 적은 없지만 신문이나 방송에서 쏟아지는 부정적인 뉴스를 한참 보다 보니 책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존 그레이 저)의 주장이 맞는 말인가 싶기도 하다. 그 책에 따르면 인간은 약탈하는 존재이며 역사는 그저 변화를 거듭할 뿐 진보를 향해 나아가지 않으니, 진보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세상을 구원하려 들지 말고 그저 내버려 두라고 한다. 이 지구상에 동물이나 인간이나 같은 생명을 받은 존재로 인간이 더 나을 것도 없다는 거다. 그러니 더 겸손해야 할 일이다. 저 악당들의 모습이 바로 우리 인간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