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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으로, 출연 디제이 일부가 '디제이 쇼' 컨셉과 어울리지 않는 공연을 펼쳤다. 전통적으로 디제이 배틀이란 믹스 기교를 뽐내거나 누가 더 플로어를 붐업시키는지 겨루는 것이었다. 그런데 트라이앵글 출연자 일부는 게스트로 출연한 가수를 보조하는 백업 역할에 머물렀다. 노래할 수 있게 반주 음악을 틀어주는 'MR 재생'을 배틀이라 할 수는 없다. 강남 팀으로 출연한 데이 워커는 현장에서 디제이적으로 한 것은 거의 없고 스튜디오에서 작업해온 음악을 길게 재생했을 뿐이다. 디제이 믹스 없는 디제이 쇼라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그동안 '페스티벌' 하면 다들 '라인업'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누가 오는데?'가 티켓 파워의 핵심이었다. 그런데 스타디움은 '주최측이 뭘 보여주는데?'라는 질문을 추가했다. 스타디움은 라인업만 보면 준 헤드라이너급 다섯 명에 불과하다. 여러 스테이지에서 수십 명의 아티스트가 공연하는 다른 페스티벌에 비하면 '애걔걔' 수준이다. 대신에 음악 이외에 즐길 것이 많다. 저절로 스마트폰을 치켜 올리게 만드는 다양한 볼거리가 준비되어 있다.
16일의 '사고'는 '사고'라는 말로 표현하기 부족한 사건이었다. '레전드'였다. 세계적인 슈퍼스타 스크릴렉스(Skrillex)의 깜짝 게릴라 파티였으니까 말이다. 현장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가마솥'이었다. 좁은 클럽에 대규모 인원이 일제히 들어가니 땀과 열기가 터질듯 뿜어져 나왔다. 심지어 그 베이스! 스크릴렉스는 유독 서브 베이스가 강한 음악을 틀기 때문에 소리가 울리는 쪽에 서 있으면 스마트폰 스크린이 진동할 정도로 '피부로' 소리가 느껴졌다.
디제이에게 있어 관객과의 소통이란, 플로어의 현재 상태를 정확히 파악해 그에 맞춘 음악을 선곡해 들려주는 것이다. 즉, 관객들과의 소통 능력이 좋다는 것은, 즉흥적인 선곡 능력과 순발력 있는 믹싱 능력이 좋다는 것을 말한다. 수천 개의 각기 다른 상황마다 딱 맞는 음악을 내놓을 정도로 디깅을 많이 한 사람, 그것을 좋은 기술로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사람, 그게 '소통하는' 디제이다. 그런데 조이의 디제잉 중엔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없다. 미리 집에서 믹스를 짜오기 때문이다.
사진 속에서 음악을 틀고 있는 디제이는 타이거 디스코다. 그는 지난 7월에 사진 속에 보이는 해밀턴 호텔 수영장에 디제이로 초대되어 무대에 올랐다가 인기 있는 EDM 음악들을 틀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친 고성과 함께 디제이 부스에서 쫓겨났다. 사진 속 장면은 그로부터 26일이 지난 8월 22일이다. 타이거 디스코의 사정을 잘 알고 있던 동료 디제이 바가지 바이펙스 써틴은 자신이 주최한 행사 '내가만든페스티벌2015'에 타이거 디스코를 초대해 그날의 굴욕을 만회할 퍼포먼스를 계획했다.
심지어 90년대가 음악 하기 그리 좋은 환경도 아니지 않았나. 일단 사전심의제도가 철폐된 것이 1996년이다. 길보드는 또 어떻고. 뻔뻔하게도 아무 양심의 가책 없이 조악한 음질의 불법 복제를 일삼았다. 기획사들의 횡포도 지금보다 더 심했다. 그래서 말인데, 이 반론이 제기되면서, 드디어 1990년대 댄스 음악에 대한 본격적인 '재평가'가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이 반론 덕분에, <토토가>는 그냥 추억팔이로 끝나지 않고 진정한 재평가의 시발점을 만들었다.
추운 날과 일렉트로닉 음악은 얼핏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겨울에도 여전히 록이 매력적인 것처럼, 일렉트로닉 음악 역시 계절을 가리지 않고 좋다. 전자음이 차갑다는 건 편견에 불과하다. 겨울에 듣기 좋은, 따뜻하고 아름다운 일렉트로닉 음악을 다섯 곡 골라봤다. 최신 곡과 고전들을 아울렀다.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 중, '위저는 한 물 갔다'는 이유로 관심을 꺼버린 사람들이 있다면, 이 노래를 들으며 갑자기 미안한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 한물가버린 록 때문에 서러운 기분이 들었던 사람이 있다면 이 노래를 통해 커다란 위로를 받을지도 모른다.
신해철이 세상을 떠났다. 헛헛하다 못해 억울한 감정까지 드는 이유는, 그에겐 '한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는 상투적인 추모사마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90년대가 다시 조명받는 시점에 우리 곁을 떠났다. 김동률이 돌아왔고, 서태지가 돌아왔으며, 이젠 마왕이 돌아올 차례였다.
영화 <나인 뮤지스; 그녀들의 서바이벌>을 봤다. 개봉관이 많지 않아 화제는 못 끌고 있지만 지금 시점에 꼭 볼만한 영화다. 최근 수많은 잡음을 일으키고 있는 '케이팝 아이돌'에 대한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이다. 작게는 걸 그룹 나인 뮤지스의 연습생 시절을 담고 있지만 크게는 아이돌을 길러내는 '양성 시스템'에 현미경을 들이대고 있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아이돌 산업에 정나미가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