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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7월 14일 11시 57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7월 14일 14시 12분 KST

북한 여권 사용법

일반 북한 인민이 비자를 받아서 출국을 할 방법이 있을까요? 최근에 이르기까지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불가능함' 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북한 인민은 보위부에 뇌물을 먹이는 방법을 통해 여권을 발급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중국에 사는 친척 방문'이 여행 목적으로 적혀 있지만 뇌물을 충분히 먹인다면 중국에 친척이 아무도 없어도 여권 발급이 가능 합니다. 2014년 1월 기준, 평양에서 여권을 발급받기 위한 뒷돈 가격은 미화 약 삼천 달러 또는 평양 은어로 '30장' 이라고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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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도 여권이 있지만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북한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비밀스런 국가 입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의 정부들과 마찬가지로 북한 정부 또한 인민들에게 여권을 발급해 줍니다. 물론 대부분의 인민들은 국경 밖을 나가볼 기회조차 없기에 북한 인민들은 자국 여권을 한 번 보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입니다. 북한 여권의 역사와 발급 방법에 대해서 한번 알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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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가지 종류의 여권 | 사진출처: passport-collector.com

북한은 네 가지 종류의 여권을 발급하고 있습니다. 그 중 셋은 일반 여권에 해당하며 각각 푸른색 (일반), 녹색 (관용) 그리고 적색 (외교용) 이렇게 세 가지의 색으로 구분됩니다. 네 번째 여권 또한 푸른색입니다만 이는 "공무용 여행을 위한 일반 여권"에 해당하며 국제 스포츠 경기에 참가하는 선수들에게 지급됩니다.

영어는 안 됩니다!

1950년대에 발급된 북한 여권에는 영어와 당시 국제공용어였던 프랑스어가 단 한글자도 적혀있지 않았습니다. 대신 조선말, 러시아어, 중국어가 기재되어 있었는데 당시 북한 사람이 갈 수 있는 국가는 러시아와 중국이 밖에 없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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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와 러시아어로 쓰인 북한 여권 | 사진출처: passport-collector.com

물론 오늘날에 제작된 북한 여권은 국제적인 기준을 따르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예 법적 효력이 전혀 없기 때문이죠. 요즘 많은 국가는 생체인식 전자 여권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전자여권은 유효기간이 과거 여권과 같은 5년이 아니라 10년으로 늘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생체정보 수록 전자여권을 발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전자여권은 발급 비용이 많이 들고 5년마다 여권을 갱신하는 일이 번거로울 거라는데 북한 관료들의 생각이 미치지 않고 있기 때문인 듯합니다. 그에 대해 불만을 쏟아낸다면 북한 관료에게 퉁명스런 대답을 듣지 않을까요? "해외로 나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특권인데 뭘 더 바랍니까 동무?"

제가 실제로 사용된 북한 여권들을 하나하나 살펴본 결과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살펴본 모든 북한 여권에는 북한 비자가 찍혀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민은 비자 없이도 자국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고 외국인만 입국 시 입국 비자를 받아오면 됩니다. 마찬가지로 과거 소련에서 외국인은 소련 입국 시에만 비자를 발급 받으면 됐지만 당시 소련 국민은 입국이 아닌 출국 시에 특별출국 비자를 발급 받아야 했습니다.

북한은 소련의 비자 체계보다 더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고 있습니다. 모든 인민과 외국인은 입국, 출국 시에 모두 비자를 발급 받아야 합니다. 일반적인 경우에는 입출국이 모두 가능한 비자를 한 번에 받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과거 러시아 출신 교환 학생들이 출국 비자 없이 입국 비자만 받은 상태에서 북한에서 수학했고 후일 그 학생들이 출국을 하려하자 북한 당국이 거절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관이 개입하는 소동을 일으켜야 할 정도라고 하니 그 까다로움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 가능할 듯합니다.

비자 발급은 어떻게 받나요?

일반 북한 인민이 비자를 받아서 출국을 할 방법이 있을까요? 최근에 이르기까지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불가능함' 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북한 인민은 보위부에 뇌물을 먹이는 방법을 통해 여권을 발급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중국에 사는 친척 방문'이 여행 목적으로 적혀 있지만 뇌물을 충분히 먹인다면 중국에 친척이 아무도 없어도 여권 발급이 가능 합니다. 2014년 1월 기준, 평양에서 여권을 발급받기 위한 뒷돈 가격은 미화 약 삼천 달러 또는 평양 은어로 '30장'이었습니다. (북한에서 백 달러짜리 지폐는 '한 장'이라는 속어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 뇌물은 무조건 미화로 지급이 되어야합니다. 북한 내에서 큰 사업을 하는 사람은 자국 화폐 사용을 꺼립니다. 특히나 몰수가 수반된 2009년 화폐 개혁 이후로 특히나 북한 화폐 사용을 피하려는 경향이 더 커졌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뇌물 액수는 북한의 평균적인 인민이 지불하기에는 너무나 큰돈입니다. 북한 인민의 월급은 약 50 센트에서 2달러 정도이기에, 월급을 모아서 가는 해외 방문은 꿈조차도 꿀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와 같은 고액의 뇌물을 지급할 수 있는 극소수는 시장 경제 활동 덕분에 돈을 많이 번 사람일 것입니다. 이들이 뇌물로 고액의 여권을 사는 이유는 상해의 화려한 와이탄이나 진시황의 병마용을 보러가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이들은 훨씬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중국 국경을 넘나듭니다.

일반적으로 여권을 살만큼 부유한 계층은 중국에서 상품을 사서 북한에 되파는 무역을 위해 중국에 가고 이런 과정에서 수익을 얻습니다. 제가 북한 국경에 근접한 중국 단둥에 방문했을 때 세관을 통과하던 북한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그들 모두는 한 사람당 수십 킬로그램은 되는 거대한 짐을 지고 있었습니다.

무역 상인들에게 가장 곤란한 문제는 여권에 찍히는 도장입니다. 일반적인 북한 여권은 총 36쪽으로 되어있습니다, 그중 30쪽에만 도장을 찍을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합법적으로 중국에 방문하고 나면 북한 출국 시 한번, 중국 입국 시 한번, 중국 출국 시 한번 그리고 북한 입국 시 한번까지 무려 총 네 번의 도장이 찍힙니다. 입국 심사관이 한 곳에 도장을 모두 찍어준다면 운수 좋은 날이겠지만 때로는 두 쪽에 나눠서 찍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권에 찍히는 도장을 받았다고 끝난 것이 아닙니다. 북한 출국을 위한 비자 또한 여권 한 페이지를 모두 차지하고 중국은 외교 여권, 관용 여권 그리고 '공무용 여행' 여권만 무비자 방문이 가능하기에 또 다른 페이지에 중국 입국 비자가 붙게 됩니다. 이 중국 입국 비자는 중국 영사관이 아닌 북한 보위부를 통해 발급신청서를 제출하게 되어 있으므로 한번 사용 후 무효가 되는 일회용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기에 매번 중국을 드나들 때마다 평균적으로 세 페이지 정도가 소모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북한 여권 하나로 중국을 방문할 수 있는 최대 횟수는 약 10회 정도라는 점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중국과의 무역을 일삼는 북한 장사꾼들은 매 방문마다 최소 300달러 이상의 이윤을 남겨야 본전을 건진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후일 더 이상 도장도 비자도 받을 곳이 남아있지 않는다면 그 인민은 또 '30장'을 지불해서 여권을 사야합니다.

편도 여권

여권은 종종 '탈북'을 위해서도 사용이 됩니다. 여권을 소지한 북한 인민은 합법적으로 국경을 넘어 베이징행 기차를 탈 수 있습니다. 만일 중국 공안이 여권 검사를 하면 중국 입국 비자를 보여주면 그만입니다. 그 후 베이징에 있는 태국 대사관에 도착해 여행자 비자로 방콕행 비행기를 탄 후 태국 주재 대한민국 대사관의 외교관에게 도움을 청하면 됩니다. 이 방법은 탈북 브로커를 매수해 길고 위험한 탈북 여정을 거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왜 이렇게 저렴하며 효과적인 '여권 탈북'이 일상적이지 못할까요? 일단 보위부는 조금이라도 수상한 점이 있는 사람에게는 절대 여권을 발급해주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에 이미 탈북한 친척이 있는 사람은 지레 겁에 질려 여권 신청조차 하지 않을 것입니다. 만일 이런 '불순분자'가 여권 신청을 한다면 보위부 직원이 아주 멍청하지 않은 이상 의심하기 마련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조금은 웃기며 슬프기까지 합니다. 북한 인민 대부분은 여권 자체에 대한 개념이 거의 전무합니다. 대부분의 북한 사람들은 여권을 지닌 개인이 자유롭게 여행 다닐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여권은 중국 공안이 체포하지 못하게 막는 서류라는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저는 여권을 통해 중국에 도착한 후 태국으로 가기 위한 브로커를 고용한 여성을 알고 있습니다. 이는 완전히 쓸데없는 짓이지만, 평생 북한의 작은 마을에 살다가 난생 처음으로 국외로 나온 사람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예를 알려드리겠습니다. 탈북을 감행한 제 친구는 아버지가 아직 북한에 남아 있기 때문에 가끔씩 아버지도 대한민국에 입국시킬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그 친구에게 가진 여권의 종류에 대해서 묻자 놀라서 대답했습니다. "보위부에 제출한 여권신청서에 적은 중국 도시 이외의 장소를 합법적으로 방문할 수 있나요?" 그 이후로 저는 무려 삼십분이 넘는 시간 동안 중국 공안이나 태국 외교관이 북한에서 작성해 보위부에 제출한 정보에는 전혀 관심이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설명했습니다. 오늘날 북한 인민이 여권의 성격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여권에 대한 무지는 해소될 것이며, 어느 순간이 되면 여권은 중국에서 옷을 수입하기 위해 필요한 서류가 아니라 위대한 영도자의 품을 벗어날 자유행 티켓이란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글쓴이 효도르 테르티스키(Fyodor Tertitskiy)는 서울대 사회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안재혁이 번역하였으며, 사진출처는 passport-collector.com입니다. 원문은 여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NK News 한국어판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