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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30일 12시 54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1월 30일 14시 12분 KST

전문가 설문조사 | 5.24조치 해제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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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북한 연구자들, 경제제재를 '우회'하는 방안을 제안

2010년 한국이 천안함 침몰에 대응하여 발효한 5.24조치로 인하여 개성공단을 제외한 모든 남북 간 무역이 사실상 금지되었다. 5.24조치가 가지는 징벌적인 성격 때문에, 전문가 패널들은 이를 해제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점에 공감했다.

하지만 패널들은, 활발한 북중무역과 북한 내 장마당 활동으로 인해 5.24조치가 북한 경제에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했다는 점을 대체로 인정했다. 또한 북한이 천안함 침몰에 사과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과, 사과하지 않는 것이 나름 일리 있는 행동임을 지적했다. 2002년 일본에 납북자 문제를 사과한 것이 일본 여론의 역풍을 불러일으킨 것처럼, 천안함 침몰에 대한 사과가 한국 내 여론을 악화시킬 수 있으며 국제사회에도 북한에 대한 적극적 대응에 나설 명분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복수의 전문가들은 남북 협력을 위해 제재를 '우회'할 방안을 찾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전문가 설문조사에 참여한 이들은 다음과 같다.

  • 서울시립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황지환
  • 서강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정영철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겸 연구실장 임을출
  •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고명현
  • 미국 아시아정책연구소 연구원 오정민
  • 경상대학교 연구교수 정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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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공장 | 사진: Ray Cunningham

5.24조치는 북한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 적합한 방법인가? 어떤 상황이 조성되어야 5.24조치가 해제될 수 있을까?

황지환 (서울시립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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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 조치는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일견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5.24 조치가 북한의 행동을 바꾸는데 효과가 있었는지 여부와 그러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상황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5.24 조치 때문에 북한이 행동을 바꾸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북한이 5.24 조치를 상당히 불편해 했던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5.24 조치는 현재 한국에도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한국 정부가 대북사업을 추진하려고 해도 5.24 조치에 대한 부담 때문에 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5.24 조치를 당장 해제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부담이 되는 일이다. 하지만, 5.24 조치를 지속시키는 것도 상당한 어려움이다. 5.24 조치는 현재 남북한 모두에게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5.24 조치 그 자체를 해제해야 되느냐 논쟁을 하는 것 보다 남북한이 자연스럽게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면서 경제 제재를 우회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정영철 (서강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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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 조치는 2010년의 천안함 폭침에 따라 우리 정부가 북한에 대해 취하고 있는 대북 봉쇄조치이다. 이 조치로 인해 사실상 민간의 교류와 협력은 중단되었고, 극히 일부의 인도주의적 지원 그리고 개성공단만이 유지되고 있다. 또한 이 조치로 인해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의 당국간 합의 등이 모두 폐기되었다. 따라서 5.24 조치가 유지되는 한 남북의 건설적인 대화와 관계 진전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반면, 5.24 조치의 원인이 천안함 폭침이라면, 이 문제에 대해 남북간에 아무런 논의 없이 이 조치를 일방적으로 해제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천안함 폭침의 원인에 대한 남북의 입장 차가 워낙 큰 탓에 이 문제를 둘러싸고 남북의 합의는 거의 불가능하다. 다만, 이번의 8.25 합의에서와 같이 합의문의 추상성과 모호함을 통해 일말의 가능성을 기대해 볼 수는 있다. 즉, '천안함 사건으로 인해 남쪽 병사들의 피해가 있었던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는 식의 표현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 천안함 사건은 남북한 만이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사건이고, 유엔에서까지 논쟁이 되었던 것으로 이러한 추상성과 모호함으로 문제를 덮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론적으로 5.24 조치의 해제를 위한 북한의 사과 및 책임자 처벌 등이 합의되기는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이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하지 않는다고 할 때, 그리고 5.24 조치의 해제 없이 남북한의 관계 개선 혹은 교류와 협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할 때, 유일한 방법은 5.24 조치를 남북이 함께 거론하지 않고 우회하는 방법이다. 최근 '러시아-북한 나선-한국'으로 이어지는 동북아 물류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이 5.24 조치에도 불구하고 예외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방식은 사실상 5.24 조치에 위반됨에도 불구하고,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예외적으로 한국 정부가 허용한 것이다. 이러한 방식에 따라 5.24 조치에 대한 전면적인 해제 선언 없이, 이를 우회해서 선별적인 방식의 협력을 시작하고, 이를 점차 확대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

5.24 조치 해제는 북한의 행동을 여러 면에서 바꿀 가능성이 있다. 즉, 북한으로서는 경제 활성화가 국가적인 과제로 제기되고 있고, 김정은 체제에 들어와 내부적으로 경제 개혁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5.24 조치의 해제 및 남북 경제협력의 활성화는 북한으로 하여금 남북의 대결보다는 협력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갖도록 할 것이다.

임을출 (극동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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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 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도 북한이 거론할 수 있는 주요 현안이지만 5.24 조치 해제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한 북한의 사과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앞날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조치가 해제되지 않고서 안정적인 남북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한국 정부로서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5.24 조치는 북한 지도부를 겨냥한 조치로서, 이들에게 잘못된 결정과 행동에 대한 잘못을 느끼도록 고통을 주겠다는 취지인데, 실제 이런 효과를 거두지는 못한 것 같다. 오히려 북한 정권은 핵 무력을 더 강화시켰고, 경제 사정도 이전보다 나아졌다.

다만 애초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북한이 남북교역 등이 중단되면서 생존을 모색하는 전략으로 시장을 활용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북한 내부의 시장화가 촉진된 점은 긍정적 변화로 볼 수 있다. 5.24 조치의 해제는 사실상 여론의 동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북한이 군사 도발을 자제하고, 이산가족 상봉 등에 적극 협조하는 분위기가 상당 기간 이어진다면 5.24 해제를 위한 매우 긍정적인 여론이 조성될 가능성이 있다.

고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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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이후, 이명박 정부는 한국과의 우호적인 교역과 공적, 사적으로 이루어지던 경제 원조를 비롯하여 북한이 원하는 것을 앗아갔다. 2008년 관광객 한 명이 북한 보초병에게 피격되어 사망한 이후 중단된 금강산 관광은 북한 정권의 금고로 직통하는 막대한 돈줄이었다. 둘 모두, 열약한 북한 경제에 쏠쏠한 도움이 되었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한국이 어떻게 5.24조치를 해제할 수 있을까?

먼저, 금강산 관광을 살펴보자. 이는 대규모 자금 이체를 금지하는 유엔 제재 위반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핵 협상 타결이라는 주요한 돌파구 없이,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관광 사업을 재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이는 가능성이 낮은 전망이다.

북한이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사건에 대해 사과하는 것은 김정일이 일본인을 납치한 것을 인정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질 것이다. 2002년 김정일이 납치자 문제를 인정하자 일본 내 여론은 들끓었고, 전쟁 논의까지 불거졌다. 따라서, 이러한 이유에서만이라도 북한은 5.24조치 해제의 전제조건인 사과를 이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만일 북한이 천안함 사태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사과라는 선결조건을 철회하지 않고 어떻게 제재조치를 해제할 수 있을까? 한 가지 분명한 선택지는, 북한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채 깊은 '유감'을 표명하는 것이지만 지난 이명박 정부는 이전 정권이 북한의 유감 표명을 수용했던 사례를 들며 이는 불충분한 선택지라고 선을 그었다. 따라서, 현 정권에서 이러한 유감 표명을 전제조건 충족으로 받아들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사실상 제재를 해제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단순한 유감 표명'이라는 기준의 최저한도와 '사과'라는 최고 목표 사이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외교적으로 조정하기에는 매우 좁은 공간이다. 현실적으로 북한은 한국과 국제사회에 열린 자세로 핵 협상을 제안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 정부가 북한의 양보와 재제 해제를 교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최근 타결된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과 매우 유사하다.

오정민 (아시아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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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간의 반복되는 문제는 재발 방지를 위한 좀 더 강력한 제도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5.24조치가 생긴 그 원인을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5.24조치의 일방적 해제는 국가를 위해 싸운 대한민국 해군 장병들의 희생에 대한 최소한의 대응을 무르는 것이다. 지금도 천안함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 명시적 사과 없이 5.24 조치를 전면 해제하기보다는 태도 여부에 따라 탄력적으로 이를 적용하는 것이 현명한 결정일 것이다. 천안함에 대한 북한의 입장 변화가 없는 한 5.24 조치의 해제는 남북관계의 악순환의 반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5.24조치로 인해 개성공단에 입주한 한국 기업들이 입은 피해는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개성공단은 남북관계라는 정세에 영향을 받지 않고 군사적 긴장의 완충제가 될 수 있는 모델이며 남북 경제공동체의 시작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 때, 남북 간의 정치, 외교적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경제 공동체 모델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정은이 (경상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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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조치가 시작되고 5년이 지난 현재 한국이 대북 경제에 가지는 영향력은 축소되었고, 일본 또한 고이즈미 총리 시절부터 이어진 대북 경제제재로 인하여 그 영향력이 축소되었다. 즉 북한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렛대가 힘을 잃은 것이다. 반면 2009년 이후 중국과 북한의 무역 양은 더욱 급증하고 있다. 이는 한국이 교역을 포기한 부분을 중국이 대체했음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이에 대해 한국의 학자들은 중국이 유엔 제재조치를 이행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중국의 학자들은 중국 정부가 국제사회의 책임대국으로서 유엔제재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으며, 중국의 기업인들이 시장과 자본의 논리에 따라서 북한과 무역,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어떠한 형태의 자본주의든지 국가가 시장을 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자본은 스스로 증식하려는 내재적인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대북투자는 이러한 전형적인 자본의 논리에 의한 것이다. 더불어 북한 내부에서는 인민들의 생존능력이 강화되고 있다. 고난의 행군 시기 이미 북한의 사회주의 배급제는 붕괴되었고, 1980-9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는 시장과 자본을 믿고 성장하고 있다.

북한 인민들 스스로 생존을 위하여 시장을 재편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북한의 자본 발달은 국경지대에 광공업 관련 인프라 건설이 이루어지고, 평양, 신의주 나선과 같은 개혁개방 지구에서 부동산 투자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1980년대 중국의 개혁개방을 연상시키는 현상이다. 5.24조치는 역설적으로 한국 경제에 의존하지 않는 북한 경제를 만들었고 또한 대외적으로는 중국경제에 의존하게 하는데 기여를 한 측면도 있다.

5.24조치는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았고 북한을 제재하는데도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 5.24조치를 해제하는 것이 급선무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천안함 사건 등으로 격양된 국민적 갈등을 완화시키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 본 설문조사는 다음 질문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지난 설문조사 보기)

3) 한국사회의 인구 고령화 경제성장 둔화가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까?

4) 박근혜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평가는 많지만, 김정은 제1비서의 대남정책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통일을 위한 김정은의 노력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5) 통일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내는 정당이 한국사회에 등장할 수 있을까? 이러한 정당이 등장한다면 언제쯤 등장하여 어떤 영향을 끼칠까?

이 글은 NK News 서울특파원 최하영과 NK News의 편집장 Rob York가 함께 썼습니다. 메인 이미지의 출처는 NK News입니다. 영문본은 여기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한국, 탈북 전문가들의 답변은 여기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NK News 한국어판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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