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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8월 26일 09시 58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8월 26일 14시 12분 KST

사이 세대 | 정부와 시장 사이에서 갈등하는 북한의 젊은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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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대학원대학교 김성경 교수, "시장화, 옷차림의 변화가 북한 정권의 종말을 부른다"는 주장에 '서구 제국주의적 관점'이라며 의문 제기

많은 사람들이 북한이 변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어떻게?"이다.

북한대학원대학교의 김성경 교수는 북한의 사회변동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다.

김 교수는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지난 6월 26일 열린 국제 학술대회 '북한 장마당 새 세대: 그들은 누구이며 변화의 동력이 될 것인가?' 에서 발표한 학술논문 "북한 청년의 세대적 '마음'과 문화적 실천: 북한 '사이(in-between) 세대'의 혼종적 정체성" 에서 북한의 젊은 세대를 '사이세대'로 규정했다.

'사이세대'는 1990년대의 대기근에서 모습을 드러낸 '장마당(암시장) 세대'와 다르다. 사이세대는 지금의 북한 청년층으로 북한 정권의 권위와 외부세계의 영향력 사이에 끼어있는 계층이다. 이 둘 사이에서 이들은 스스로의 이해관계에 맞는 길을 찾아야 한다.

김 교수는 사회학적 방법론과 북한에서 현지화한 단어들의 개념 분석을 통해 서구 문화 유입으로 인한 북한 정권의 약화를 예상하는 학계와 매체에 많은 점들을 시사하고 있다.

NK News: "새 세대"와 "사이 세대"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새 세대'는 북한 정권이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용어예요. 만약에 북한정부가 말하는 것처럼 새로운 세대가 있다면 그 세대가 정말 새로운지 묻게 됩니다. 예를 들어, 탈북자들이 말하는 '장마당세대'는 젊은층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세대가 겪은 경험의 총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디서든, 젊은 세대들은 자신이 무엇을 주도적으로 바꿔나가야 하는지 몰라요. 그래서 이 세대들이 북한 지금 상황과 닮아있는 것 같아요. 뭔가 겹쳐 있고 혼종되어 있는데 정확하게 성격이 안 나오는, 이런 맥락을 반영해서 '사이 세대'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 냈어요.

NK News: 이들이 변화의 씨앗이 되려면 어떠한 조건들이 있어야 할 텐데 사회를 바꾸려면 물질적인 기반도 조성돼야 하고 경제적인 불만과 함께 계몽적인 변화가 생겨나야 하잖아요. 현재 북한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기성 세대는 젊은 세대를 보고 "요즘 세대는 달라" 이렇게 말 하고 요즘 세대는 저 사람들은 "우리를 이해 못해"라고 얘기합니다. 그렇다면 북한에서 세대 간에 다른 것이 무엇일까요?

세대 간 차이가 외부로 드러나느냐의 여부는 북한이 앞으로 정치적, 경제적으로 얼마나 변화할 것인가에 달려 있습니다. 북한이 적극적인 개혁 개방으로 간다면 젊은 세대들은 빠르게 적응할 수 있으니 변화 주도 세력이 될 수도 있죠. 그런데 이러한 정치적, 경제적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이들이 밑에서부터 깨우쳐 사회를 바꾸기는 굉장히 어려울 거 같아요.

우리나라도 7-80년대 청바지를 입고 통기타를 치던 친구들이 경제성장을 동력 삼아 문화적 변화를 이끌어냈죠. 제가 학술대회에서 제일 먼저 미디어를 언급했던 이유는, (북한)이탈주민들이 미디어를 통해 본인의 경험이 이전 세대와 다르다고 얘기하는데 이걸 우리가 과장해석하지 말고 정제해서 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NK News: 탈북자의 증언들을 분석하는데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했는데요, 어떤 의미인가요?

90년대 남한사회에 신세대가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그들이 너무 다르다고 말했어요. 이들은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옷을 사고 화장품을 사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들이 말한 '자유'는 서구적 의미의 자유와 달라요. 마찬가지로 남한에서의 개인주의는 서구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서양의 개인주의는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지만 남한의 개인주의에는 집단주의적인 특징이 있어요.

1000만명의 사람들이 같은 영화를 보는 곳은 대한민국 밖에 없어요. 이는 20대들도 마찬가지에요. 모두 다 보는 영화를 보지 않으면 불안하게 느껴져요. 어른들은 젊은 세대가 개인주의적이라고 말하지만 그들은 아직 집단주의적 성향을 갖고 있어요.

이렇듯이, 서구의 관점에서 보면 북한을 이해하기 어려운 거에요. 그들의 언어도 알지 못하고 북한에서 살아볼 수도 없고, 그러니까 우리가 본 모든 자료를 다시 한 번 (검토해)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북한 체제가 만들어낸 마음과 생각을 서구적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안 될 수밖에 없죠. 우리는 북한이 굉장히 단순하다고 생각하는데 동시에 우리가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굉장히 단순해요.

NK News: 몇몇 탈북자들은 작년부터 계속 장마당세대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이들은 자본주의의 영향력을 받은 세대가 변화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북한 사회의 변화에 대해서는 보수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봐요. 젊은 세대들은 내가 무슨 세대라고 스스로 얘기하지 않거든요. 타인에 의해 호명되는 거예요. 각 세대들은 많은 경험을 하지만 학계나 미디어는 그 많은 경험들 중에 특정한 경험을 골라서 세대를 명명하는 거예요.

장마당 세대나 지금 탈북자들이 말씀하시는 것들이 미디어에서 많이 굳어져 있죠. 북한의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가 다른 점이 있긴 한데 그렇다면 정말 뭐가 다른지 봐야죠.

그런데 뭐가 다른 건지 펼쳐놓고 보니까 기존 세대랑 생각만큼 많이 다르지 않아요. 이건 젊은 세대가 급진적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혁명4세대 즉, 지금 40대 중반부터 50대가 너무 급진적이에요. 이들이 시장을 만들었던 세대잖아요.

NK News: 이 '혁명4세대'가 개척자적인 역할을 했다는 거죠?

네, 맞아요. 그들은 강력한 개척자적 특징을 가지고 있고 시장을 만들면서 자원을 배분하고 이제는 '돈주'라는 자본계층으로 성장했어요. 이들은 시장화의 전체적인 과정을 경험했고 이 경험을 정신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세대에요. 현재 젊은 세대는 (만하임의 개념처럼) 강력한 세대에 흡수된 주변 세대라고 볼 수 있어요.

저는 장마당 세대는 좀 더 나이 많은 세대(혁명 4세대)를 의미하는 것이 좀 더 적절하다고 봐요. 그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장마당을 이끌었구요.

또 북한에서는 20대의 젊은 층이 10년 동안 군대에 있어요. 그래서 북한의 진짜 젊은 세대는 20대 후반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기존 세대 연구의 연령구분과는 좀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NK News: 미디어가 북한에 대해 보도할 때 자극적인 타이틀을 뽑아서 쓰잖아요, 장마당 세대 역시 클릭 수를 끌기 위해 남발되는 말일까요? 언론이 북한에 대해 보도할 때 어떻게 보도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언론의 속성에서 기인한 것도 있죠. 제가 불편한 건, 북한이 너무 쉽게 무너지고 있다고 단정짓는 태도예요. 우리 사회에 일베가 있다고 해서 누구도 우리나라가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잖아요. 일부 개인의 변화는 시스템 전체의 변화를 의미하지 않아요. 북한 또한 마찬가지죠.

결국은 언론 역시 분단 체제에 포섭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서구 언론들은 북한에 대한 선정적인(sensational) 보도가 필요한 거고,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정론지라고 불릴 만한 언론들이 이러한 보도를 정리해 줘야죠. 그런데 언론이 이런 사회적인 책무를 다하지 않고 학계 역시 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잘못된 언론에 따르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해요.

북한이 핸드폰과 같은 새로운 문물에 관심을 보이면 김정은은 망했다(screwed up)는 보도가 나와요. 저는 왜 북한을 이렇게만 보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그냥 개혁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새로운 문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하면 될 것을요. 왜 북한만을 이렇게 보는지, 이건 서구적이고 제국주의적인 시선이에요. 이런 시선을 국내 언론들이 비판을 해야죠.

사람들이 북한이 붕괴된다는 결론을 내고 싶으면 굳이 세대개념을 이용할 필요가 없어요. 계급으로만 봐도 되요. 굳이 세대 개념을 사용하는 이유는 북한을 좀 더 다각적으로 보고, 북한이라는 공간을 인정하기 위한 시도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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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대학원대학교 김성경 교수

NK News: 젊은 북한 사람들은 남한의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옷을 따라 입는다고 들었습니다. 이러한 행태가 미래에 통일에 긍적적인 영향을 미칠까요? 남한의 햇볕정책 시기에 개봉되었던 영화들은 북한을 인간적으로 묘사했어요. 이것은 북한의 이미지를 크게 바꾸어 놓았죠. 북한에서도 이러한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영향력이 없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그건 굉장히 표피적인 수준의 인식 변화예요. 문화에 의해 만들어진 국가 이미지는 이미지는 쉽게 변해요. 한류의 영향 때문에 동남아시아에서 대한민국을 보는 시선이 상당히 우호적이라고 하는데 이젠 그렇지 않죠. 미국에 다녀왔다고 해서 미국을 다 좋아하는 게 아닌 것처럼요.

만약에 드라마나 영화가 남한사회를 정직하게 보여준다고 한다면 이런 이미지들은 유지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한계가 있어요. 게다가 이렇게 전달되는 우리 드라마와 영화의 질은 상당히 낮구요. 이것들은 거의 대부분 남한 사회를 정확히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지 못하는 허구예요.

NK News: <별에서 온 그대> 같은 드라마 말이죠?

네, 요즘 세상에 드라마처럼 누가 다른 사람을 위해 스스로 희생하겠어요? 그런 작품들은 한국의 국가이미지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줄 거예요. 또한 매체는 사람들의 정체성을 만들지 못해요. 매체는 하나의 요소일 뿐이고 사람들은 일상의 삶이 있어요.

우리는 사람들의 삶 속에서 매체의 역할을 봐야 해요. 북한 사회는 매우 억압되어 있기 때문에 북한 젊은이들은 남한의 생활방식을 따라서 피자를 먹는다는 사실 자체보다 비밀리에 서로 경험을 공유한다는 데에서 더 짜릿함을 느낀다고 봅니다. "그 드라마 봤어?" 이렇게 또래의식을 형성하는 거죠. 이렇게 형성되는 해방감은 상당히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일상생활에서 권력의 빈틈을 찾는 (이런 행위들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NK News: 미디어 자체보단 미디어가 가져오는 경험을 의미 있게 봐야 한다는 거죠.

"국가가 하지 말라고 한 행동을 했는데 안 걸렸다, 국가도 별 거 아니구나" 이런 경험들이죠. 이들은 한국 드라마를 보며 국가와 사생활 사이에서 팽팽한 외줄타기를 하는 것이고,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내가 원하는 해방감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돼요.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북한 인민과 국가 사이의 관계예요.

NK News: 북한이 국가와 개인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이 세대의 움직임을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정권이 이러한 변화를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기본적으로 정권은 이렇게 상당한 수의 사람들을 무시할 수 없어요. 국가에서 이들을 쓸어버리지는 못할 거고, 이들과 동조해서 결탁하는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겠죠. 이 과정에서 그들이 현 체제를 유지할지, 새로운 체재를 만들지는 확실하지 않아요. 혁명4세대의 자녀 세대, 지금의 10대가 성인이 되기 까지 10년 정도 남았습니다. '돈주' 세대는 아이들을 교육시킬 것이고 그 아이들이 바라보는 현실은 지금과 굉장히 다를 거예요.

'돈주' 세대와 이들의 자녀 세대 사이에 낀 사람들이 현재의 '사이세대'죠. 이리로 가지도 못하고 저리로 가지도 못하는 세대들이요.

이 글을 쓴 최하영은 NK News 서울지부 특파원입니다. 윤이나가 이 기사를 쓰는데 도움을 주었으며, 메인 사진은 Eric Lafforgue가 찍은 것입니다. 영문본은 여기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NK News 한국어판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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