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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9월 21일 12시 10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9월 21일 14시 12분 KST

북한 사람들은 어떻게 정신병을 치료하나요?

북한에도 정신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다. 그러나 정신과 의사를 만나 치료를 받는다는 이야기는 들어 보지 못했다. 북한에서 정신과 의사라는 말도 들어 본 적이 없다. 대신 신경과 의사는 있는데 그들은 사람들의 정신 상태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신경 세포들을 다루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신병원은 있는데 일명 '49호 병원'이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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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에 대한 적절한 치료 방안이 부재하며, 치료가 문제를 악화시키기도 한다

NK News는 가깝고도 먼 곳인 북한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도록 매주 북한 출신 사람들에게 한 가지씩 질문을 던집니다.

이번 주에는 영국의 브리지튼에 사는 샘이 "북한에서 정신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북한에서 우울증이나 강박증 등 정신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정신과 의사를 만나 치료를 받는 것이 쉬운가요?"라는 질문을 보냈습니다.

북한에도 정신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다. 그러나 정신과 의사를 만나 치료를 받는다는 이야기는 들어 보지 못했다. 북한에서 정신과 의사라는 말도 들어 본 적이 없다. 대신 신경과 의사는 있는데 그들은 사람들의 정신 상태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신경 세포들을 다루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신병원은 있는데 일명 '49호 병원'이라고 불린다. 왜 49호라는 명칭이 붙었는지는 잘 알 수 없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불렀다. 정신병원들은 대부분 깊은 산골이나 인적이 드문 곳에 있었는데 환자들 대부분은 그곳에 감금된다. 환자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어느 정부 부서가 정신병원을 감독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일반 병원들과는 관리 체계가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어른들은 똑똑한 사람들이 정신병에 걸리기 쉽다고 했다. 워낙 모든 것이 제한되어 있는 사회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다가 매 순간 한계를 경험하고, 좌절에 빠지고, 심한 경우에는 정신병을 앓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 집 근처에도 정신병을 앓는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병들기 전에는 똑똑한 사람들이었다.

정신병을 앓는다고 해서 전부 정신병원으로 끌려가지는 않는다. 가족의 동의가 있어야만 데려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가족들이 정신병원으로 보내기를 원하지 않는다. 먹을 것도 제대로 주지 않고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엄청난 폭행을 당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웬만큼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정신병원으로 보내려 하지 않는다.

우울증에 대해서는 북한에서 거의 들어본 적이 없어 생소했다. 우울증보다는 환각현상이라든가 신경쇠약과 같은 증상에 대한 얘기가 많았다. 헛것이 보인다거나, 귀에서 소리가 난다거나 등의 현상들은 영양이 부족해 신경이 쇠약해지면 나타나는 현상들이었다. 이러한 증상들은 대부분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일어난다. 영양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다보니 영양실조, 빈혈, 시력저하 등이 발생하고, 급기야는 환각현상을 동반한 정신병으로 이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병을 얻은 사람들은 영양보충을 통해 건강해지면 대부분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했다.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거나 잦은 가정폭력으로 인해 우울증을 얻게 된 사람들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북한에는 심리상담사와 같은 직업이 없기 때문에 이들은 대부분 가족들이나 친지들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지만 주위 사람들과 관계가 원만하지 않는 사람들은 갈등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와 공포로 인해 정신병을 얻게 된다. 이는 영양부족으로 얻은 정신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치료가 어렵고 자살이나 살인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길을 가다가 정신병자와 마주치면 왠지 등골이 서늘했고, 빨리 그 사람의 시야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주 심한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은 가족의 동의하에 정신병원으로 보내지기도 했다. 사람들 말로는 정신병원에서 다시 돌아오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지만 병이 나아서가 아니라 폐인이 되어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정신병원에서는 의사의 말을 듣지 않으면 폭력을 행사하면서 환자를 시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다는 말이 돌았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 가족에게 돌아와서 제멋대로 돌아다니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등 사고를 쳤을 때, '정신병원에 보낸다'는 말 한마디면 행동을 멈춘다고 한다. 제 정신을 가지고 있지 않아 기억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 병원으로 보낸다는 말 한마디에 반응을 하는 것은 병원에서의 생활이 얼마나 끔찍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해 준다.

하루 빨리 북한 사회에도 변화가 일어나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북한에 대한 또 다른 질문이 있으면 ask@nknews.org로 이름과 사는 곳, 그리고 질문을 적어 보내주세요. 가장 흥미로운 질문을 채택하여 답해드립니다.

글쓴이 이제선은 20대 후반이며 2011년에 백두산을 통해 탈북했습니다. 삽화는 Cathaerine Salkeld가 그렸습니다. 영문본은 여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NK News 한국어판에 개제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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