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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1월 13일 07시 01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3월 15일 14시 12분 KST

응답하라, 쌍용차!

쌍용차 사태는 터무니없는 대법판결 이후 더 어려운 방정식 속으로 들어갔다. 누구도 더는 회사의 '법적책임'을 추궁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곪아터진 정리해고의 상처를 치유하는 난제를 풀어야 한다. 여전히 해고노동자들의 복직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신차 티볼리가 잘 팔려야 한다. 회사 측도 티볼리가 15만대 이상 팔리면 재고용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복직조건부 티볼리 구매운동은 이런 상황에서 역발상으로 현황을 타개해보려는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고육지책이다.

티볼리 / 쌍용차

'김정욱, 이창근이 만드는 티볼리를 타고 싶어요'라는 시민사회의 요구에 쌍용차가 응답해야 하는 이유

시작은 이효리였다. '신차 티볼리가 잘 팔려서 김정욱, 이창근이 굴뚝에서 내려오고 해고노동자들이 전원 복직하면 좋겠다, 그런 날이 오면 비키니 입고 거리에서 춤을 추겠다'는 트윗을 날렸다. 내친 김에 무료로 티볼리 광고모델도 하겠다고 제안했다. 누리꾼들이 환호했다. 쌍용차 경영진은 겁먹은 표정으로 이효리의 무료광고 모델을 거부했다. 이번에는 배우 김의성이 받았다. 1월11일 일요일 낮12시에 집에서 가까운 기차역이나 전철역 앞에서 '이창근, 김정욱이 만드는 티볼리를 타고 싶어요'라는 손팻말을 들고 1인시위에 나설 '역전의 용자들'을 모집한다고 트윗터에 공지했다.

누리꾼들의 반응으로 굴뚝 3개가 나란히 서있는 것 같은 1월11일이 졸지에 '쌍용차해고노동자를 위한 굴뚝 데이'가 됐다. 많은 '역전의 용자들'이 손팻말 1인 시위로 쌍용차 해고노동자 응원에 나섰다. 회사 손을 들어준 대법원판결로 책임추궁 동력이 뚝 떨어졌던 쌍용차문제는 결국 이창근, 김정욱 두 해고노동자의 칼바람 고공굴뚝농성 돌입으로 이효리와 김의성, 오체투지 행진단을 불러내며 사회적 의제로 다시 살아났다. 이 과정에서 새롭게 등장한 것이 '김정욱, 이창근이 만드는 티볼리를 타고 싶어요'라는 절묘한 티볼리 광고구호다. 그저 '타고 싶다'고만 했는데도 해고노동자의 선(先)복직을 요구하는 연대운동의 구호임이 분명하다. '사자'거나 '사지 말자'는 말이 전혀 없는데도 반드시 구매운동 혹은 불매운동을 떠올리게 한다. 참 신선하고 매력적인 구호다.

SNS상의 반응도 구매운동과 불매운동 사이의 넓은 스펙트럼에 걸쳐있다. 예를 들면 "제 생애 첫 차는 두 분이 만든 티볼리예요." "새 차 사지 않고 기다릴게요." "굴뚝 위 두 사람이 복직되지 않는다면 티볼리 구매생각을 접겠습니다." "티볼리 구매운동이 불매운동으로 바뀌지 않게 해주세요." 등이 대표적이다. 각자의 처지에 따라 '복직 후 구매의사'나 '복직 전 불매의사'를 다양하게 풀어내고 있는 셈이다. 양가반응의 내용을 좀 더 뜯어보면 당장 티볼리를 사주자는 적극적 구매운동의 성격보다는 복직시점까지 구매의사를 유보하자는 소극적 불매운동의 성격이 강하다. 지금의 복직조건부 구매운동의 구호가 향후 적극적 구매운동의 구호로 바뀔지, 적극적 불매운동의 구호로 바뀔지는 일차적으로 쌍용차경영진의 반응에 달려있다.

깨어있는 시민들이 노골적인 불매운동의 언어를 피하는 것은 쌍용차가 잘 팔려야만 전원복직이 용이할 것이라는 냉정한 현실인식 때문이다. 쌍용차 사태는 터무니없는 대법판결 이후 더 어려운 방정식 속으로 들어갔다. 누구도 더는 회사의 '법적책임'을 추궁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곪아터진 정리해고의 상처를 치유하는 난제를 풀어야 한다. 여전히 해고노동자들의 복직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신차 티볼리가 잘 팔려야 한다. 회사 측도 티볼리가 15만대 이상 팔리면 재고용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복직조건부 티볼리 구매운동은 이런 상황에서 역발상으로 현황을 타개해보려는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고육지책이다.

굳이 따지자면 쌍용차에 대해서는 구매운동이 아니라 불매운동을 해야 마땅하다. 쌍용차 경영진은 굴뚝농성자들의 무조건적 대화제의에 먼저 내려와야 대화가 가능하다'며 사실상 거부했다. 오히려 굴뚝농성 하루당 200만원씩 손해배상금을 부과하겠다는 공식입장을 밝혔을 만큼 속이 좁다. 오랫동안 엄청난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는 대기업으로서 마땅히 가져야할 사회책임의식을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든 대화와 상생으로 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하려는 적극의지가 읽히지 않는다. 국내외에서 쌍용차사태를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을 극복하고 회사를 멋지게 키울만한 안목도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불매운동은 성공하기가 아주 어렵다. 일반적으로 불매운동이 성공하려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일반시민과 소비자가 불매운동의 명분에 공감해야 한다.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것이 도덕적,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느껴야 한다. 둘째, 소비자에게 다른 선택지가 많아야 한다. 경쟁력 있는 동종제품이 존재하고 브랜드 충성도가 낮을수록 성공가능성이 높아진다. 셋째, 불매운동의 결과로 제조사나 판매사가 심대한 타격을 받아야 한다. 당연히 불매운동 대상제품의 매출 비중이 높을수록 실효성이 높아진다.

드물게도 쌍용차는 불매운동의 성공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도 쌍용차는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된지 오래다. 지난 6년 동안 무려 26명의 쌍용차해고자가 자살과 투병으로 이승을 등지는 최악의 상황을 지켜보며 우리사회는 쌍용차가 노동시간과 임금조정 등 대화와 협상, 양보로 해고자 전원을 복직시키는 아름다운 모습을 꿈꿔왔다. 설령 대법원판결이후 이것이 쌍용차의 법적책임이 아니라 할지라도 사회책임이라는 데는 변함이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차 티볼리와 유사한 가격대의 동급동종의 차량이 여럿 나와 있기 때문에 굳이 쌍용차를 고집할 유인이 없다. 쌍용차의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것도 아니다. '메이저'업체도 아닌데다 한번 망하면서 곤두박질쳤고 정리해고의 아이콘으로 각인되며 더 그렇게 됐다. 불매운동의 결과로 사회적 평판이 악화되면 그나마 호감을 가진 소비자도 흔들리기 쉽다. 쌍용차 입장에서도 5년 만에 내놓는 티볼리 신차의 성공여부는 사활이 달려있는 사안이다. 더욱이 회생의 야심작 티볼리가 막 출시되는 시점이라 불매운동은 어느 때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한마디로 쌍용차 불매운동은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내가 바라는 것은 쌍용차 불매운동이 아니다. 오히려 전원복직을 전제로 한 적극적 구매운동이다. 지금 한국사회는 크고 작은 권력의 비이성적 행태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 특히 대기업의 사회책임 각성과 실천에 목마르다. 쌍용차사태에서 땅콩회항사태에 이르기까지 시대정신은 대기업에 노동권 보장과 사회책임 이행을 위한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노력을 요구한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꿈꾸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어떤 대기업보다도 쌍용차가 이런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우리사회에 큰 감동과 울림을 주길 꿈꾼다. 쌍용차사태의 고차방정식을 풀기 위해 드디어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정의로운 고통분담에 합의하며 굴뚝농성을 멈추고 전원복직이 실현되는 꿈을 꾼다. 이미 시민사회는 이런 꿈을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 구매운동까지 생각해내며 쌍용차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제 쌍용차가 조건 없는 대화와 협상으로 진지하게 화답할 때다.

마침 티볼리 신차가 평이 좋기 때문에 '같은 값이면 티볼리'를 사려는 수많은 선량한 시민들이 기다리고 있다. 쌍용차가 진정성 있게 움직이면 평범한 시민들이 쌍용차사태의 원만한 타결에 꼭 필요한 적극적 구매운동에 나설 것이다. 그렇게 해서 대통령과 노사정위도, 국회와 대법원도 해결하지 못했던 쌍용차정리해고의 응어리진 한과 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깊은 상처를 연대하는 시민의 힘으로 보란 듯이 치유할 것이다. 이렇게 해서 대기업도 더 이상 무책임한 정리해고를 자제하고 온 사회가 한 단계 성숙해지는 꿈을 꾼다.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꿈이 아닌가. 응답하라, 쌍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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