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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순희 씨는 "내 스스로 시간을 조절하면서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게 농사지으면서 가장 좋은 점"이라고 했다. "농한기가 없어서 파닥파닥하긴 하지만 그래도 마음먹으면 뭐든 할 수 있어요. 농사꾼은 부지런하다가도 어느 순간에 '내가 나가서 이걸 해야지' 하면 만사 제치고 할 수 있잖아요. 그렇다고 제때 해야 하는 농사일을 방치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내가 진짜 하고 싶고 하고자 하는 일을 주위 눈치 안 보고 할 수 있고, 그게 남편과 동의가 되니까 같이 할 수 있어요."
내 친구 부부는 아내가 회사에 나가서 돈을 벌고, 남편은 공부를 하면서 집안일을 돌본다. 그래서 아내를 바깥사람이라 부르고 남편을 안사람이라 부른다. 하하, 이거 재미있다. 안사람 바깥사람이라는 말은 옛날에 남자가 밖에서 농사를 짓거나 사냥을 하는 등의 일을 하고 아내는 안에서 밥을 짓고 아이들을 키우던 때의 전통적 성역할에서부터 비롯한 말이다. 그것이 점점 부부의 성별을 칭하는 말처럼 변해 왔다. 하지만 전통적 성역할에 따라 살지 않는 요즘 사람들에게 안사람과 바깥사람의 구분은 뒤바뀔 수 있다. 안과 밖을 성별로 못박아 두는 기존의 관념에서 풀려나면 생각은 훨씬 유동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