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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24일 08시 44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2월 24일 14시 12분 KST

북한에서 보낸 크리스마스와 설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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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으로 크리스마스는 존재하지 않지만 설날은 북한에서 가장 큰 명절

북한은 무신론 국가이기에 크리스마스를 기념하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날의 존재에 대해서는 알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와 다르게 설날은 북한에서 매우 중요한 날입니다. 남쪽의 동포들처럼 북한 사람들은 새해 전날과 새해에 걸쳐 술을 잔뜩 마시며 잔치를 엽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즈음의 북한은 한국과는 미묘하게 다른 기념일을 보냅니다. 왜냐하면 12월 24일은 김일성의 첫 번째 부인인 김정숙의 생일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선전선동 매체에서 제일가는 여전사로 손꼽히는 김정숙의 생일은 북한 전역의 각종 여성 단체에 의해서 선전됩니다. 북한 사람들은 대성산혁명렬사릉에 묻힌 그녀의 무덤을 묵념 참배하며 '백두산의 여성 사령관이며 무조건적 충성심으로 김일성 동지를 보위 했으며 조국 해방과 인민의 행복을 위해 한평생을 바친' 김정숙을 기립니다. 하지만 이런 대단한 날임에도 불구하고 휴가를 받아 하루를 쉬는 북한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1982년에서 1987년까지 북한 원산에서 수학한 기니 출신의 알리우 니안은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북한 사람들에게는 그레고리력에 기재된 휴일 중 새해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휴일도 없습니다. 탄자니아, 잠비아, 마다가스카르, 레소토와 기니 출신의 학생들은 매년 기숙사에서 북한 사람들 없이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냈습니다. 우리는 침대와 의자를 옮겨놓고서야 파티 공간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다음 날이면 우리는 다시 학교를 가야 했습니다"

북한에서 칠 년간 근무한 스위스 출신의 사업가 펠릭스 앱트에 의하면 외국인들은 종종 평양에 주재한 유럽계 국가의 대사관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냈다고 합니다. 물론 평양의 교회들도 크리스마스에는 굉장히 바빠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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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주재 독일 대사관저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석한 펠릭스 앱트씨와 그의 부인. 사진 출처: 펠릭스 앱트

매년 12월 25일이 되면 평양에 있는 네 개의 교회들은 (로마 가톨릭 성당 하나, 초교파 신교도 교회 하나, 동방 정교 교회 하나) 외국인들만을 위한 예배를 진행합니다.

웹사이트 '평양 프로젝트'를 만든 매튜 레이첼은 NK News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북한법 상 종교의 자유는 보장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교회들은 북한의 선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현실적으로 이 교회들은 겉치레에 불과합니다. 기독교 계열의 외국 단체와 일하는 북한 관료들은 이와 같은 교회를 소개하면서 북한에서 기독교가 존재한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합니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장식용 쇼에 불과합니다"

북한 정권의 기독교도와 지하 교회에 대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북한 언론은 크리스마스에 북한 전역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고 보도를 합니다.

전력난을 겪고 있는 북한주민의 입장에서 크리스마스 때 크리스마스 트리에 전등을 밝히는 일은 귀중한 에너지를 낭비하는 모습으로 보일 것입니다. 또한 무엇보다 북한 사람들은 크리스마스트리와 크리스마스 사이의 연관 관계를 인식하고 있지 않습니다.

여행사 고려투어스의 매니저 사이먼 코크렐은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호텔, 식당과 같은 시설에 크리스마스트리가 놓입니다. 사실 그 나무들은 그저 반짝이는 불로 장식된 것에 불과하지만 우리에게는 크리스마스라는 개념이 꾸준히 주입되었기에 '크리스마스 트리'로 보이는 것입니다. 크리스마스 자체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그저 전기 불이 빛나는 나무에 불과할 것입니다"

앱트 씨는 평양의 스위스 개발협력청 앞에 놓인 반짝이던 크리스마스 트리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트리의 맞은편에는 북한 주민들이 거주하는 큰 아파트들이 불이 꺼진 채로 있었습니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스위스 개발협력청장이 말하기를 북한 이웃들이 '불빛'을 볼 수 있게 배려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북한 사람들에게는 전기 공급, 조명 그리고 온수가 충분치 않은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 모습은 저에게는 오히려 도발적인 행동으로 해석됐습니다"

밤을 비춰 줄 불빛은 화려하지 않지만 북한 사람들의 새해는 시끌벅적 합니다. 적도기니의 초대 대통령인 프란시스코 마시아스 응게마의 막내 딸 모니크 마시아스는 한동안 북한에서 살았습니다. 그녀는 북한 사람들은 새해 전날 약 오후 2-4시 경까지 일을 하고 밤 시간을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보낸다고 전했습니다. 그녀는 새해를 맞이하는 북한 식당들은 소주와 맥주를 마시는 북한 사람들로 가득 찼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평양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만수대예술극장과 평양실내체육관에서 공연을 보며 새해 전날을 보내기도 합니다.

북한에서 새해는 가족들과 함께 지내며 북한의 지도자를 기리는 날입니다. 알리우 니안 씨는 북한 대학 시절 원산의 김일성 동상에 헌화하자며 자신을 깨우던 북한 학우들이 생각난다고 말했습니다.

"제 북한 친구들은 저에게 지난해를 이끌어 주시고 위업을 세우신 지도자 김일성에게 경의를 표하고 다음 해도 잘 이끌어 줄 것을 기원하기를 요청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절대로 동상이나 다른 우상물에 기도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전 그 행사를 굉장히 싫어했고 참여를 거부했기에 북한 학우와 저 사이에 긴장이 조성되곤 했습니다"

이 글을 쓴 벤자민 영은 조지 워싱턴 대학교에서 동아시아 역사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입니다. 안재혁이 번역했으며 메인 사진은 벤자민 영의 소유입니다. 원문은 여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NK News 한국어판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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