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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에 다닌다는 게 굳이 자랑도 아니지만 별로 숨기고 싶지 않다. 어차피 대부분의 현대인은 모두 마음에 병이 있다. 그걸 인정하지 않거나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비보험 처리 비용이 부담스럽거나 보험 처리하기에 불편함이 많을 뿐이다. 아니면 다들 인생이 이런 거라고 생각하거나 말이다. 오히려 타인의 눈치 혹은 편견 때문에 정신과에 가지 못하는 분위기가 정말 병든 사회를 만들고 있다. 정신과에 가는 사람을 손가락질하는 사람의 마음은 과연 건강할까. 몸이든 마음이든 아프면 일단 병원에 가자.
남자가 말했다. '한국 사람들은 일하기만 하고 자아가 없어요. 다 똑같이 살아. 난 그렇게 살기 싫어서 세계를 떠돌아다니는데 외국은 참 사람 사는 곳 같아요.' 나 역시 20살에는 누가 들었음 직한 대학에 가고 27살쯤에 취업을 하고 연봉은 얼마 정도가 되어야 하며 30살이 넘으면 결혼을 해 몇 평 정도의 신혼집을 마련해야 한다는, 모두가 줄자 위를 걸으며 내가 어디 정도인지 끊임없이 주변을 둘러봐야 하는 그 분위기에 질식할 것 같아 한국을 떠나온 것도 있다. 하지만 여행을 많이 하면 인생을 더 잘 아는 걸까? 그리고 자아를 찾을 수 있을까?
거절을 할 때 '저는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고 싶었지만'이라는 죄인 같은 표정으로 공손하게 굴지 않으면 상대방의 기분이 상하는 때가 많다. 우리 아버지 대에 거절을 못해 친구 보증 서주다 말아먹은 집이 한둘인가. 예스맨은 남과의 관계는 원만해질지 몰라도 자신 혹은 가족의 속이 탄다. 게다가 오히려 미리 거절하지 못했다가 더 곤란해지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 거절해야 하는 일은 단호하게 거절해야 장기적으로 너도 나도 편하다.
나이가 들면 말의 길이를 통해 자기의 존재에 대해서 확인을 받고 싶어 하는 것일까. 그리고 왜 우리는 나이를 먹었다는 이유만으로 노인을 공경해야 하며 그들에게 배울 것이 있다는 것을 늘 전제로 깔고 살아야 할까. 투표 결과를 봐도 아니 그냥 지하철만 타도 나이 드는 것이 지혜와 상관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