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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를 한 의원들은 자신이 동성애자로 오해받을까 걱정하진 않는다. 다른 사람들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날의 키스가 인간을 향한 사랑이 아니라 권력을 향한 사랑이며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수지타산에 맞춘 스킨십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굳이 탓한다면 술자리 여흥일 뿐이다. 결국 사랑이 없는 키스는 자유롭게 허용된다. 오히려 사랑을 담은 키스는 불온해지고 금지된다. 이 모순을 한국 정치는 언제까지 모른 척할 수 있을까.
며칠 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동성애는 하늘의 섭리에 반하는 것이므로 헌법에 포함될 수 없다는 발언을 했다. 지난 대통령선거 때부터 동성애에 대해 '반대'를 명백히 했으므로 어찌 보면 이런 혐오 발언이 그다지 놀랍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지점은 따로 있다. 바로 하늘의 섭리와 헌법을 엮었다는 점이다. 이 앞뒤가 연결되지 않는 문장을 이해하기 위해 나는 국어사전을 찾아보았다.
최근 한국에서 가장 큰 개신교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이 헌법 개정안을 발표했는데 그 내용이 놀랍다. 목사의 자격에 '만 30세 이상의 남자'로 명시하는 성별 제한 규정을 추가하고, 목사의 권위로 동성애자 교인을 쫓아낼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하려고 한다. 합동 교단의 총회장이기도 했던 임태득 목사가 여자가 기저귀를 차고 강단에 오를 수 없다는 발언을 해서 크게 비난을 받았던 사건이 2003년에 있었다.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것일까. 왜 좀더 나아지지 않은 것인가.
퀴어 퍼레이드가 올해도 열린다. 7월15일 서울 광장에서 개최되는데 예년과 다름없이 광장을 둘러싸고 동성애 반대 집회도 열릴 예정이다. 퀴어 퍼레이드는 2000년부터 매년 열렸지만 반대 시위는 2014년이 처음이었다. 그 전에는 전혀 반대하지 않다가 왜 2014년부터 갑자기 반대하기 시작한 것일까? 얼마 전 집회 신고를 하러 갔다가 경찰서에서 지난 몇년간 반동성애 집회를 주도해온 목사를 여러 명 만났다. 그중 한 분이 다가와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에게 은근히 말했다고 한다. "우리가 동성애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니야. 박원순 때문이지."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종교인에게 세금을 받지 않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더 흥미로운 점은 세법에 종교인이 면세 대상으로 지정되어 있지도 않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법적 근거 없이 관례적으로 성직자들에겐 과세를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대다수 성직자들이 면세점 이하의 소득이어서 크게 문제될 것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문제는 종교를 납세의 의무가 면제되는 특권인 양 오용하고 악용하는 이들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기자 간담회에서 "정의당에 대한 지지는 다음 선거에 하셔도 괜찮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의당에서는 '사표 방지 심리'를 이용하는 졸렬한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선거 때면 꼭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사표'다. 흥미로운 건 다른 논쟁은 자신과 가장 반대편에 선 후보와 해도 사표, 즉 '죽은 표' 논쟁은 가장 자신과 가까운 입장의 후보와 벌인다는 점이다. 나는 문득 궁금해진다. 그렇다면 그 표는 언제 죽은 것일까? 애당초 살아 있던 표는 왜 죽는 것일까? 표를 죽인 범인은 대체 누구인가?
지난 4월3일에 전국 17개 광역시도 기독교연합회 회장단이 모여서 '동성애'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하는 대선 후보는 지지하지 않을 것이며, 동성애를 옹호·조장하는 전국 광역시도 및 시군구 인권조례가 제정되지 않도록 대처하겠다고 결의했다. 돌이켜보면 차별금지법 제정은 2002년 말 제16대 대통령 선거 당시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공약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에 바로 국가인권위원회 안에 '차별금지법제정추진위원회'를 꾸렸고 마침내 2007년 10월에 입법 예고를 했다.
어리석은 논쟁은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 몇 년 전 남학생이 기간제 여교사의 뺨을 때리는 사건이 발생하자, 남성교사할당제를 주장하는 이들은 남교사 부재로 인한 학교 폭력이 심화되는 사례로 삼았다. 여기서 학생과 교사의 관계는 남녀 성차의 문제로 다루어졌다. 하지만 작년에 기간제 남교사가 남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동영상이 유포되자 분석이 달라졌다. 그제야 언론에서도 기간제 교사의 취약한 위치를 근본적 문제로 보도했다.
성교육의 내용을 국가 표준안을 통해 정하겠다는 발상부터 문제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도 경악할 정도로 비상식적이다. "여성은 무드에 약하고 남성은 누드에 약하다"와 같은 문구는 눈을 의심케 한다. 또 표준안은 '남성의 성욕은 여성에 비해 매우 강하다'는 입장을 드러낸다. 성욕은 성차가 아니라 사람마다 다 다르다. 표준안에서 제시하는 성폭력 예방법은 더욱 가관이다. 만원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당할 것 같으면 가방끈을 길게 해서 뒤로 메라고 한다. 아니, 대체 당할 거 같은지 아닌지의 판단은 어떻게 해야 할까?
'반기문은 동성애자의 인권 옹호자'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기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유엔 사무총장 임기 10년 동안 너무 많은 증거를 스스로 쌓았기 때문이다. 그는 어쨌든 한국 역사상 동성애자의 인권 옹호 발언을 가장 많이 한 유력 인사다.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2015년 6월26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유엔헌장 채택 70주년 기념식에서 반기문 사무총장은 미국의 동성애자 인권운동단체인 '하비밀크재단'으로부터 성적소수자의 자유와 평등에 대해 노력한 공로를 기리는 메달을 받았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