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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놓친 것이 한 가지 있다. 미국 헌법의 아버지들이 고민했던 지역의 평등한 대표성이다. 단순히 인구수에 비례하여 대표를 선출하게 되면 인구수가 많은 지역의 이해관계는 국가의사 결정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반면에 인구수가 적은 지역의 이해관계는 그렇지 못하게 된다.
대법관 출신의 국민권익위원장이었던 김영란씨가 입법을 주도했다고 해서 '김영란법'이라고도 불리는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안)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인연(因緣)을 강조하는 한국사회에서 학연, 지연, 혈연 등을 매개로 하는 부정한 청탁이 만연되어 있고, 이러한 청탁과정에서 어두운 금품이 오고가며 실제로 공적 의사결정에 이러한 청탁이 영향력을 미쳐왔던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불행한 현실을 개선하고자 제시된 법률안에 대해서 갑론을박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오히려 낯설다.
지난달 장례를 치르면서 화장비는 얼마로 책정되는 것이 적정할까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화장예약 창구를 단일화하기 위해서 보건복지부가 운영하고 있는 인터넷 화장예약 시스템인 'e하늘'에는 전국에 산재해 있는 55개 화장시설의 정보가 올라와 있다. 재미있는 것은 화장시설의 사용료인데 화장 대상이 성인인지 여부에 따라 사용료를 구분하기도 하고, 화장시설이 설치된 지방자치단체의 관내에 거주하는 주민인지 여부에 따라 사용료를 구분하기도 한다. 성인을 기준으로 할 때 관내 주민의 경우에 적게는 3만원, 많게는 30만원을 받는 곳이 있고, 관외 주민의 경우에는 적게는 6만원, 많게는 100만원을 받는 곳도 있다.
점심을 먹다가 국무총리 후보자에서 사퇴한 대법관 출신의 변호사에 대한 논쟁이 붙었다. 대법관 출신의 변호사가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왜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주장이 '전관예우'의 논쟁에 불을 댕겼다. 대법관이 될 수 있을 정도면 법조인 중에서도 능력이 출중한 사람이고, 대법관 업무를 수행하면서 다른 변호사보다 탁월한 경험을 갖추었기 때문에 그 정도의 보수를 받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요지였다. 법조 시장에서 대법관 출신의 변호사에 대한 수요가 많으니 가격(수임료)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는 시장의 원리까지 동원되었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긴 한데 뭔가 찜찜한 구석이 남아 있다.
모든 사람은 언젠가 세상을 떠나야 하는데 이렇게 보편적 사건인 죽음을 기억하는 의식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규례를 담고 있지 않은 듯하다. 자식이 상주가 되는 장례제도는 결혼한 사람, 그것도 자식이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고안되어 있다. 어른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처럼 세상에 오는 순서대로 가는 것도 아닌데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는 상주가 아니라 죄인이 된다. 조문객에게 술과 음식을 대접해야 하고, 밤을 새우며 빈소를 지켜야 하는 관습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할 만큼 유족의 마음에는 여유가 남아 있지 않다.
세월호 참사의 경우에도 반칙의 관행이 고리처럼 연결되어 있다. 돌아오는 대답도 한결같이 천편일률적이다. 우리만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 그렇게 하는데 왜 우리만 가지고 그러는가. 헌법이 보장하는 "법 앞에 평등"은 합법의 평등이지 불법의 평등을 의미하지 않는다. 내가 법을 준수했으니 다른 사람도 법을 준수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평등이지 다른 사람이 법을 준수하지 않으니까 나도 법을 준수하지 않겠다고 주장할 수 있는 평등이 아니다.
화장실, 심지어 쓰레기더미에 자신이 출산한 영아를 버리고 도망간 비정한 또는 철없는 엄마의 기사가 언론을 장식한다. 이런 엄마들의 사정을 이해하기라도 한 듯 서울 어느 지역에 영아유기시설인 베이비박스가 설치되었고, 여기에 최근 몇 년 사이 수백 건의 영아유기가 집중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영아유기는 현행법에 따라 처벌되는 범죄인데 베이비박스는 범죄를 조장하는 나쁜 시설인가, 아동의 생명을 구하는 좋은 시설인가?
조용한 지하철 전동칸, 한눈에 보아도 앳돼 보이는 청년 하나가 흰 종이를 나누어 준다. 앉아 있는 승객들에게 종이를 다 나누어 주고, 이 청년은 무슨 대역죄인(大逆罪人)이라도 된 듯 갑자기 무릎을 꿇더니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 말이 없다. 순간 직업병이 발동했다. 구걸을 처벌하는 '경범죄처벌법'이 떠오른 것이다.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질서에 따라 대부분의 것들이 상품화되어 매매되는 것이 허용되지만 적어도 인간은 상품화되어 매매될 수 없다는 생각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한다. 이에 따라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은 인간장기의 매매를 금지하고,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은 성행위의 매매를 금지한다. 그에 비해 사람을 폭행하거나 상해하면 형법상 처벌의 대상이지만 인간을 싸움의 대상으로 삼아 싸움을 매매하는 격투기를 금지하는 법률은 없다.
이제 '빅토르 안'이 된 안현수는 본인이 목숨처럼 아끼는 쇼트트랙을 계속하려는 의도로 국적을 포기했다는 점에서 스티브 유와 분명히 차이가 있다. 하지만 빅토르와 스티브를 다르게 바라보는 한국인의 감정과 태도에 대하여 여전히 심정적으로 불편한 것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