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minaui-interview

결국은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저는 '부=악'이고 '가난=선'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부자라고 해서 다 나쁜 사람도 아니고, 가난한 사람이라고 해서 다 착한 사람은 아니잖아요? 부자와 빈자, 악과 선의 대결보다 인간 사이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사람 대 사람의 관계에서 서로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요. 개인이 자기의 역할만 제대로 해줘도 세상은 지금보다 좋아질 것 같다고 믿어요.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 아이돌 혹은 어린 친구들이랑 작업을 많이 합니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작업에 대해서 굉장히 회의적이었을 거예요. 여긴 내 자리가 아닌데 하는 생각들 때문에요. 실제로도 2007,8년쯤에는 그런 생각들 때문에 괴로웠던 적도 많아요. 대중음악 시장이 제가 생각했던 것들과 다르게 흘러간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거든요. 더 이상 사람들이 음악을 '귀로 듣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눈으로 보는 것'으로 생각하고, 음악인보다는 비디오 스타에 열광하고, 앨범 자체로가 아니라 조각조각 난 노래들을 모바일 기기 등으로 소비하는 현상들 때문이었죠. 그런데 공부를 하면서 많이 극복이 됐어요.
"매일 집에 가기 전에 파머스 마켓에 들러서 그때 파는 가장 싱싱한 재료를 사서 집에 가 깔아놓고 그 때부터 무엇을 만들지를 고민해요. 로봇을 만들 듯이 요리를 디자인한다고 할까요? 재료의 텍스처(texture)를 생각하면서 만들어 먹곤 하는데, 처음 요리를 구상할 때 생각했던 맛이 나오면 '아! 이거구나!'하고 무릎을 탁! 치죠."
"하루는 베를린 올림픽 수영장에 간 적이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햇볕 아래 누워서 일광욕을 하고 있는데, 저 멀리 한 사람이 서 있는 거예요. 근데 가까이 가서 보니까 글쎄 다리가 하나 없는 거예요. 낯모르는 남자가 오직 다리 하나로 서서 태양을 딱 올려다보고 있는데... 와 저거다 싶었어요. 그 자신감, 그리고 그런 사람을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는 독일 사회의 관대함이랄까요. 저는 베를린에서 공부하면서 그런 삶의 에너지들을 배워온 거 같아요. 살아 있을 때 행복해야지요. 남의 눈, 겉치레를 신경 쓰지 마세요. 그보다는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지에 대한 방향성을 잡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음악을 하는 많은 아이들은 유복한 집안에서 나고 큰 도시에 살면서 음악적인 동기 부여나 자극을 받는다. 하지만 이 천재 비올리스트는 시골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엄마는 정신지체를 앓았고 형편은 넉넉지 못했다. 최고의 선생님에게 교육을 받지도 좋은 악기를 사지도 못했다. 동네 교회의 연주자에게 적은 돈을 주고 처음 악기를 배웠고 무언가가 필요할 때마다 이웃들의 도움을 받았다. 그땐 뭐랄까, 좀 벌거벗은 기분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그러나 지금의 그는 모든 것에 감사한다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용재 오닐씨의 비올라 연주와 인생이 향하고 있는 방향은 확실하다. 그가 받은 사랑과 관심을 다른 이들에게, 사회에, 다음 세대에 다시 돌려주는 것이다.
"50, 60년 전엔 한국이 이런 부자 나라가 되리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거예요. 불가능해 보였을 테죠. 그런가 하면 지금의 한국 젊은이들은 한국에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자신감 있고 성공한 사람으로 살기에는 타인과 나를 늘 비교하는 문화가 팽배하고 스펙, 성공 등을 너무 따지는 사회니까요. 아무리 부자이고 잘 생겼어도 그보다 뛰어난 사람은 당연히 있잖아요. 그러니 아무리 많은 것을 갖추어도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나라가 한국인 것 같아요. 한국은 절대적 결과보다 상대적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죠. 이 책을 통해 제가 전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는, 한국은 좋은 나라이지만 한국 사람들이 스스로를 불안하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미스터쇼>를 보고 나서 갑자기 궁금증이 일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우선 여성들의 경우 '재미있겠다', '보러 가고 싶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남사스럽다', '무섭다'라는 반응도 있었다. 객석의 모습과 흡사한 결과다. 흥미로운 것은 남성들의 대답이었다. 한국 남자들은 - 자기들은 단란주점도 가고 룸사롱도 가면서 - '내 여자친구가 그런 곳에 간다는 것을 참을 수 없다. 차라리 남자랑 단둘이 밥을 먹는 게 낫다'라는 반응이었지만 외국 남성들은 대부분 반대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스트립쇼 한번쯤 가는 게 뭐가 어때서? 친구들과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오면 좋지 않나? 하지만 내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랑 단둘이 밥을 먹는다면 너무 속상할 것 같아..."
"무엇보다 자기가 원하는 게 뭔지를 알아야 돼요. 인생에서 가장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알려면 발가벗고 자기자신과 솔직하게 대화를 해야 하고요. 남에게 보이고 싶은 거 말고 내가 원하는 거, 내 안에 있는 욕망을 먼저 보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인생이 다 성공일 순 없어요. 그러나 전 평범한 인생보다 원하는 걸 했다가 실패하는 인생이 더 낫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