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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들이 사과문을 올렸지만, 수어 통역을 배치한 영상 사과문을 요구했다.
재난 상황에 대처해야 했던 4일 밤, 어떤 방송도 수어 통역 지원을 하지 않았다.
제보가 들어왔다. 안동에서 장애인이 '묻지 마 폭행'을 당했다고 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1급 장애인 네 명이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한 남성이 오더니 아무 말도 없이 이들을 마구잡이로 폭행했단다.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었다. 가해자가 때리는 내내 한마디 말도 없었다는 것이다. 보통 '장애인 혐오 범죄'라면 욕설이나 비하 등 혐오 발언이 따르기 마련일 텐데, 격하게 흥분한 상태에서 어떻게 욕 한마디가 없었을까.
나만 그런 줄 알았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와 함께 은행에 가서 우리 집의 빚이 얼마인지를 부모 대신 물어봐야 했던 것. 대출이 안 된다는 은행원 앞에서 부끄러워 도망가고 싶었지만 부모의 완강한 표정을 통역하며 왜 안 되냐며 재차 물어봐야 했던 것. 부동산에 전화해 새로 이사 갈 집의 전세금이 얼마고 보증금이 얼마인지를 울면서 통역해야 했던 것. 병원에 가서 엄마가 어디가 아픈지 정확하게 통역하지 못해 쩔쩔매야 했던 것. 내가 '집 안의 통역사'인지 '청각장애인의 딸'인지 '동생의 엄마'인지 혹은 '나 자신'인지를 정확하게 구분하지 못해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또 겪었던 것. 그런 일들 전부, 나 혼자 감당해야 하는 줄만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