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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1월 03일 05시 14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3월 05일 14시 12분 KST

재벌총수 가석방이 특혜가 안 되려면

비리재벌에 대한 특혜적 성격은 형기의 70% 이상 복역한 경제사범을 모두 풀어줘도 해소되지 않는다. 형기 48%를 채운 최태원 회장을 풀어주려면 형기의 50%를 넘긴 경제사범을 다 풀어줘야만 특혜논란이 멈출 수 있다. 혹시 형기 50% 정도를 채운 재벌총수 가석방을 위해 형기 50%대 경제사범 가석방 끼워 팔기를 오는 설명절이나 3.1절에 예외적으로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어떻게든 의리를 지키려는 의지는 가상하나 그로 인해 무너질 교정행정의 신뢰문제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연합뉴스

꼼수 부리지 말고 가석방정책을 근본수정하라

"우리 법에는 형기 1/3이 경과하면 의무적으로 가석방여부를 심사하라고 돼있습니다. 모범적인 수형생활을 하는 이상 특단의 사유가 없으면 그때 보호관찰을 붙여 내보내주라는 거지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형기 1/3 시점에서 가석방되는 비율은 아직도 80%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것을 우리당국은 교정정책의 엄중한 실패로 인식하고 가석방비율을 한층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13년 전 캐나다 교도소를 방문했을 때 교도소장이 하는 얘기는 신선한 충격과 자극이었다. 처음에는 내 귀를 의심했으나 생각할수록 올바른 교정정책이라는 판단이 섰다.      

우리형법도 형기 1/3을 지나면 가석방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럼에도 교정당국은 이 조항을 형기 33.3%를 지나지 않는 이상  가석방을 하지 말라는 소극적인 뜻으로만 해석해왔다. 형기 1/3을 넘기면 가석방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보라는 식의 해석은 꿈도 꾸지 않았다. 그 결과 지난 반세기 넘게 교정당국은 형기의 2/3, 정확하게는 70%가 지나야만 가석방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법무부 공식통계에 따르면 지난 7년 반 동안 실시된 5만6828건의 가석방 중 13건의 예외를 뺀 99.98%(5만6815건)가 형기 70%이상을 복역한 경우다. 따지고 보면 형기 70%대 가석방도 7.82%에 지나지 않고 형기 80%이상을 채운 수형자가 무려 92.16%에 달한다. 이 통계가 웅변하듯이 형기의 80%를 채우지 못한 수형자에게 지금까지 가석방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형기의 48%를 채웠을 뿐인 최태원 회장에게도 동일하다.     

국회가 형기 33.4%부터 가능하도록 법률로 정한 가석방을 법무부가 형기 70%부터 가능하도록 예규를 만들어 운영해온 것은 잘못이다. 아무리 좋게 봐주고 싶어도 법의 취지를 전혀 살려내지 못한 직무태만이며 보신주의 법집행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이제라도 최소한 초범의 단기형 모범수에 대해서는 형기 33.4% 경과시점부터 가석방을 할 수 있도록 관련규정을 바꿔야 한다. 물론 형기나 범수에서 좀 더 중한 범주의 수형자에 대해서도 가석방에 필요한 형기경과비율을 지금보다 2,30%포인트 이상 대폭 하향조정해야 마땅하다. 그리하여 지금처럼 가석방의 92%를 형기 80% 이상이 차지할 게 아니라 형기 80% 미만이 차지하도록 가석방업무지침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이래야 수형자의 사회복귀가 용이해지고, 이래야 과밀수용이 해소되며, 이래야 맞춤형교정으로 재사회화를 지원하고, 이래야 재범률을 낮출 수 있다. 응보적 정의의 관점에서는 징역형이 너무 짧아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파렴치한 형사범에게도 자유박탈보다는 명예추락이 더 큰 벌일 것이다. 만약 사법과정과 언론보도를 통해 파렴치한 짓이 주변에 알려져 사회적으로 명예와 평판이 추락하는 것이 제일 큰 벌이라면 자유박탈의 장기화에 대해서는 비교적 유연하게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형기의 7,80% 경과요건으로 말미암은 자유박탈의 장기화는 응보형의 관점에서는 의미가 있어도 교화와 사회복귀, 교정비용의 관점에서는 득보다 실이 많다. 교도소는 특성상 고비용일 뿐 아니라 자칫 범죄학교로 기능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두루 감안하여 인류가 오랜 세월 진화하며 터득한 교정정책이 바로 보호관찰조건부 가석방제도다. 즉,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시간과 장소, 접촉할 수 있는 사람과 단체, 영위할 수 있는 활동과 분야에 일정한 제약을 가하는 조건으로 최대한 일찍 사회복귀를 시키는 방식이다.  

만약 우리사회에서 가석방제도가 위에서 제안한 대로 운용되고 있었다면 형기의 48%를 이미 채운 최태원 회장은 조금의 특혜논란도 없이 벌써 가석방으로 나와 있을 게 틀림없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가석방 정책과 기준으로 보면 형기의 70%를 한참 남겨놓은 최 회장 등 재벌총수의 가석방은 100% 특혜가 될 수밖에 없다. 비리재벌에 대한 특혜적 성격은 형기의 70% 이상 복역한 경제사범을 모두 풀어줘도 해소되지 않는다. 형기 48%를 채운 최태원 회장을 풀어주려면 형기의 50%를 넘긴 경제사범을 다 풀어줘야만 특혜논란이 멈출 수 있다. 그런데 이를 위해선 가석방처리지침으로 구현된 가석방 정책과 기준을 급진적으로 수정하는 사회적 입법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여권실세들은 보은과 의리 차원에서 재벌총수, 특히 최태원 회장을 풀어주는 데만 관심이 있을 뿐 이것을 정책문제로 보지 않는다. 그러니 특혜시비 없이 최태원 회장을 풀어주기 위해서는 가석방정책의 근본적인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형기 50%를 경과했을 뿐인 재벌총수에게 비특혜성 가석방을 해주려면 현행 가석방처리지침의 형집행율을 일제히 하향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혜논란을 피하기 위해 형기 50% 경과시점에 생계형 민생사범을 함께 가석방하기 위해서도 동일하게 지침개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정말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혹시 형기 50% 정도를 채운 재벌총수 가석방을 위해 형기 50%대 경제사범 가석방 끼워 팔기를 오는 설명절이나 3.1절에 예외적으로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어떻게든 의리를 지키려는 의지는 가상하나 그로 인해 무너질 교정행정의 신뢰문제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재벌총수한테 뭐를 빚졌기에, 아니 어떤 대가를 바라기에 이렇게 비상한 무리수를 고집하나. 재벌총수 몇의 조기 가석방을 위해 사회적 토론도 없이 똑같은 조건으로 일반경제사범까지 풀어주는 것은 정치인의 무지와 만용 이상이 아니다. 특혜시비를 피하려는 꼼수 대신에 가석방행정의 합리적 개혁에 나서라. 그럴 의사도 능력도 없다면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하지는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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