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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개봉 전에 시나리오를 봤다. '놈, 놈, 놈'과 같은 전략을 취할 줄 알았는데 다른 선택을 했다. 실제 독립운동의 역사를 많이 등장시키고 강점기 이후 친일파 청산의 모티브까지 다루고 있었다. '활극'과 '독립운동'이 잘 어울릴까. '의로운 기색이 숨어 있는 살인청부업자', '운명이 갈린 쌍둥이' 같은 픽션의 장치가, 시대의 중압감을 버텨낼까. 막상 영화를 보니 잘 붙었다. 이질적인 요소들을 붙이면서 긴장감은 살리되 모나게 튀어나오는 것이 없도록 정리정돈을 아주 잘한 느낌이었다. 강렬하거나 새로운 느낌은 약했는데, 둘을 붙이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 같기도 했다.
대부분의 사회 조직은 도련님·공주님형 인재를 그리 반기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채용담당자인데 스펙 좋은 신입을 뽑고 나서 보니 인간형이 도련님·공주님이라는 후문이 들려오면 기분이 어떻겠습니까? 국내 대표적 재벌그룹 중 하나인 B그룹의 관계자가 말하길, 그룹 차원에서 다음 두 부류의 사람을 뽑을 때 조심하라는 지침이 있는데 놀랍게도 하나는 강남 출신이고 또하나는 명문대 출신이라는 겁니다. 의아해서 그 이유를 물어보니 아주 간단한 답변이 나오더군요. 이직률이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진보는 사상운동 없이 1980년대 사상의 잔여물로 버팁니다. 사실 이 문제는 486만이 아니라 새정치민주연합이든 정의당이든 어디든 할 것 없이 대한민국의 범 진보정치 전체에 해당하는 얘기입니다. 업그레이드 없이 잔존하는 1980년대의 사상은 정치적으로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지요. 사람들의 삶의 변화를 이해하고 반응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사례를 들어볼까요? 진보 정치인들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이 급속히 증가하는데 이것을 포착하고 대응하는 데 왜 그토록 느리고 지지부진했을까요? 진보 정치인들은 대형마트가 도시 한복판을 점령하고 골목상권이 속수무책 무너지는 걸 정치적 의제화하는 데 왜 그토록 오래 걸렸을까요?
일베의 '막장성'을 조심스럽게 벗겨내면 그 알맹이로 하나의 사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2000년대 한국 우파의 새로운 사상운동, 즉 뉴라이트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성향들이 단순한 문화적 '코드'가 아니라 '사상'의 속성을 가지게 된 것은 뉴라이트를 기반으로 삼기 때문입니다. 비교적 체계적인 사상적 기반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일베는 일본의 재특회나 유럽의 네오나치보다는 미국의 티파티와 닮은 속성을 가지고 있고, 그만큼 오프라인 정치와 연관될 잠재력도 가지고 있는 거죠. 그리고 지금도 많은 10대~20대가 일베를 통해 뉴라이트 사상을 집단학습하고 있습니다.
혁신위가 '답정너'를 넘어서 해야 하는 두번째 일은 당 청년위원회를 해산하고 재구성하는 것입니다. 원래 청년위원회가 만 42세까지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지 2.8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45세로 상향되었습니다. 어이가 없습니다. 제가 바로 두 달 전까지 만 45세였는데 저보고 '청년'이라고 부른다면 정말 기가 찰 노릇입니다. 여의도에 와보니 정치권에 여성이 모자라고, 이공계가 희소하고, 청년은 씨가 마를 지경입니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은 심각합니다. 국회의원 평균 연령이 새누리당보다 높습니다. 당원 평균 연령은 자그마치 50대 후반입니다.
친노는 엄밀한 의미에서 '계파'라고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친노라는 정서공동체는 몇몇 중요한 순간에 당과 문재인 대표의 행보에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비공식적이고 비체계적인 방식으로 말입니다. 이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제2정당에서 가장 큰 상징적 자산을 가진 집단이 나름의 일관적인 라인과 논의체계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입니다. 지난 4.29 재보선도 친노 때문에 패배했다고 보는 분들이 계시던데, 저는 오히려 친노가 정상적인 계파로서 구실했다면 지난 4.29 재보선을 적어도 그토록 그르치지는 않았을 거라고 봅니다.
서울의 조희연 교육감이 '일반고 르네상스'를 선언하고 서울의 자사고를 없애거나 대폭 줄이겠다는 입장을 보임으로 인하여 고교체계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고교서열화'의 문제는 1990-2000년대 외고를 비롯한 특목고가 야금야금 늘고 특히 이명박정부 시기 자사고가 대거 도입되면서 크게 악화되었다. 특히 자사고가 26개나 있는 서울에서 고교서열화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지금은 박정희대통령이 1970년대 도입한 고교평준화가 완전히 깨진 상태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재미있는 것은 조희연 서울 교육감에 대해 '외고는 내버려두고 자사고를 손대겠다는 것은 아들이 외고를 나왔기 때문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우리는 뜻밖의 결론에 도달한다. 선행교육 규제법을 엄격히 적용할 경우, 일반고는 수능 준비에 심각한 곤란을 겪게 되고, 특목고·자사고는 합법적인 '과속' 진도를 통해 수능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있다. 참으로 황당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선행교육 규제법은 현재 우리나라 공교육이 가진 고질적인 난점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