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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건〉은 그동안 제작된 다른 엑스맨 영화와는 다르다. 엑스맨은 기본적으로 특수한 능력을 가진 영웅들이 악당들과 싸워 위기에서 세계를 구해내는 이야기였다. '울버린' 스핀오프 두 편은 좀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다루지만, 어쨌건 악을 제거하고 영웅의 풍모를 뽐내는 호쾌한 액션영화였다. 하지만 이 작품은, 히어로의 운명이 필연적으로 가져오는 무게와 어떤 초능력으로도 이겨낼 수 없는 절대적인 빌런 '세월'이 주인공들을 압박한다. 거기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으킨 끔찍한 사건들을 더해 이들을 살지도 죽지도 못하는 그야말로 생지옥의 시간 안에 던져놓고 출발하는 이야기다.
연상호는 전작들을 통해 대한민국이라는 지옥과 그곳에 살고 있는 악귀들을 묘사했다. 그의 작품에서 좋은 일이나 착한 사람은 없으며, 있더라 해도 그들은 곧 나빠지거나 결국 죽고 만다. '부산행'이 첫 번째 실사 영화 연출로서 많은 부분 타협이 이루어진 결과라면 '서울역'은 우리가 알고 또 기대했던 연상호의 면면이 여실히 드러난다. 차이가 있다면, 그가 다루는 필드가 조금 더 커졌다는 점이다.
'언프리티 랩스타'와 비교해도 구성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다. 가사를 쓰고, 연습을 하고, 공연을 하고, 투표를 받는다. 놀랐던 것은, 이 과정의 진지함이었다. 오히려 가볍게 생각하고 '웃기겠지'(물론 웃기긴 하지만 그건 다른 얘기다)라고만 생각한 스스로를 반성할 정도다. "가는 세월 장사 없어도, 무대 위의 시간은 멈춰있어."라는 한 최병주 할머니의 직접 쓴 가사가 뭉클하다.
이 문제의 핵심은 여혐을 한 중식이를 진보정당 정의당이 끌어들였단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런 논란이 일어난 후에 취한 당의 대응이다. 내가 짜증 나는 건 왜 이 사과를 정의당 '여성위원회'가 했냐는 것이다. 이거 좀 이상한 그림 아닌가? 차라리 여성위원회가 당원들의 문제 제기를 받아서 중앙당에 사과를 요구하거나 하는 그림이 되었어야 맞는 거 아닌가? 오히려 이런 그림이 문제를 더 좋지 않은 그림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딴지일보의 편집장 너부리가 했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는 세상의 모든 문제는 "다 외로워서 그래"라는 말로 정리될 수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고개를 주억거리며 심히 공감했지만, <폭스 캐처>를 보고나서 또 한 번 'ㅇㅇ 진리임'을 또 한 번 공감했다. 어쩌면 우리는 평생에 걸쳐 이 '외로움'이라는 것과 싸우거나, 부정하려 몸부림치거나 하는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는 것 아닐까? 슬프지도, 씁쓸하지도 않았다. 뭐. 어쩔 수 있나. 하는 생각만 들어 그저 안타까울 뿐이었다.
누군가는 이것을 가리켜 '희망 고문'이 아니냐고 말했다. 이미 실패했던 사람들이 다시 비상하는 것은 처음보다 몇 배, 몇 십 배의 노력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러니 틀린 말도 아니다. 허나 '미련'이란 것은 어쩔 수 없다. 다시 한 번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결과적으로 원더스는 그냥 '희망 고문'만을 주는 곳이 아니었다. 그들은 실제로 죽기 살기로 뛰었으며 23명이 프로 구단에 입단했다. 모든 사람이 가지는 못했다. 프로 구단에 입단한 선수들은 그 희망을 현실로 만들어 그들의 구호를 증명했다. 그러나 입단을 하지 못한 선수라고 해서 원더스 생활이 의미 없는 것이었을까?
오늘도 누군가가 조리돌림을 당하고 있다. 이런 일은 늘상 있는 일이다. 누군가는 거의 매일, 매시간 SNS를 통해 실수(도 있지만 정말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표현하다가 대차게 돌려지는 경우도 있다. 특히 유명인들이 그렇다.)를 하고 있다. <소셜포비아>가 다루는 사건의 핵심인물인 '베카'와 '도더리'가 그런 사람들일 것이다. 이들은 문제가 된 매개는 좀 다르지만 심한 조리돌림의 피해자라는 점에서 같다. 보통 이런 지경에 이르면, 사람이 상당히 위축되기 마련이다. 이게, 안 겪어본 사람은 잘 모른다. 무시할 수 있을 것 같고, '뭐야 꺼져' 하면 될 것 같지만 그게 그렇지도 않다.
<지옥이 뭐가 나빠?>는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하기 위해 10년을 버티다가 드디어 기회를 잡고 장렬히 자폭하는 청춘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지옥이 뭐가 나빠>는 지독한 농담이다. 누군가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한 문장으로 사람들을 기만할 때 소노 시온이 내놓은 두 시간짜리 '아프면 환자지 뭐가 청춘이냐'라는 반박이다. 어떤 대안도 결과도 없지만, 피식피식 웃으며 던진 이 메시지를 꽤 곱씹게 된다.
어느 학교에서 진행한 것인지는 몰라도 중학생 정도 되는 여학생들이 단체관람을 온 것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어느 정도 진지한 관람을 포기하고 있었다. 많이 떠들 것이고, 핸드폰도...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이들은 결코 크게 말하지도, 핸드폰을 많이(몇 번은 그랬지..) 열지도 않았다. 태영(도경수)가 나오지 않는 장면에서도 영화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후반에 가서는 훌쩍이는 작은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애국자' 안와르 콩고를 섭외해 그의 '영웅적' 업적을 재현하는 영화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젊은 시절 할리우드를 동경하며 극장을 전전했던 그는 흔쾌히 수락한다. 그뿐만 아니라 최선을 다해 이 '영화' 제작에 협조한다. 자신이 했던 살인행각을 '유쾌하게' 재현하고 스스로를 예술가라 자칭하며 촬영을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