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ureombo

예전에 그런 영화 카피가 있었지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볼 것이다.' 곡성의 주제는 '무엇을 믿든, 믿고 싶은 걸 볼 것이다.'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믿고 싶은 대로 세상을 봅니다. '곡성'은 그런 우리 자신을 보여주는 거울 같은 영화에요. '저 사람이 범인이구나!' 하고 미끼를 덥석 물었지만, 우리는 단지 우리가 믿고 싶은 걸 본 것뿐입니다.
예술인과 언론인의 영역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그럼에도 '할리우드 텐'과 해직 언론인들은 닮았다. 불이익을 무릅쓰고 할 말을 하는 용기가 겹쳐 보이지만, 그 때문만은 아니다. 생계수단과 직업적 자부심을 빼앗기고, 부당한 소송으로 고생하는 상황들 역시 교차하지만, 또 그게 전부는 아니다. '할리우드 텐'과 해직 언론인 선배들의 교집합에 가슴이 가장 시큰했던 부분은, 영화가 세심하게 그려내고 있는 이들의 사생활이다. "학교에 낼 서류에 아빠 직업을 뭐라 쓰느냐" 묻는 말에 갑자기 막막했다는 어느 선배의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빙빙 돈다.
보고 나면 왜 이 영화가 2016년에 도착했는지, 그리고 지금의 한국이 얼마나 끔찍하게 촌스러운 나라인지 느껴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니 더 나쁠지도 모르겠다. 이 나라는 누구든 트럼보처럼 한 방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지만, 누구도 그처럼 버틸 생각을 할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예술계고 기업계고 어디고 놀랍도록 닫혀있는 패거리 문화의 끝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