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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24일 10시 22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1월 30일 14시 48분 KST

아이디어 사칙연산 | 머리 비우기

머리가 빈 것은 부정적인 뜻으로 많이 쓰인다. 하지만 분명 머리를 비워야 할 때도 있다. 만화 <슬램덩크>에서 농구 감독인 안선생님은 작전 타임에 북산고 선수들을 불러놓고 말한다. "생각이 지나친 건 좋지 않아요. 발이 멈춰져 버리니까."

영어에 에어헤드airhead라는 말이 있다. 두뇌가 있어야 할 자리에 공기만 들어찬 머리. 멍청이라는 뜻이다. 우리 속어에도 '머리가 비었다'는 표현이 있다. 머리가 빈 것은 부정적인 뜻으로 많이 쓰인다. 하지만 분명 머리를 비워야 할 때도 있다.

만화 <슬램덩크>에서 농구 감독인 안선생님은 작전 타임에 북산고 선수들을 불러놓고 말한다.

"생각이 지나친 건 좋지 않아요. 발이 멈춰져 버리니까."

같은 작가의 다른 만화 <배가본드>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마음이 무언가에 사로잡히면, 검은 뽑히지 않는다."

피그마 테이블 미술관 '생각하는 사람' 가동 피규어

신중하고 머리에 든 게 많은 것이 항상 미덕인 건 아니다. 때론 머리를 비우는 것이 좋은 아이디어다. 이성과 의식의 족쇄를 적절히 풀어주는 것은 감각, 직관, 본능이 활발히 피어오르게 한다. 많은 예술가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을 가장 적극적으로 실험한 사람들은 브르통, 콕토, 달리, 에른스트 등 초현실주의자들일 것이다. 프로이트의 영향을 많이 받은 그들은 오토마티즘(자동기술법) 등의 기법으로 의식의 개입 없이 무의식의 세계를 해방하고 그것을 그대로 표현하려는 시도를 많이 했다. 의식적으로 의식을 막은 것이다.

비틀스의 아름다운 노래들 중에는 마리화나와 LSD의 도움으로 의식을 몽롱하게 했기에 탄생한 것들도 많다. LSD가 없었다면 롤링 스톤 매거진이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중음악 음반으로 꼽은 비틀즈의 [Sgt. Pepper's lonely heart club band]도 없었을 것이다.

최근 요가를 시작했는데, 요가 선생님은 이런 말씀을 계속 하신다. "머리를 비우세요. 아무 생각도 하지 마세요. 호흡에만 집중하세요." 요가는 특정한 자세로 몸과 마음을 수련하여 '무아지경'으로 나아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무아지경이란 정신이 집중되어 스스로를 잊고 있는 경지를 뜻한다. '나'라는 의식을 잊고 우주와 합일되는 경지인 것이다. '나'라는 의식 또한 번뇌다.

뉴욕 유명 레스토랑의 분주한 주방을 엿볼 수 있는 책 <앗 뜨거워>에는 이런 부분이 나온다. ""(새로 투입된 직원에 대해) 안타깝게도 그녀는 시집을 낸 시인이에요." 더 무슨 설명이 필요하냐는 투였다. "생각이 너무 많아요."" 요리책으로는 요리를 배울 수 없다는 말도 나온다. 어떤 느낌, 냄새를 기억에 저장될 때까지 반복해서 몸으로 경험하는 것만이 진정한 수업이라는 것이다. "요리학교에서는 칼을 쓰는 기술을 익히지 못해요. 왜냐하면 거기서는 양파를 여섯 알밖에 주지 않으니까. 양파 여섯 개는 아무리 집중을 해봐야 여섯 개일 뿐이고, 100개를 자르는 것만큼 배울 순 없어요."

다음은 구광렬의 <자벌레>라는 시의 부분이다.

자벌레는 한 발자국이 몸의 길이다/ 한 발자국을 떼기 위해 온몸을/ 접었다 폈다 한다/ 자벌레라 불리지만 거리를 재지도/ 셈을 하지도 않는다/(...) 한 발자국이 몸의 길이인 자벌레는/ 모자라는 것도 남는 것도/ 모두 다른 몸의 것이라 생각하며/ 몸이 삶의 잣대인 자벌레는/ 생각도 몸으로 하기 때문이다

머리에만 뭔가가 들어있는 것은 아니다. 머리를 잘 비우면 몸에 무언가가 깃든다. 그것은 종종, 머리에 든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