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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6월 30일 14시 58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6월 30일 14시 12분 KST

조용한 교육혁명, 2기 진보교육감 1년을 맞이하여

대한민국의 희망지도를 만들면 유난히 빛나는 곳이 있다. 13명의 진보교육감들이다. 이분들의 리더십아래 전국에서 조용한 혁명이 진행 중이다. 민주시민교육, 문제해결식 협동교육, 행복교육을 3대기치로 엘리트교육, 문제풀이 경쟁교육, 불행교육을 극복하기 위한 거대한 변화가 진행 중이다. 지역사정이 다르고 교육감개성도 다르지만 거의 동일한 상황 인식과 문제 진단에 입각해서 거의 동일한 처방전으로 교육개혁과 학교혁신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Shutterstock / hxdbzxy

사방을 둘러봐도 희망이 안 보인다. 메르스 공포가 진정 국면에 들어서자 정치권은 또다시 국민의 민생과 동떨어진 내부권력다툼에 골몰한다. 대통령은 여야합의로 통과된 국회법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여당국회의원을 윽박지른다. 본인 스스로 야당시절 동일법안을 두 번이나 지지한 전력이 있지만 내가 하면 권력분립이요, 남이 하면 국정마비라는 데 할 말을 잃는다. 이 사태와 관련하여 대통령은 직접 여당원내대표를 배신자로 지목하며 사퇴를 압박하는 진풍경을 연출한다. 채동욱 검찰총장 찍어내기에 이어 두 번째다. 공약파기로 대국민 배신의 정치를 일삼는 대통령이 여당원내대표의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달란다. 이런 정치적 발언은 반드시 머지않아 대통령에게 부메랑이 돼 되돌아갈 테지만 아직은 검찰과 경찰, 국정원과 방송을 장악하고 있어 겁날 것 없단다. 여당의 친박·비박 싸움에 국민은 없다.

그런가하면 거대야당에선 막 띄운 혁신위가 무색하게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사무총장 인선을 놓고 으르렁거린다. 친노와 비노 싸움에도 국민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자신의 기득권부터 용감하게 버리고 새 출발하는 노무현 정신이나 큰 비전과 정책으로 집요하게 승부하는 김대중 정신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여당이건 야당이건 경제양극화와 경기침체로 80% 이상의 국민, 특히 청년층이 심각하게 허덕이는 상황이지만 이런 민생정책의 문제로 계파 경쟁이나 권력 다툼이 일어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래도 대한민국의 희망지도를 만들면 유난히 빛나는 곳이 있다. 13명의 진보교육감들이다. 이분들의 리더십아래 전국에서 조용한 혁명이 진행 중이다. 민주시민교육, 문제해결식 협동교육, 행복교육을 3대기치로 엘리트교육, 문제풀이 경쟁교육, 불행교육을 극복하기 위한 거대한 변화가 진행 중이다. 지역사정이 다르고 교육감개성도 다르지만 거의 동일한 상황 인식과 문제 진단에 입각해서 거의 동일한 처방전으로 교육개혁과 학교혁신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진도와 속도는 개성과 솜씨에 따라 제각기지만 1기 때의 실천사례와 시행착오를 밑거름 삼아 큰 과오 없이 진행 중이라고 할 수 있다.

2기 직선교육감 1주년을 맞은 현재, 박근혜정권발 교육현안이 산적해있다. 우선 전교조법외노조화와 누리과정예산문제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국사국정교과서화와 초등학교 한자병기방침 등 박근혜표 교육과정개악 밀어붙이기와 농어산촌 소규모학교의 통폐합방침도 힘을 모아 대처해야 한다. 조희연 서울교육감 표적기소와 교육감직선제폐지움직임도 공동의 노력으로 차단해야 한다. 끝으로 시행령에 의한 교육부의 교육자치 침해(자사고 지정취소 관련 시행령 개악 등)도 법의 지배가 대통령령의 지배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개정국회법 거부권행사국면에서 다시 강력한 문제제기가 필요하다.

이상하게도 이상의 모든 중대현안에 대해 지방교육정부수장인 진보교육감들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전국교육감협의회가 존재감을 갖고 목소리를 내는 것도 아니다. 진보교육감이 압도적임에도 불구하고 교육감협의회는 과거처럼 비정치적 교육정책과 교육행정 사안에서 교육감들이 겪는 집단고충과 온건한 해법을 교육부에 건의하는 정도로 스스로의 위상과 역할을 축소하고 있다. 교육지방자치를 목청높이면서도 정작 교육지방자치를 위협하는 중앙정부의 갖가지 정책과 현안에 대해 적극적인 행위자나 발언자가 되지 못한 지난 1년의 상황을 깊이 있게 성찰해야 할 시점이다.

진보교육감들은 대국민, 대정부, 대국회, 대사회 설득과 투쟁에서 강력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특히 야당대표와 국회의원들과 상황인식과 문제의식을 공유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싸움도 타협도 힘을 갖게 된다. 진보교육감들은 아이들의 순진한 눈망울 외에는 두려워할 게 없다. 13개 진보교육감은 학생, 교사, 시설, 예산의 85%를 책임지는 막중한 권한과 책임을 갖는다. 앞으로 어느 때도 지금의 13:4 구도보다 더 강력하고 좋을 순 없을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전부와 부산 경남 충남북까지 몽땅 차지하기란 정말 만만치 않을 것이다. 국민과 시대가 교육의 대변화를 요구하기 때문에 그 기대가 모아져서 나온 결과인 만큼 결코 그 기대를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

4인의 보수교육감을 껴안고 가기 위해 함께할 기회를 주되 그들이 함께하지 않는다고 진보교육감들이 함께하는 자리를 피한다면 그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을 것이다. 지역의 정치적 사정이나 특수성을 내세워 각자도생의 길을 가기 시작하면 서울, 부산, 인천, 광주, 세종시를 책임지고 경기, 경남, 전남북, 충남북, 강원, 제주를 석권했어도 진보교육감들이 전국적 차원의 존재감과 권위 있는 목소리를 갖는 것이 불가능하다. 시민 개인도 그렇지만 선출직 교육감도 흩어지면 죽고 뭉쳐야 산다. 뭉쳐야만 공교육의 구체제를 극복하고 공교육의 새 표준을 만들어내는 역사적 책무를 다할 수 있다. 누리과정사태는 이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가장 최근의 사례일 뿐이다.

진보교육감이 3/4도 넘는 지금의 교육감협의회는 진보교육감의 주도로 대학입시제도와 대학서열화체제, 기능인력 양성제도와 산학협력체계, 노동시장양극화와 경제양극화문제 등 유초중고교육에 영향을 미치는 더 큰 사회경제적 현안과 쟁점, 비전과 전략에 대해 가장 미래지향적이고 가장 균형 잡힌 의견을 가장 권위 있게 적극적으로 발언해야 한다. 모든 기회를 동원하여 교육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현안들에 대해 의견을 모아내야 한다. 2기 교육감협의회는 이렇게 할 수 있는 여건이 최초로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역사적 직무유기를 범한 것으로 평가될 것이다.

다시 말하거니와 공교육은 물론 교육에 영향 미치는 부문에 대해 국민들이 관심 갖고 경청할 내용을 권위 있게 만들어낼 수 있는 존재로 현재의 정치지형에선 진보교육감집단만한 게 없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지방자치 등 어떤 영역을 둘러봐도 진보측이 13대4로 압도적인 권력을 보유한 부문은 교육밖에 없다. 서울 경기 인천 부산 경남을 석권한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더욱이 교육의제 설정이나 교육혁신 실천에서 보수교육감이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진보교육감의 무게는 85%를 넘어 사실상 100%다. 교육감=진보교육감인 상황인 셈이다. 만일 진보교육감의 주도로 의미 있고 실질적인 교육의 진보, 특히 미래교육의 비전과 전략에 대한 범사회적 합의를 이뤄내지 못한다면 2기 진보교육감들은 역사적 책무와 정치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책임추궁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

정치가 실종되어 국민들이 기댈 곳 없는 작금의 상황은 오랜 가뭄으로 타들어가는 황량한 대지와 바닥을 보이는 강줄기를 보는 듯하다. 교육혁신의 발목을 잡으려는 정부의 횡포에 진보교육감들이 굳센 연대로 당당히 맞서는 것은 교육을 살리는 일이자 희망을 잃은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진보교육감들의 헌신 덕에 메마른 대지에 혁신교육의 싹이 자라고 있다. 그 싹이 크고 튼튼한 나무로 자라기를 바라는 것은 모든 이들의 소망이기도 하다. 혁신교육의 싹을 지키고 키워내기 위한 진보교육감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하며, 진보교육감 2기 두 번째 해를 시작하게 될 분들께 지금은 진보교육감들이 협력과 소통의 혁신교육 철학을 굳건하고 체계적인 교육감 연대로 실천해야 할 때란 말씀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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