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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8월 01일 13시 26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10월 01일 14시 12분 KST

부지런 금지

무슨 축제니 하는 명분만 있으면 당연히 사람들이 도처에서 모여든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뭔가 <보람찬 인생>을 살았다는 뿌듯함을 맛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은 다 해 봐야 직성이 풀리겠기 때문이다. 덕분에 아웃도어 시장이 엄청 발전한 것처럼 이제 캠핑에 관련된 제품이 날개를 단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행락철의 주말 9시 뉴스는 첫 번째가 어느 고속도로가 체증을 일으켜 몇 시간씩 정체가 되었다는 소식부터 나온다. 한마디로 너무 부지런을 떨어가며 살고 있지나 않은지. 좀 느긋하면 좋을 것 같은데 매스컴들이 부추겨서 사람들에게 어딘가 가서 무엇인가를 즐기지 않으면 손해라도 볼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만드는 것 같고.

연합뉴스

국내여행을 좀 해 보면 전국 곳곳에 길을 잘 내어 놓았고(지금도 계속 새 길을 뚫고 있다) 각 지자체마다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무슨 무슨 이유(역사적인 또는 문학적인 등등)를 끌어다 붙여서 깔끔하게 정비를 해 놓고(이 부분이 리얼리티가 떨어진다) 또 무슨 공원이다 유원지다 해서 여러 위락 시설들을 많이 만들어 놓았다. 마치 지자체가 해야 할 일이란 게 타지의 관광객을 끌어들여 우리 지역이 잘 살아 보세! 하는 것이 다인 것 같은 인상이다. 국민들의 호응도 좋아서 무슨 축제니 하는 명분만 있으면 당연히 사람들이 도처에서 모여든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뭔가 <보람찬 인생>을 살았다는 뿌듯함을 맛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은 다 해 봐야 직성이 풀리겠기 때문이다. 덕분에 아웃도어 시장이 엄청 발전한 것처럼 이제 캠핑에 관련된 제품이 날개를 단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행락철의 주말 9시 뉴스는 첫 번째가 어느 고속도로가 체증을 일으켜 몇 시간씩 정체가 되었다는 소식부터 나온다. 차를 타고 멀리까지 안 가더라도 도시에서 가까운 산들은 등산객들에 의해서 짓밟히고 엉망이 되어가는 것 같다. 수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서 산으로 몰려가는 것을 보고 있으면 내가 산에게 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산아!(애비메탈 아님) 열심히 사는 것도 좋고 자신의 건강을 돌보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매일 동네 산에 올라가서 나무에다 대고 등을 쿵쿵 부딪치고(나무는 무슨 죄람) 산이 몸살이 날 만큼 산을 피로하게 하고(피켓에 찔려서 산이 아플 것 같다) 주말이면 근교산에 올라 고함이라도 질러야 보람된 하루를 보낸 것 같은 생각이 들도록 세뇌가 되어 있는 것 같다.

한마디로 너무 부지런을 떨어가며 살고 있지나 않은지. 좀 느긋하면 좋을 것 같은데 매스컴들이 부추겨서 사람들에게 어딘가 가서 무엇인가를 즐기지 않으면 손해라도 볼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만드는 것 같고. 신문마다 주말 여행 안내에다 맛집 소개까지 알뜰살뜰하기도 하다. 내가 아끼고 싶은 어떤 곳이 신문에 소개가 되면 겁부터 난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곳이 곧 엉망이 되지나 않을까 해서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고 보면 아무리 좋은 자연경관도 그냥 정신 없는 곳으로 변하고 만다. 그리고 그곳의 인심도 사나워지고 모든 것은 경제 논리로만 되어가는 것이다.

예전에는 안 그랬던 것 같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들이 좀 유유자적 하고 소박하고 그런 면들이 많았던 것 같다. 물론 먹고 살기가 어려웠던 시절이라 그 외의 것들은 생각할 여유도 없었겠지만 그러나 그때 사람들이 휴가를 못 가서 또는 관광여행을 못 가서 불행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요새는 모든 것이 변하고 사람조차도 옛날에 비하면 완전 다른 어떤 종족으로 변한 것 같은 게 사실이긴 하지만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이 특히 더 어딘가로 우루루 몰려다니고 무엇이 몸에 좋다 하면 또 그쪽으로 몰리고 하여튼 너무 극성스러운 느낌이 든다.

결벽증적인 친구가 하나 있는데 청결을 위해서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다. 이 친구에게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다. <조금만 게으르면 지구가 깨끗해진다>라는 책이 있다는데 그 내용이 개인의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서 씻고 닦고 쓰레기를 내다 버리고 하는 것은 곧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 할 지구를 더럽히는 일이라는 것이다. 머리 한 번 덜 감으면 그만큼, 또 빨래를 한 번 덜하는 그만큼 샴푸나 세제를 적게 쓰는 결과가 되고 지구의 수질은 우리가 덜 쓴 만큼 깨끗해질 수 있다. 깨끗하게 사는 것이 좋은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결벽증이 증폭되는 게 아니겠느냐, 그렇다면 깨끗하게 사는 것은 지구를 그만큼 오염시키는 나쁜 것이다 라는 인식이 있다면 좀 마음 놓고 게을러져도 좋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런 경우와 같이 열심히 살고 부지런을 떠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라고 전제를 한다면 어떨까?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아침형 인간을 찬미하고 부지런함을 높이 샀기 때문에 뭔가 열심히 사는 사람을 높이 보는 면이 있었다. 여기 이런 사람들은 어떨까. 군대 복무하면서 대학원을 이수하고 시간을 아낌 없이 썼다는 사실에 뿌듯해 하고,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서 날마다 비빔밥을 먹으면서 공부를 열심히 해서 다른 사람은 한 번 붙기도 어려운 고시 3과를 모조리 다 붙는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여러 보직을 두루 맡는 바람에 그 바쁜 가운데서도 제자들과 협력하여 논문을 해마다 발표하고 신문에 칼럼도 쓰는 교수님도 부지런한 것으로 치면 단연 일등일 것이다. 그 외에도 다른 사람들은 직장 하나도 구하기 어려운데 엄연히 탄탄한 직장을 가지고 있으면서 대기업의 사외 이사도 되어 억대의 연봉을 가져가고, 국회의원이 되고도 또 다른 직업도 끌어나가는 슈퍼맨들이 우리 사회에는 너무 많은 것 같다.

남들 하는 정년을 했으면 그냥 좀 여유롭게 지내면 무슨 인생의 낙오자라도 되는 것처럼 능력 있다는 사람은 낙하산을 타고 이곳저곳에 내려앉아서 별별 이상한 X피아라는 조어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 사람들은 그야말로 <보람찬 인생>을 사는 걸까?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다면 다른 사람을 위해서 사양하는 마음이라도 가져야 할 사람들이 더 나서서 명예를 추구하고 더 많은 권력을 탐내는 것은 추한 것이다. 말이야 노익장이니 열정을 가진 <보람찬 인생>이니 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전형적인 속물들인 것이다. 어쨌든 평균적인 사람들보다 게으름 부리기를 좋아하는 우리집 식구들이 이런 경우의 사람들에게 붙여준 말이 있는데 <하고잽이>라는 말이다. 뭐든지 자기가 나서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나이 들고도 <하고잽이> 병에 걸리면 누구도 못 말린다. 특히 너무 나이 든 정치가들이 구시대의 멘탈로 권력을 휘두르는 것은 더 보기 부담스럽다. 할 수 있다면 정치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정년이라는 나이 제한을 두자고 제안하고 싶다.

아마도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틀림없이 어릴 때는 엄친아로 동네 엄마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을 것이고 승승장구하여 지금 우리나라의 근간을 이루고 있을 것이다. 그 좋은 머리와 근면 성실함으로 조직에 잘 스며들어 관행으로 내려오는 떡값이나 뒷돈을 표나지 않게 자연스럽게 받을 줄도 알고 인간성 좋고 마당발이고 조직의 이익을 위해서는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출세가도가 탄탄대로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런 맥락에서 도대체 출세를 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이며 그리고 정말 최고로 출세를 하여 대통령이 되었다 한들 온갖 사람들에게서 욕이나 얻어 먹고 그 주변 인물들은 감옥에 가는 이런 출세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을 <보람찬 인생>으로 만들기 위해서 어쩌면 누군가의 인생에 꼭 필요한 일을 구하지 못하도록 방해를 한 것은 아닐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야 한다. 다 같이 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지나친 열심과 부지런함과 마당발과 기타 등등 극성스런 <보람찬 인생>은 금지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 이제부터 좀 느긋하게 좀 덜 부지런하게 또 좀 덜 보람차게 주말에도 집에서 좀 뒹굴거릴 수 있는 자유라도 누리고 다 같이 한 템포씩 느리게 갈 수 있는 부지런 금지법을 만드는 건 어떨까?

노자의 도덕경에 이런 말이 있단다. 최선을 다하지 마라,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공부도 그렇다.

해석이야 여러분 맘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