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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02일 07시 11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1월 02일 14시 12분 KST

북한의 사형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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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계속되는 사형집행, 다만 그 대상이 바뀔 뿐

종종 북한에서 누군가 사형 당했다는 슬픈 소식이 들려옵니다. 사형수는 이름 없는 어떤 사람, 예를 들어 외국 DVD를 소지하는 등 사소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인 경우도 있고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고위층인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북한의 사형 제도에 대해 잘 알고 있지 못합니다. 북한에서는 어떤 경우에 사형을 구형 받을까요? 또한 누가 사형을 내리고 집행할까요?

북한의 소송 절차

북한의 형사 절차는 일률적이지 않습니다. 우선 일반 범죄용 절차가 있고 정치범용 절차가 있습니다. 또한 군대와 강제수용소는 그 집단만의 재판소와 내부 법이 있기도 합니다.

일반 범죄자에 대한 형사 소송 절차는 규범화 되어 있습니다. 피고인은 재판 과정을 거치고 판사는 북한 형법에 따라 판결합니다. 김일성 시대에 북한의 형법전은 사실상 대외비였습니다. 당시 북한에 주재한 해외 외교관들조차 구하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오늘날 북한의 형법은 외부에 잘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 형법에 따르면 사형은 테러죄 (61조), 조국반역죄 (63조), 반국가목적 파괴, 암해죄 (65조), 민족반역죄 (68조), 마약 밀수밀매죄 (208조) 또는 고의적 중살인죄 (266조)에 대해서 구형이 가능합니다.

북한의 많은 국가 기관들이 그러하듯, 북한 법정 또한 상당히 부패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피고인은 판사에게 제공하는 뇌물과 금품의 양에 따라 무죄가 선고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범은 완전히 다른 과정을 밟게 됩니다. 정치범은 북한 보위부의 결정에 따라 현장에서 바로 수용소로 끌려갑니다. 체포 과정 중에 영장에 의한 법원의 개입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보위부가 정치범의 집 앞에 찾아와 형을 알리고 바로 그 자리에서 수용소로 보내는 과정뿐입니다. 이 과정은 마치 스탈린 치하 소련에서의 삶을 연상케 하는데 당시 소련의 비밀경찰은 사법절차 외의 권한을 통해 개인을 구금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인인 제가 알기로 소련 시대의 비밀경찰은 구금만 가능했지 사형에 대한 선고까지는 할 수 없었습니다.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수용소의 사람들은 국가의 노예 그 이상 이하도 아니며 수용소의 간수들은 감독자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간수들은 자신들의 판단에 따라 사형을 지시합니다.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서 가장 흔히 사형이 언도되는 죄목은 수용소 탈출 시도입니다. 정치범의 사형은 언제나 공개적이며 모든 수감자들은 사형 과정을 의무적으로 지켜봐야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공포가 수감자의 마음속에 자리잡게 됩니다.

다른 나라의 군대와 같이 북한 군대에는 자체적인 군형법이 있습니다. 이 군형법은 외부에 알려진 형법과 다르게 아직도 대외비입니다. 하지만 북한 군법의 소송 절차의 일부는 그 윤곽이 알려져 있습니다. 경범죄는 해당 부대의 지휘관의 판단에 따라 계급이 높을수록 더 큰 벌을 내릴 수 있습니다. 사형과 같은 중범죄는 군사 재판에 회부됩니다. 북한의 모든 군단은 각각 군사재판소가 있습니다.

북한의 대령 계급에 속하는 대좌나 그 이상의 높은 계급의 장교들이 군사 재판을 진행하며 이들은 피고인의 계급 강등, 출당 명령, 감옥행, 수용소행 또는 사형을 선고하게 됩니다. 사형의 경우 다른 나라의 군대와 같이 군인은 무조건 총살을 당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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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형 전 특별 재판에 회부된 장성택 | 조선중앙방송 화면 갈무리

마지막으로, 북한 군대에는 특별재판소가 있습니다.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소라고 불리는 이 기관은 2013년 전까지 그 존재 자체가 국가 기밀이었습니다. 이 재판소는 북한 보위부의 육군 부서의 관리 하에 놓여 있으며 아주 특별한 경우에 국가반역죄나 매우 심각한 범죄에 대해 재판을 합니다.

이 재판부의 존재는 장성택의 사형 선고 과정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졌습니다. 북한 노동신문에 게재된 사진에 의하면 이 재판소는 북한의 최고재판소과 같은 건물을 사용하며 세 명의 재판관이 한 재판부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중 두 명은 북한군 중장과 소장입니다. 다른 한 명은 대좌 계급으로 보이지만 화면의 질이 좋지 않아 그의 계급장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북한의 사형 집행 방법

북한의 잔학하고 이상한 사형 방법에 대해서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그중 일부는 사실일 가능성이 있지만 그러한 특이한 사형 집행은 흔치 않은 편입니다. 사형수는 대부분 총살에 처해집니다. 사형수는 밧줄로 기둥이나 나무에 묶여지고 총살형 집형대가 몇 차례에 걸쳐 총을 쏩니다.

사형집행인의 임무 중 사형집행은 겨우 시작에 불과합니다. 집행인은 이미 사망한 사형수의 몸에서 줄을 풀어 끌어내야 하며 몸을 푸대 자루에 담아 트럭에 실어야 합니다. 이 사형 과정의 충격이 너무 심해 특권이 큰 보위부를 그만둔 사람도 있습니다. 전직 북한 사형 집행자의 말에 의하면 안대가 착용되지 않은 사형수의 죽기 직전의 눈빛이 너무나 끔찍했다고 합니다.

김일성 시대에 널리 사용된 사형 방법은 교수형입니다. 사형 집행인은 밧줄을 목 뒤에 묶는 것이 아니라 목 앞쪽을 향해 묶어 사형수가 더 오랫동안 고통 받게 해야 했다고 합니다. 1994년 집권한 김정일은 자신의 아버지가 애용하던 잔혹한 사형 방법들을 폐지했고 오늘날 교수형은 거의 집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총살이 오늘날 북한에서 보편적인 사형방법입니다.

사형은 대부분 공개적으로 집행됩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목격해야 하는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모인 것이 아니라 국가의 강요에 의해 소집됩니다. 심지어는 학령기 아이들도 동원됩니다. 이 공개 사형 과정은 매우 잔혹하기에 동원된 사람들 중 일부는 북한 공무원에게 뇌물을 바쳐 자신과 아이들이 그 과정을 보지 않게 손을 쓰기도 합니다.

총살형 집행대

최근 들어 북한의 사형에 대한 뉴스가 더 많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을 연구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이유를 잘 알고 있을 듯합니다. 북한의 새 지도자 김정은은 그의 아버지나 할아버지와는 다르게 북한 고위 인사에 대한 사형을 자주 지시하기 때문입니다.

김정은 시대에 집행된 사형에 대해서는 잘못된 풍문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장성택이 살아 있는 개들에게 먹혔다는 소문이나, 김정은의 전 여자친구로 알려진 북한의 유명가수 현송월이 음란영상을 찍었다는 혐의로 증거도 없이 사형을 당했다는 소문이 대표적입니다. 이러한 이야기가 헛소문으로 드러났다 해도 북한에서 숙청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북한에서 탄압이 항상 지속되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노동신문에서 갑자기 누군가가 사라지거나, 기록물에서 지워진다면 그 누군가는 북한 사회에서 숙청된 것이 맞습니다.

어떤 소문이 유독 끈질기게 이어지고 같은 소문이 여러 독립적인 출처에서 나온다면 그 소문은 어느 정도 사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기관총으로 사형수의 몸을 박살내는 끔찍한 형태의 사형에 대한 루머는 예전부터 꾸준히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증언을 여러 명의 신뢰할 만한 집단에서 각각 듣게 되면 사실이라고 믿게 됩니다.

북한 사형 집행의 경향을 읽어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대상이 군인인지 민간인인지, 오래된 지도층인지 신규 관료인지에 따라 양상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고위층은 이러한 숙청 과정 속에서 공포에 질릴 수밖에 없고 어떤 일을 실행하는데 있어 책임을 지기를 꺼리게 됩니다. 어떤 일로 김정은의 눈 밖에 날지 모르고 한 순간의 실수로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에서 사형제가 폐지될 가능성은?

북한의 무자비한 처형이 아직까지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냉소적으로 말해, 사형된 북한의 고위층들은 살아 있을 적에 끔찍한 짓을 많이 한 사람들이므로 그들의 죽음을 굳이 애도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사실이 김정은이 매우 잔혹한 사람이라는 점을 바꾸진 않습니다.

심리적으로, 자신과 연고가 없는 사람을 죽이라고 지시하는 것보다는 자신을 잘 알고 친한 사람을 처형하라고 하는 것이 정신적 부담이 큰 법입니다. 김정은은 장성택, 현영철과 친분이 깊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사형하는데 조금도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이는 김정은에게 있어 전혀 연고가 없는 일반인을 '필요에 따라' 죽이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합니다. 그렇기에 북한 내부에 반정부 세력이 발각된다면 그들은 가장 끔찍한 처우를 받게 될 것이라고 짐작 가능합니다.

북한은 한 사람의 통치 아래에 있습니다. 그렇기에 김정은이 마음만 먹는다면 사형제는 단 하루 만에 폐지될 수도 있습니다. 스탈린 휘하의 소련도 1947년에서 1950년 사이에 사형제를 폐지한 전례가 있습니다. 물론 김정은이 이와 같은 선례를 따를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그는 필요에 따라 친척이나 지인도 거리낌 없이 사형시키는 사람임을 보여줬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북한 정권이 집행한 사형에 대해 더 많이 듣게 될 것입니다.

글쓴이 효도르 테르티스키(Fyodor Tertitskiy)는 서울대 사회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안재혁이 번역하였으며, 메인 사진의 출처는 Wikimedia Commons입니다. 원문은 여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NK News 한국어판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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