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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8월 31일 06시 42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8월 31일 14시 12분 KST

북한에서도 애완동물을 키우는 일이 흔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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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주인을 곤경에 빠뜨리기도 하는 북한의 애완동물

NK News는 가깝고도 먼 곳인 북한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도록 매주 북한 출신자에게 한 가지씩 질문을 던집니다.

이번 주에는 "북한에서 가장 흔한 애완동물은 무엇인가요? 지역에 따라 인기 있는 애완동물이 다른가요?"라는 질문에 답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북한에서 애완동물을 키우는 일은 별로 흔하지 않다. 애완동물은 사료 값이 많이 들어 관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애완동물을 키우는 집들이 가끔 있다. 평양에서는 주로 원숭이나 애완용 강아지를 많이 키우지만 지방에서는 잡아먹거나 팔기 위한 똥개나 집을 지키려는 목적의 셰퍼드를 많이 키운다. 나는 평양에 살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원숭이나 애완견은 엄청 비싸기 때문에 아무나 키울 수 없다는 이야기는 종종 들었다.

2000년도인가 우리 집에서 말티즈 종 애완견을 길렀다. 평양에 계신 할아버지가 보내주셨던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평양에서 얻어온 강아지였다. 동네 사람들은 엄청 신기해했고 강아지를 욕심 내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씀씀이가 헤픈 우리 부모님은 결국 다른 사람에게 주고 말았다. 어린 마음에 조금 서운하긴 했지만 부모님의 결정이라 어쩔 수 없이 보내주고 말았다.

평양에서는 원숭이와 애완견이 인기가 많다고 들었지만 지방에서 원숭이나 애완견을 키우는 일은 흔치 않았다. 시간이 지나며 원숭이의 인기가 떨어졌다고 하는데 여기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엮여 있다.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에서는 전기를 쓴 만큼 요금을 내지 않고 모두가 정해진 만큼 동일하게 낸다. 따라서 개인이 함부로 전기를 쓸 수 없으며 특히 전기밥솥이나 북한에서 히타 또는 전기곤로라고 불리는 전기레인지를 쓰는 것은 불법이라 적발되면 엄청난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몰래 전기밥솥이나 전기레인지를 사용한다.

한국의 한전에 해당하는 배전부나 변전소 직원들이 수시로 기기 사용 여부를 검사 한다. 그들에게 들키면 엄청난 과태료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문을 안으로 걸어 잠그거나 불법인 전자제품을 집안 깊숙한 곳에 숨겨두곤 한다.

평양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느 날 원숭이를 기르는 집에 배전부가 전기 검열을 왔다. 주인은 다급하게 쓰고 있던 전기레인지를 이불장 위에 숨기고 문을 열어줬다. 문을 늦게 열었고, 또 주인의 태도가 수상했던지라 배전부 직원은 전자레인지를 쓴 것 아니냐고 윽박질렀다. 당연히 주인은 절대 아니라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그런데 이 상황을 지켜보던 원숭이가 갑자기 이불장 위에서 전기레인지를 꺼내 배전부 직원 앞에 내놓았다. 결국 집주인은 과태료를 물어야 했다. 밖에서 보기엔 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모든 행위들이 수령과 나라를 위한 것이어야 하는 북한에서, 개인을 위한 모든 행위는 불법이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도 사람인데 사람이 살아가면서 개인적 이익을 위한 행위를 하지 않기는 어렵다.

그래서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 집들이 거의 없다. 매 가정마다 비밀은 한두 가지씩 가지고 산다. 하지만 똑똑한 원숭이 때문에 이런 비밀들이 본의 아니게 타인들에게 알려지는 경우가 많아지자 원숭이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다고 한다. 물론 설거지를 한다거나 집 청소를 하는 원숭이들도 있다고 들었지만 지나치게 똑똑하다보니 위와 같은 실수도 많이 한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원숭이에 대한 인기는 자연스레 떨어졌고 대신에 애완견이나 애완용 아기 돼지에 관심이 높아졌다. 풍문으로 들은 이야기들이지만 사회적 배경을 생각해 볼 때 황당하게 꾸며진 이야기는 아닌 듯싶다.

지방 도시에서는 애완견보다는 집 지키는 셰퍼드를 많이 기른다. 셰퍼드는 사료를 따로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애완견보다는 키우기 쉽다. 가끔 돼지고기나 생선 등 날고기를 사주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조금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셰퍼드는 영리해서 주인의 의도를 재빨리 알아채기 때문에 키우는 재미가 있다. 훈련된 셰퍼드는 주인이 주는 음식 외에는 절대 먹지 않는다. 애완견이 재롱둥이라면 셰퍼드는 친구 같은 느낌이다.

2005년도에 엄마가 사기를 당해 집에서 키우던 셰퍼드 번개를 팔았다. 3살 정도 된 아이였는데 훈련이 잘 되어 있어 상당히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번개는 3일 후에 다시 우리 집으로 찾아왔다. 사실 엄마는 집이 어지러워진다고 번개를 키우는 것에 대해 항상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러나 팔려갔던 번개가 다시 우리 집을 찾아오자 감동을 받았는지 엄마는 번개를 다시 데려오고 싶어했다.

한 번 집을 나갔던 털 짐승이 다시 들어오면 집안일이 잘 안 된다는 속설 때문에 찾아오지는 못했다. 태어난 지 2달 뒤부터 키워 오만정이 다 들었지만 결국 우리는 번개를 떠나보내야만 했다. 나중에 다른 강아지를 다시 사오기는 했지만 번개 생각이 나서 별로 친해지지 못했다.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풀어놓았다. 이런 내 기억을 통해 볼 때 최근에는 북한에서 애완동물 열풍이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에 대한 또 다른 질문이 있으면 ask@nknews.org로 이름과 사는 도시, 그리고 질문을 적어 보내주세요. 가장 흥미로운 질문을 채택하여 답해드립니다.

글쓴이 이제선은 20대 후반이며 2011년에 백두산을 통해 탈북했습니다. 메인 사진은 Eric Lafforgue가 찍었습니다. 영문본은 여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NK News 한국어판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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