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ghana

저는 저를 향한 수많은 악성댓글을 접하면서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라는 인상을 받은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댓글을 쓴 사람 중 다수는 제가 불쾌감을 느끼고 제 가족들이 고통받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저를 좀더 불행하게 만들기 위한 단어와 표현에 열중한다는 걸 느꼈죠. 그래서 저는 이게 단지 디지털 세대의 문제라고 보기도 힘들고, 그들이 공감하지 못해서라고 보지도 않습니다. 진짜 문제는 그들이 주장하는 바가 아니라 주장을 관철하는 방식입니다.
제가 바라본 노키즈존 논란의 양상은 찬성과 반대 두 입장이 서로를 끊임없이 설득하기 위해서 모든 합리적인 근거를 총동원한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맘충의 사례들이 총망라되었고, 노키즈존 같은 건 있을 수 없는 선진국의 사례도 망라되었습니다. 노키즈존은 유색인종 출입금지, 장애인 출입금지, 유대인 출입금지와 마찬가지로 엄연한 차별이고 인권유린이라는 주장도 있고, 사업주의 영업권과 자유로운 상행위도 보장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세계 1위라니. 그 많은 식용 GMO는 누가 다 먹는 걸까요? 결국 우리 가족들, 우리 아이들이 세계 제일의 GMO 소비자란 뜻입니다. 대체 한국의 1등 비법은 무엇일까요? 제가 짧은 국회의원 생활 동안 확실히 깨달은 건 '기업 하기 좋은 나라'가 사람 잡는다는 사실입니다. 한국이 식용 GMO 수입 1위 국가가 될 수 있었던 건 'GMO라도 괜찮아'라는 우리의 너그러운 식성 때문은 아니라는 겁니다. 내가 뭘 먹고 사는지 모르는(알 수 없는) 현실이 원인입니다. 우리는 왜 몰랐을까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민의 알권리보다는 식품업계의 '팔 권리'를 옹호해왔기 때문입니다.
무상, 말 그대로 공짜라는 뜻이죠. 무상급식은 공짜급식이라는 뜻이고요. 내던 급식비를 안 내기 시작하면서 무상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천만의 말씀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사재를 털어 급식비를 대납해주는 것도 아니고, 해외 원조를 받아서 아이들 급식이 제공되는 게 아닌데, 무상급식이라는 표현은 가당치 않죠. 당장 폐기하고 싶은 말입니다. 길게 말할 것도 없이, 내라는 대로 꼬박꼬박 세금 낸 우리들에게 무상은 없습니다. 무상이라는 말로 쓸데없이 감사한 마음 들게 하지 말고 친환경 공공급식이라고 부르면 어떨까요? 의무교육·공교육이라는 표현은 써도 무상교육이란 말은 잘 안 쓰잖아요.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내에 국공립 보육시설 이용률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약했는데요. 저는 아동수당 지급을 5년 뒤로 미루고, 임기 내 공공보육 수준을 80%까지 올리라고 주문하고 싶습니다. 엄마의 배 속에 잉태되자마자 수백 번대 대기번호를 받아야 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월 10만원 대신 건강한 보육 인프라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지금 상태에서 10만원씩 주는 건 결국 시장만 활성화시키는 꼴이기 때문이죠. 월 10만원으로 백화점이나 대형할인점 문화센터에 강의료를 내는 대신, 기초자치단체마다 엄마와 아이를 위한 복지관이 만들어지고 동네마다 공동육아 공간이 만들어진다면, 여러분은 어느 쪽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산후우울증은 출산 후 호르몬 변화나 신체 변화 때문이라고들 하지만, 독박육아와 경력단절도 큰 원인입니다. 육아 자체도 힘들지만 가족과 사회로부터 고립되고, 자아를 상실하는 과정에서 우울감이 생기는 거죠. 육아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도 우울하고요. 산후우울증은 단지 엄마여서, 여자여서 겪는 문제가 아닙니다. 제 기억에 남편은 꽤 오랜 기간 산후우울증을 겪었습니다. 우울감인지 우울증인지 알 수는 없지만, 제가 곁에서 느끼기에는 정말 딴사람이 된 것 같았죠. 제가 아무리 남편의 기분을 살핀다 한들, 남편의 독박육아를 해소할 방법은 없었기 때문에 남편은 오래도록 혼자 아파야 했습니다.
모유 수유와 단유의 고통, 등골이 휘는 분유값, 게다가 젖먹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낯선 사람들까지 '모유 안 먹이냐?'는 질문을 마구 던지죠. 모유 수유는 말 그대로 개고생입니다. (다들 엄마한테 잘합시다.) 목은 꺾어질 듯 아프고, 손목은 부러질 듯 아프고, 허리는 끊어질 듯 아픈데다 결정적으로 잠을 못 자니까요. 출산의 고통은 시한부지만, 아이가 태어나 첫 두달 동안 하루에 열번씩 젖을 물릴 때의 심정은 '여기가 무간지옥이구나' 싶더군요.
산후조리원 이용료(2주)가 전국 평균 230만원(특실 298만원), 서울 302만원인 걸 고려하면 산전검사·출산·산후조리까지 엄마가 되기 위해 지출하는 비용이 딱 500만원 수준입니다. 고용노동부가 밝힌 5인 이상 사업장의 2016년 연간 급여 중위값이 3253만원이고, 월별 실수령액은 240만원쯤 되니 산후조리원 가는 데 한 달치 봉급이 다 들어가고, 애 낳는 데 두 달치 봉급이 들어가는 나라에 사는 겁니다. 저출산 대책 예산 22조원은 다 어디로 간 건지, 이러니 엄마들 입에서 '이게 나라냐'는 말이 절로 나오는 거죠.
유니세프와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으로 인증받은 곳은 세계적으로 2만여곳이나 된다고 합니다. 한국에는 16곳밖에 되지 않습니다.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은 분만 방식이 아닌 모유 수유 권장에 대한 인증입니다. 한국에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으로 인증받은 곳이 적은 이유는 한국의 출산 행태 때문입니다. 많이 경험하셨듯이 우리나라 산부인과에서는 출산 직후 2~4시간 동안은 아이와 떨어져 있게 됩니다. 하지만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 인증 요건 중에는 '산모는 출산 후 30분 이내에 아기와 피부를 맞대고, 최소 30분간 아기와의 접촉을 지속해야 하며 이때 젖을 빨리기 시작한다'는 항목이 있습니다.
애 낳고 '애국자' 소리 한번 못 들어본 엄마도 있을까요? 출산이 단지 집안의 경사이거나, 부모 된 사람들을 철들게 만드는 통과의례에 불과하다면 굳이 애국이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겠죠. 출산은 한 사회의 미래입니다. 엄마가 되는 일은 개인의 선택에 따른 개인들의 책임이 아니라, 국가적 사안이고 국가의 책무가 따라야만 하는 거죠. 그러나 애국자라 쓰고 저성과자로 읽는 것이 여성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입니다. 대다수의 엄마들은 일하기 위해 모성을 포기하거나 모성을 지키기 위해 일을 포기해야 하는 폭력적인 상황에 노출되어 있죠. 육아휴직 쓰는데 눈치 주는 사업주도 잘못이고, 임신 축하한다더니 어느덧 퇴사의 기로에 서 있는 나를 외면하는 동료들도 야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