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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가 출범하면서 당선인 비서실 쪽에서 인사 작업을 한 사람은 나와 김원용, 박영준 세 명이었다. 그런데 한 일주일 정도 지나니 나는 내심 겁이 나기 시작했다. 막상 인사 작업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인사를 이렇게 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 예를 들자면 내가 잘 아는 인물이 청와대 수석비서관으로 거론됐다. 나는 그가 어떤 인물인지 뻔히 알기 때문에 황당했다. 이런 인물이 무슨 청와대 수석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인사를 하면 큰일 나겠는데' 하는 걱정이 앞을 가렸다.
선거 캠프에는 주로 뚜렷한 자기 일이 없고, 전문성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 자기 일에 바쁜 사람들이 캠프에 올 여유가 있겠는가. 그런 사람들이 캠프에 있다가 다 인수위에 들어와 유세를 피우고, 공무원들은 그 사람들 눈치 보느라 찍 소리도 못하는 게 현실이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힘이 센 사람이 누구인지 아는가. 사람들은 대통령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니다! 대통령 당선자다. 모든 민원, 청탁, 인사, 관심이 대통령 당선자에게 몰린다. 그러니까 과시하고 싶어진다. 이것을 보여주는 과정이 인수위 과정이다. 거기 모여 있는 사람들도 '나도 이제 측근이다, 실세다' 하며,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고 발산하는 장이 되어버린다. 그런 것을 왜 만드는가.
이상득은 임태희를 후보 비서실장으로 앉힌 뒤 원로자문그룹이라는 '6인회'를 내세워 현안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사실 '6인회'는 실권이 있는 모임은 아니었다. 모양 갖추기에 불과했다. 이상득이 혼자 개입하기 뭐하니까 모양새를 갖춰서 슬쩍 물타기 하고 들어와서 관여를 하려고 만든 것이다. 김덕룡이나 박희태가 역할을 했다면 얼마나 했겠나. 이를테면 내가 선대위 안을 짤 때도 이상득, MB에게 승인을 받은 후 6인 회의를 소집해서 마치 거기서 결정한 것처럼 하는 식이었다.
실세 주변에 사람이 몰리게 마련이다. 그리고 견제 받지 않는 권력실세 주변에서 그를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이 매번 되풀이 되는 낙하산 인사와 국정농단의 주역들이 된다. 역대 대선마다 이런 문제가 되풀이 되면서 낙하산 인사로 이어지고, 각종 이권 청탁으로 이어졌다. 노태우-박철언, 김영삼-김현철, 김대중-세 아들, 노무현-노건평, 이명박-이상득으로 이어지는 역대 정권 권력실세의 계보와 그 운명이 이 사실을 웅변하고 있다.
대선 막바지에 MB 스스로 BBK가 자기 회사라고 말했다는 소위 '광운대 동영상'을 가지고 있다는 사람들이 나타나 여기저기 접촉을 하고 다녔다. 내게는 시민단체에 있는 지인을 통해서 '누가 그런 것(광운대 동영상)을 가지고 있는데 팔겠다고 한다'며 연락이 왔다. 나는 박재성을 불러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고 그들을 만나도록 했다. 일당은 3인조로 파악됐다. 우리는 생각했다. '이들이 분명 정동영 후보 쪽에도 갔을 텐데 그들은 왜 사지 않았을까? 샀다면 왜 공개를 안 할까?'
하이라이트는 조순제였다. 조순제는 최태민의 의붓아들로 최태민의 마지막 부인이 데려온 아들이다. 과거에 문공부장관 비서관도 지낸 조순제는 박희태, 최병렬과 동년배 지기라고 알려져 있다. 똑똑한 사람이었다. 최태민은 공식적으로 아들이 하나도 없었다. 다 딸이었다. 데리고 있는 아들이라고는 의붓아들 조순제 밖에 없다. 청문회장에서 강훈 변호사가 박근혜에게 물었다. "박근혜 후보는 조순제씨를 아십니까?" 박근혜가 "모릅니다."라고 했다. TV를 보고 있던 나는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는 설마 박근혜가 조순제를 모른다고 대답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2007년 들어서면서 정국은 서서히 대선 정국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2~3월이 되었는데도 MB는 경선 캠프를 꾸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는 MB에게 "빨리 짜임새 있는 캠프를 꾸려야 한다. 본격적으로 진용을 갖춰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MB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며칠을 기다리다가 세 번째로 얘기 했을 때에야 "그러면 이상득 의원과 상의해서 해보세요. 이재오 의원은 절대 모르게 하세요"라고 말했다. MB는 왜 이재오 의원에게는 비밀로 하라고 했던 것일까.
MB가 시장으로 있을 때부터 MB 주변에서 사실상 제일 힘 센 실력자는 이상득이었다. 나나 정태근도 MB를 설득하다가 안 되면 이상득에게 달려가곤 했다. MB에게는 이상득이 유일하게 어려운 사람이었다. MB는 정치에 대해 잘 모르니 노련한 정치인인 이상득에게 자문을 구하곤 했다. 두 사람은 수시로 통화했으며, 이상득은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각종 일에 관여하고 영향력을 행사했다.
2009년 정준양 전 회장이 포스코그룹의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될 때 재계에 풍문으로 떠돌던 이상득 전 의원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인사 개입설이 검찰 수사에서 확인됐다. 검찰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
포스코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은 정준양 전 포스코그룹 회장이 선임되는 데 이상득 전 의원이 개입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5일 전해졌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을 그룹 최고경영자(CEO)로 만들어 준 대가로 이 전 의원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