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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6월 23일 12시 18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8월 23일 14시 12분 KST

혼자서도 잘 사는 사람이 둘이서도 잘 살 수 있다

우리나라 남자의 DNA에는 좀 모자라는 유전자가 남아있는 걸까? 둘이 같이 유학 가서 공부를 하거나 직장생활을 할 때 다른 나라의 사회상을 보고 그들이 사는 것처럼 잘 맞추며 지내다가도 한국에 돌아오면 도로 국내용 남편이 되어버린다는 하소연을 제법 들었다. 성인(남자나 여자나)이 자기가 먹을 밥도 해결하지 못하고 일상을 다른 누구에게 기대어서 슬쩍 얹혀 가려고 하는 것은 염치 없는 짓이다. 진보적임을 자처하는 사람도 정치적인 면이나 다른 부분은 상당히 진보적이다가도 이런 일상의 문제로 돌아와서는 자진해서 집안 살림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이런 사람은 가짜 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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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적인 1950년대에는 우리나라의 위생관념이 아주 형편없어서 파리가 밥 위에 앉아 있는 것쯤은 예사로 생각했다. 하긴 GDP 60달러 세계 최빈국인 판에 위생 따져서 먹고 안 먹고 결정할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국민학교(초등학교) 다닐 때는 학교에서 숙제로 파리 잡아오기 같은 걸 시켰다. 그러면 빈 성냥갑 한가득 파리를 잡아 가야 했다. 쥐꼬리 가져오기, 단체로 회충약 먹기, 머리에 DDT 뿌리기(환경적으로 꼭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등등, 지금 생각해 보면 전체적인 국민의 위생관념을 높이기 위해서 어쨌든 사회가 나서서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도록 꾸준히 계도를 해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선조들이 현대인보다 인간적 성숙도가 더 높았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옛사람들은 교육시스템도 별 발달해 있지 않았던 시대에 주로 듣게 되는 말이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 효도하고 형제 간에 우애 있게 지내라는 주문이었던 가운데 자랐다. 즉 사회적 합의가 일반 대중들의 격을 이끌어 갔다고 할 수 있겠다.

그 50년대에 우리나라에 왔던 외국인들의 눈에 희한하게 비쳤던 광경은 남자는 혼자 팔을 휘저으며 앞서가고 여자는 애기를 업고 머리에 무거운 보따리를 이고 한 손에 또 다른 보따리를 들고 가는 모습이었다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광경이 당연한 걸로 생각되었기 때문에 그러려니 했을 것이다. 즉 그 시대정신에 하나도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는 말이다. 아니 여자가 힘들까 봐 아이라도 안고 갔다가는 오히려 더 창피할 것 같은 분위기였을 게다.

다 집집마다 그렇게 키웠다기보다는 그 당시의 사회 분위기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남자는 상머슴의 대접을 받으면서 그 힘으로 농사를 지어 존중을 받았기 때문이며 어쨌든 남자가 여자보다 끕이 높았던 것이다. 점차로 사회가 발전하면서 이런 남녀관계도 서서히 바뀌어 갔는데 우리가 젊었을 때도 맞벌이를 하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 대부분의 여자들이 전업주부로 살았기 때문에 남자들의 가부장적인 권위의식은 50년대와 오십보 백보 정도의 차이였다.

사회적 분위기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게 작용하는가 하면 5.16 이후 공무원으로서 축첩을 한 사람은 잘렸다. 이제 첩을 거느리는 것은 불법이고 비도덕적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생긴 것이다. 그 전에는 능력 있는 남자라면 으레 훈장처럼 첩을 두었던 것이다. 이후로는 공공연히 첩이 있다고 자랑할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그러나 조상들의 DNA가 그렇게 쉽게 없어질 리가 있겠는가. 지금은 맞벌이로 둘이 똑같은 경제활동을 함에도 불구하고 가사일은 여자의 몫이라고 생각해서 남자가 자기집 일을 하면서도 꼭 아내를 위해서 해 주는 것처럼 굴고. 그러다가 수 틀리면 그 역할마저도 내팽개치는 것이 다반사라고 한다. 게다가 시어머니라는 사람이 자기 아들 아침밥은 꼭 해 먹이라는 주문을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출근 준비를 하려면 여자가 머리도 더 길고 화장도 해야 하니 할 일이 더 많은 것 아닌가?

어느 글에서 보니까 중국에는 수많은 소수민족이 있는데 결혼 상대자로 제일 인기 없는 신랑감이 조선족 남자라는 것이다. 조선족 남자는 결혼을 하고도 게으르고 무능력하면서도 여자에게 큰소리나 친다는 것인데 거기에 비해서 조선족 여자는 어떤 민족과 결혼해도 생활력 강하고 부지런해서 신부감으로 인기가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 남자의 DNA에는 이런 좀 모자라는 유전자가 남아있는 걸까? 둘이 같이 유학 가서 공부를 하거나 직장생활을 할 때 다른 나라의 사회상을 보고 그들이 사는 것처럼 잘 맞추며 지내다가도 한국에 돌아오면 도로 국내용 남편이 되어버린다는 하소연을 제법 들었다. 어느 나라 남자나 여자들보다 살림 사는 소질이 좀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아, 차별적인 이야기가 아니고 인류의 발달 과정상 그럴 수 있다는 가정하에) 지금의 시대는 무작정 남성적 힘만으로 돌아가는 시대도 아니고 남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여자도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처럼, 남자도 일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은 몸에 익히려고 노력해야 한다. 세상의 거의 모든 일류 호텔 주방장은 남자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뭐든 할 수 있다.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는 사람만이 둘이서도 잘 살 수 있다.

여기 외국여행을 하면서 여행기나 관찰기를 자신의 블로그에 쓰는 사람의 글을 일부 인용하겠다.(양해를 구하지 못하였으므로 죄송하단 말씀을 해둔다.) 어쩌다가 한국인들끼리 숙식을 해결하는 공동체에서 생활하게 될 경우에 꼭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했다.

처음엔 여자들이 밥 안 해먹고 맨날 굶거나 외식이나 하는 남자들을 불쌍히 여겨 호의를 베푸는 의미에서 같이 식사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정도로 시작하지만 시나브로 남자들이 '나도 식비 낼 테니 같이 밥 해먹자'를 던지며 개미지옥 같은 레이스가 시작된다. 그 말로는 두말할 것도 없다. 남자들은 식비만 내고 요리는 안 하며 마치 상전처럼 "아 오늘 매운 게 땡기네. 닭찜 해먹을까?" 이딴 소리를 찍찍 해대는 것이다. 돈만 내면 자기 할 일 다 했다고 생각하고 그나마 사회생활상 체면을 생각해 설거지 정도는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들이 하는 설거지 퀄리티를 보면 한숨만 나올 뿐이고 그나마도 말로만 '좀 있다 할게 내일 할게' 하고서 쳐 쌓아놓는 경우도 많다. 결국 답답한 사람이 나서서 한다...

이런 염치없는 생활 태도를 보이는 남자나 돈 들여서 외국까지 나가서 이걸 또 인간성 좋은 여성적 태도인줄 알고 남자들 밥이나 해 먹이고 있는 여자나 거기서 거기 같다만, 우리사회가 그렇게 만든 부분이 있다는 거다. 여기서 여자가 나는 그렇게 못하겠다 하고 혼자서 식생활을 해결하고 어울리지 못하면, 저래서는 사회생활을 못할 거네, 속아지가 못돼 먹어서 그렇네, 인간성이 덜 되었네 하는 말들이 나온다는 거다. 제발 여자들은 우렁각시 DNA를 좀 떨쳐버리고, 남자들은 사람으로서 노동력의 n분의 1만큼을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는 생각을 머릿속에 각인시켰으면 좋겠다. 그렇잖아도 동남아 여자들과 국제결혼 한 사람 중에 그렇게 힘 들이고 돈 들이고 멀리까지 가는 수고를 해서 데리고 온 여자를 구타하거나 무능하게 굴어서 국제적으로 망신을 사는 경우도 많은 데다, 코피노나 라이따이한들의 소문을 듣고 보면 우리나라 남자들의 DNA에 좀 문제 있는 부분이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성인(남자나 여자나)이 자기가 먹을 밥도 해결하지 못하고 일상을 다른 누구에게 기대어서 슬쩍 얹혀 가려고 하는 것은 염치 없는 짓이다. 이러한 것들은 이미 유치원에서 모두 다 배웠다. 아침에 일어나면 침구를 정리한다. 세수하고 이 닦고 손은 깨끗이 씻는다. 물건은 제자리에 둔다. 내가 만든 쓰레기는 내가 치운다. 내 식판은 내가 들어다 먹는다. 친구하고 사이 좋게 지낸다. OK?

진보적임을 자처하는 사람도 정치적인 면이나 다른 부분은 상당히 진보적이다가도 이런 일상의 문제로 돌아와서는 자진해서 집안 살림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이런 사람은 가짜 진보다. 그러니 어느 일부 사람들의 생각만으로는 안 되고 이런 것은 사회 전체 분위기가 바뀌어야 다 같이 개선될 것 같다. 그런데 그 역할을 해주어야 할 방송의 드라마를 보면 돈 좀 벌어둔 것 같은 중년의 시어머니 자리가 어떻게나 당당한지 그 그악스러움에 나도 움찔할 때가 많다. 남편이라는 사람이 부엌일 바쁜 아내에게 "물 한잔 줘" 하는 장면을 연출하지 않나, 게다가 친정 어머니는 딸의 A/S나 하려고 존재하는 것처럼 그려놓는다.

우리의 아들 딸들이 시집 장가 가서 아들 딸 낳고 잘 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려면(출산율을 높여야 한다매?) 우리나라의 드라마부터 뜯어 고쳐야 할 것 같다. 연애 매뉴얼만 늘어 놓지 말고. 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