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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살면서 길을 걷다가 우유곽이 머리에 날아온 적이 있습니다. 우유가 반쯤 들어 있었구요. 처음엔 이게 무슨 일인가 하다가 옆에 정차 중인 스쿨버스의 백인 아이들이 키득거리는 걸 보고서야 깨닫게 됐죠. 제가 동양인이기 때문에 그런 짓을 당한 겁니다. 그 아이들이 가정이 불행한지 학교에서 스트레스를 받는지 세상이 싫은지 정신질환이 있는지 마약을 하는지는 알길이 없습니다. 그때도 알고 지금도 아는 것은, 그 일이 사소하나마 명백한 인종혐오 범죄였고 저는 그 희생자였다는 사실입니다. 또 어떤 동양인이든 그 자리에 있었다면 우유곽을 맞았을 거라는 점입니다. 그 사실이 개인으로서의 제 입장보다 저를 더 슬프게 했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우리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안을 봐야 합니다.
별은 뚜렷이 잘 보이겠지만 화성의 밤하늘에는 지구와 크게 다른 점이 있다. 바로 달이다. 우리가 가진 저 달은 모행성에 대비해 태양계에서 가장 크다. 그래서 태양과 겉보기 크기가 같기 때문에 낮과 밤의 하늘을 균등히 양분하며 우리들에게 하늘에 대한 큰 호기심과 영감을 불어넣어 왔다. 하지만 화성의 달 포보스와 데이모스는 지름이 수십㎞에 불과한 일그러진 두 개의 돌덩이일 뿐이다. 화성 표면에 가깝게 있기 때문에 비교적 커 보이기는 하지만 그 의미가 같을 수는 없다. 유리 가가린이 최초로 지구를 한 바퀴 돌고 돌아온 지 불과 8년 만에 인류가 달에 도착할 수 있었던 것은 저 거대하고 느릿느릿한 달이 역사 전체에 드리운 무게와 의미가 끌어내는 추진력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플래처는 좋은 연주가 어떤 것인지 알지만 스스로는 할 수는 없는, 그럼에도 그것에 도달하고자 몸과 마음을 내던진 상태에 있는 연주자의 내면에 존재하는 무엇이다. 예술에 대한 열정, 연습에 대한 집착, 과정에 대한 순결성, 재능에 대한 불안, 무대에 대한 공포, 결과에 대한 불만, 평가에 대한 불안, 그리고 위대한 선배 연주자에 대한 존경과 질시, 신화에의 동경 등이 뒤섞여 온갖 형태로 표출되는 존재다.
지금 태양권계면을 넘어가 '인터스텔라' 영역으로 들어가 있다는 보이저1호는 40년에 가까운 여행 끝에 지구에서 대략 17광시, 즉 빛으로 17시간 남짓 걸리는 곳에 도달해 있다. 이것도 만만한 거리는 아니지만 1광년, 즉 빛으로 1년이 걸리는 곳에까지 이르는 오르트구름의 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서 태양권계면을 넘은 보이저1호가 다시 오르트구름의 초엽에 들어가는 데만도 300년이 걸린다. 그럼 이곳을 가로질러 빠져나오려면 얼마나 걸릴까? 근 1만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하다.
영화 ‘인터스텔라’와 블랙홀 ▶ ‘영화의 주인공은 인간이 아니라 우주 자체다.’ 이런 평가가 어색하지 않은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가 지난 6일 개봉된 뒤 관람객 500만명을 넘어서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지금 생각해보면 녀석은 우리가 야구하는 모습을 먼 구석에서 몇날 며칠 바라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는 우리에게는 단지 '어느 날'일 뿐이지만 녀석에게는 벼르다벼르다 작심한 날 큰 용기를 내어 그렇게 우리에게 걸어 들어왔을 것이다. ...한 쪽 다리를 많이 절었기 때문이다.
달은 자전주기와 공전주기가 같기 때문에 지구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고, 따라서 우리는 토끼가 방아를 찧는 모습이 새겨진 한 면만을 늘 본다. 그래서 인류가 달의 뒷모습을 처음으로 본 것은 1959년 소련의 무인탐사선 루나 3호가 달의 궤도를 돌며 첫 사진을 보냈을 때에 이르러서였다. 까마득한 옛날 지구에 박테리아가 처음 나타난 이래로, 지구에 사는 생명체가 달의 뒷면을 한 번 보는 데 장장 35억년이나 걸린 셈이다. 지금은 거듭된 유무인 탐사선의 조사로 달의 앞면과 뒷면 모두 정확한 지도가 작성돼 있고, '구글 문' 서비스를 통해 일반인도 접근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