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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04일 10시 45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2월 04일 14시 12분 KST

평양의 추억 | 평양에서 여가 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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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 거주했던 외국인, 탈북자들이 말하는 평양의 여가활동

평양에서의 삶은 어려울 수 있다. 북한은 보통 주민들에게 육체적으로 고된 일상적인 작업들을 오랜 시간동안 하도록 요구한다. 그렇지만 작업장에는 노동 환경을 개선시킬 수 있는 노동조합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갖가지 복잡한 사회조직에 속해 통제를 받는 북한 사람들은 여가시간조차도 정치 모임에서 봉사활동까지 또 다른 책무로 가득 차 있다.

외국인들의 일상은 업무 중심이다. 외국인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거의 없고, 허가받은 장소가 아니라면 이동의 자유가 없으므로 외국인들은 휴일에 할 일이 많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즉, 평양은 모든 사람들이 일만 하는 도시이다. 하지만 외국인과 북한 주민 모두가 밤문화를 즐길 수 있는 장소들이 생기고, 식당 선택권이 넓어질 뿐 아니라 평양 주민들이 일을 하지 않을 때 할 수 있는 활동들이 늘어나면서 평양도 변화하고 있다. 예전보다 많이 지어지고 있는 새로운 스포츠·오락 시설물 등 여러 측면에서 볼 때, 김정은 시기 통치의 주요 특징은 북한 여가 산업의 성장이다.

그렇다면 쉬지 않는 도시, 평양에서는 여가시간에 무엇을 할까? 새로운 NK News 전문가 인터뷰 시리즈 여덟 번째 순서로 평양에 이전에 거주했거나 현재 거주하고 있는 7명의 외국인, 탈북자들과 평양 주민들은 어떻게 휴식을 취하는지 이야기 나눴다. 모두가 쉬는 날을 받기 어렵다는 점에 동의했지만, 평양 주민들은 스포츠, 술 그리고 먹는 것을 즐겼다. 그리고 외국인들은 대개 북한 주민들의 활동에 동참하는 것을 좋아했다.

  • 외교관 A: 익명을 요청한 유럽의 외교관 (평양을 떠난 지 1년도 안되었음)
  • 알레산드로 포드: 김일성종합대학에서 공부했던 학생 (북한을 떠난 지 6개월도 안되었음)
  • 대학교수: 주기 적으로 평양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외국 대학 교수로, 익명을 요청
  • 자카 파커: 평양에 거주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주민 (사진작가)
  • 외교관 B: 익명을 요청한 유럽의 고위급 외교관 (평양을 떠난 지 1년도 안되었음)
  • 제임스 호어: 2001년에서 2002년 사이에 평양 주재 영국 대사관을 세운 고위급 외교관
  • 강지민: 평양에 거주했던 주민으로 현재 NK News의 '북한 사람에게 물어보세요' 코너 기고자 (2005년에 평양을 떠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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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 주변에서 쉬고 있는 북한 주민들ㅣ NK News

"북한에서 보통 여가시간을 어떻게 보냈는가? (혹은 보내고 있는가?) 그리고 당신의 여가시간과 북한 주민의 여가활동을 어떻게 비교 할 수 있는가?"

외교관 A (Recent Diplom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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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에 북한 주민들은 개인 시간을 많이 가지지 못한다. 시간이 있으면 사람들은 주로 잠을 잔다. 항상 피곤하기 때문이다. 만약 잠을 자지 않는다면, 술을 마시거나 배구나 탁구 같은 운동을 하고 있을 것이다.

북한 사람들과 나의 삶이 매우 다름에도 불구하고 평양에서의 제한된 선택지 때문에 내 삶도 일반 북한 주민들과 꽤 비슷해 졌다. 쉬는 시간에 많이 자고, 읽고, 달리고 동료와 친구들과 만났을 때 술을 많이 마시게 된 것이다.

소수의 다른 외국인들과 만나는 것은 가장 큰 취미다. 그 어떤 문화행사도 없고, 심지어 이용가능한 극소수 여가에 대한 선택권은 자주 이용하고 싶을 만큼 끌리지도 않는다.

금릉피트니스센터는 가끔 스쿼시 한 게임을 치기에 꽤 좋지만, 나중에 평양을 떠나더라도 그리워하게 될 만한 여가시설은 없다. 하지만 평양에는 다시 방문할 만한 식당은 몇 곳 있다. 팔리는 음식과 제품들이 대부분 같은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식당과 상점들을 탐방하는 것은 평양에서의 또 다른 취미다. 만약 당신이 무언가 특별한 것을 찾는 다면, 혼자 간직하고 싶어하거나 세상에 내보이고 싶어하는 작은 보석과 같을 것이다.

알레산드로 포드 (Alessandro F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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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학생 신분으로 공부를 하고, 책을 읽으며 카드게임을 하거나 함께 영화를 보았고, 운동을 하고 술을 마시는 등으로 여가시간을 보냈다. 다른 학생들과 달랐던 점은 좀 더 공부 하고, 일주일에 3번 태권도를 배우는데 시간을 보낸 것이다. 우리는 수업에서 돌아와 점심을 먹고, 3~5시간 동안 과제를 하고 축구를 했다. (나는 보통 태권도를 하러 갔다.) 그 후에 씻었는데, 기숙사 사우나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그 후에는 저녁을 먹으면서 중국 학생이 한쪽 구석에 있는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을 듣곤 했다.

그 후에 당신은 책을 읽거나 과제를 끝내고, 누군가의 방에 가서 맥주를 마시며 건어물이나 마른 오징어(맥주와 함께 땅콩을 먹는 것과 같음)를 먹고 교대로 돌아가면서 노래를 부를 것이다. 노래를 잘하든 못하든 상관없이 각자의 노래가 끝나면 우레와 같은 갈채가 쏟아질 것이다. 나는 에미넴의 'Not Afraid' 랩을 했는데, 그리 성공적이진 않았지만 다른 친구들에 비해 그다지 나쁘진 않았다. 북한 학생들이 점잖게 기침을 하자 중국 학생은 재미없는 응원가를 끝냈고, 노래를 부른 뒤 우리는 다음날 일찍 기상하기 위해 비틀거리며 침대로 향했다.

내가 본 바에 의하면 평양 주민들은 술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장기나 바둑을 두거나 운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한 가지 기억해야 하는 것은 이들은 낮 동안 믿을 수 없을 만큼 열심히 일한다는 점이다. 저녁에는 친구들과 쉬거나 함께 운동을 한다. 배구는 탁구와 함께 이들이 가장 열정적으로 하는 운동이다. 북한 사람들은 운동을 매우 좋아하는데, 모든 연령대 사람들이 오후에 5명씩 팀을 이뤄 하는 실내 축구 경기나 배구 경기 하는 장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저녁에는 집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평양의 저녁 거리는 불빛이 희미해지면 텅 빈다.

대학교수 (University Profess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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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쇼핑, 웹서핑, 운동을 하며 여가 시간을 보냈다. 자유롭게 길거리를 다니며 일반 상점에서 신문이나 과자를 구입할 수 없다는 점을 제외하고 여태까지 살아왔던 방식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평양에서 보는 일출과 일몰은 항상 멋졌다.

그동안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는 시간을 제한해 놓고, 평양에서만 누릴 수 있는 단순한 생활방식을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생활방식에 있어서 나와 평양 주민들 간의 가장 큰 차이는 평양 주민들과 달리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자카 파커 (Jaka Pa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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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 때면 아이들과 나는 주로 걸어서 평양 도심 근처 공원에 간다. 그곳에는 미끄럼틀과 그네가 있는 놀이터가 하나 있는데, 놀이터 에는 많은 북한 아이들이 놀고 있다. 우리는 그곳에 있는 다른 학부모들과 이야기 나누려고 한다.

또, 우리는 쇼핑몰에서 채소 등 생필품들을 사기 위해 쇼핑하는 것도 좋아한다. 그리고 주말에는 쇼핑몰에 아내도 데려간다. 대개 주말과 토요일 밤에 우리는 '해맞이'라 불리는, 이곳에 딱 하나 뿐인 24시간 카페에 간다. 우리는 이 카페에 밤 9시경 가서 새벽 2시~4시 정도까지 머무른다.

주중에는 여유시간이 있을 때는 평양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분위기와 일상을 담은 사진을 찍기 위해 혼자 길을 나선다. 대개 한 달에 한 번 평양 안에서나 외곽으로 가족들과 휴식을 취하기 위해 소풍을 가기도 한다.

외교관 B (Longtime Diplom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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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우리는 주말에 집에 머물렀다. 우리가 방문하고 싶어 한 장소들에 가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숲에서 산책을 하고, 남포 해수욕장으로 드라이브를 가거나 때로는 원산까지도 갔을 것이다. 우리는 보통 TV를 보고 책을 읽고 인터넷으로 작업을 했다.

자주 축구 하는 소년들과, 정기적으로 평양에 있는 다양한 기관들과 대학교 운동장이나 마당에서 배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정말 북한 현지인들의 생활에 대해서는 그 어떤 깊이 있는 이해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생산 연령 범위에 있는 사람들은 자유시간이 없다. 그들은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 일을 해야 한다. 토요일 오후, 때로는 추가적인 날까지 정치적 모임과 집회뿐 아니라 물론 자아비판에도 참여해야만 한다.

제임스 호어 (James Ho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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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으로 많은 시간을 주재국 정부, 다른 외교관들과 만나는 일에 쏟았다. 평양에서도 예외는 아니었고, 외교 행사에 참여하거나 이를 조직하는 일로 상당한 시간을 보냈다 .일과 취미가 혼합된 것만 같았다. 우리는 외식을 많이 했고, 때로는 연극과 음악 공연도 보러 갔다. 외교관과 비정부기구(NGO) 직원들 등으로 이루어진 소규모 사회는 굉장히 친근한 분위기였다. 그리고 외국인전용클럽인 랜덤액세스클럽 (RAC: Random Access Club)에서 항상 금요일 밤은 사람들의 참여율이 높았다.

차를 소유하기 전에는 사계절 내내 평양 주변을 많이 걸어다녔다. 차가 생기면서 평양의 더 많은 곳들에 갈 수 있게 되었고, 남포 지역에서 운전이 허락되었기 때문에, 더 먼 곳도 갈 수 있게 되었다. 공식적이든 사적이든 손님이 방문했을 때에는 특별행사로 야외나들이를 가기도 했다. 호텔에서 아파트로 이사한 후인 2001년 12월 중순부터는 국제 방송을 볼 수 있었다. 또 언제나처럼 책을 읽고, 비디오나 DVD를 봤으며 음악을 들었다.

물론 여기서 한 가지 빠진 것이 있다면 그것은 북한 사람들과의 교류다. 북한 직원들과 몇 번 교류가 있긴 했다. 심지어 우리는 한 번 그들을 우리 아파트로 초대했는데 그들 중 몇몇은 매우 초조해했다. 그들이 공식적으로 우리 아파트에 오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 우리는 가끔 북한 직원들과 해변가에 가거나 볼링을 치기도 했다.

고위급 통역사는 가끔 우리와 술을 마셨는데, "맥주 한 잔 마시고 싶어 죽겠네(I could murder a pint)"라는 영어 표현을 배워서 즐겨 썼다. 주말에 공원에서 혹은 여행할 때, 북한 주민들은 가끔 같이 춤추거나 술을 마시자고 제안하기도 하지만 대개 일반 주민들은 우리와 접촉하는 것을 피했다.

한 북한인 직원은 외국 영화들을 봤다고 말했고, 일부 영화들의 줄거리를 알고 있었다. 통역사는 외국 신문과 책을 즐겨 봤지만, 이것들을 사무실 바깥으로 가져갈 수는 없었다. 비디오를 빌려가는 북한 직원도 있었다.

강지민 (Kang Ji-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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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북한에서 여가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다양했다. 단, 엄청나게 다양하진 않았다. 나는 여가시간의 대부분을 집에서 책을 읽는데 할애했다.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책 읽는 것을 더 좋아했다고 말 할 수는 없다. 사실 자랑할 만한 일도 못 된다. 우리 집에는 책들이 굉장히 많았고, 집에서 책을 읽는 일 외에 다른 할 만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 책들을 읽는 동안 나는 자유가 없는 현실을 잊을 수 있었다.

그러나 다른 북한 사람들 대부분은 그들이 원하는 만큼 많은 책을 읽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다.

학구적인 아버지 덕분에 우리 집에는 외국 문학에서부터 금서까지 다양한 종류의 책이 있었다. 어렸을 때 집에서 '나니아 연대기'를 읽고 나서, 책 내용을 친구들에게 말했는데 친구들 모두 감명 받은 것 같았다.

좀 더 나이가 들고 나서 친구들과 가끔 밥솥, 쌀 한 가마니, 맥주 몇 병을 얻어 자전거 뒤에 싣고 강가로 갔다. 우리는 물에 맥주병을 둔 채로 함께 낚시를 했다. 밥도 짓고, 우리가 함께 잡은 물고기를 넣어 국밥도 만들었다. 우리는 맥주를 마시며 밥과 생선국도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수영하고 맥주도 마시며, 함께 기타도 쳤다. 나는 우리의 방식이 북한에 거주하는 다른 이들이 여가시간을 보낸 방법과 다른 점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이것이 내가 친구들과 여가시간을 보낸 방법이다.

이 글을 쓴 올리버 호담(Oliver Hotham)은 현재 프리랜서로 NK News에 기고하고 있으며, 과거 Sunday Times와 politics.co.uk에서 근무하였습니다. 박현비가 번역했으며 메인 이미지의 출처는 NK News입니다. 원문은 이곳에서 읽을 수 있으며, 이어지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한국, 탈북 전문가들의 답변은 여기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NK News 한국어판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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