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mseokcheon

다른 세대도 젊었을 때 그랬단 말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상황이 다르니까. 삼포세대, 헬조선. 더 노력하고 열심히 살라는 말은 못하겠습니다. 이미 충분히 열심히 살고 있으니까요. 다만 한 가지, 이런 말 속에 서린 비관은 바람에 날려버렸으면 합니다.
법적으로 난민(refugees)과 이주민(migrants)은 구분해야 합니다. 이 둘을 구분하는 기준은 '절박함', 그리고 '선택의 여지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단순하게 말하면 난민은 여권과 비자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 인류 보편의 국제법 영역이고, 이주민은 여권과 비자를 챙겨야 하는 국내법의 문제입니다. 지금 시리아를 떠나 유럽으로 향하는 사람들에게 이 기준을 대입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들은 절박할 뿐더러,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이주를 선택한 집단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국경에서 그들을 상대로 여권과 비자 검사를 하겠다고 하기가 어색해 보입니다.
최근에 주변에서 제게 많이 물어봤던 사안이 있습니다. 자연 풍경 사진에 관한 것인데요, 동일하거나 유사해 보이는 두 장의 사진이 있는데, 후작이 전작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자연 풍경, 사건, 사실은 그 상태대로 '존재'하는 것이지, 창작이 아닙니다. 그래서 자연 풍광은 모두의 것, 즉 공공재(public domain)이고 특정인의 소유가 될 수 없습니다. 누군가 풍경을 담은 멋진 사진을 보고, 그 사진과 비슷한 시간에 같은 지점에 가서 유사한 구도로 같은 장면을 찍었다고 해도 나중에 찍은 사진이 그 전에 찍은 사진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은 아닙니다.
저작권은 저작자가 자신의 사상이나 생각을 세상에 알릴 때에 그 노고를 보상해 주는 제도입니다. 베낀 작품은 세상에 공헌한 것이 없습니다. 베낀 대상은 이미 세상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공헌한다는 표현을 쓰기는 했지만 거창한 것은 아닙니다. 창작의 정도는 아주 낮아도 됩니다. 베끼지만 않았다면 말이죠. 다만 '베낀다', '표절한다'는 의미가 완전히 똑같이 베낀 것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개개 사건마다 판단이 필요하고, 그 기준과 관련해서 어려운 이론과 논쟁들이 있습니다.
과거를 시인하고 바로잡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 사실 쉽지 않다. 진정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 이면에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잘못을 감추고 싶어하는 심리가 작용한다. 처음부터 순순히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는 사람은 드물다. 증거를 들이대고 설득에 설득을 거듭해야 잘못을 시인하는 경우가 더 많다. 갈수록 사건이 복잡해지면서 법정에서도 피고인의 자발적인 반성을 기대하기가 예전보다 더 어려워졌다. 그래도 설명하고 설득하면 대부분 잘못을 시인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다. 이렇게 설득까지 해가면서 얻어낸 반성에 의미를 둘 수 있을까?
혹부리 영감은 도깨비들에 둘러 싸여 위기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자신의 혹을 노래주머니라고 거짓말해서 혹을 떼어 주는 대신 도깨비 방망이를 받아 부자가 되었습니다. 혹부리 영감이 도깨비를 속여 도깨비 방망이를 가지게 된 것은 죄가 될까요? 나중에 도깨비들이 몰려와 재물을 돌려달라고 하면 돌려줘야 하나요?
국회는 국회의 길이, 대통령과 행정공무원들은 그들의 길이, 그리고 사법부는 사법부의 길이 있습니다. 사면권은 대통령이 행사하고, 가석방은 행형(行刑)을 담당하는 법무부장관의 소관입니다. 헌법과 법률이 정한 주체가 법률이 정한 기준에 따라 자신의 책임 아래 할 일들입니다. 특히 사면권 행사나 가집행은 자의를 배제하고 법에 따른 보다 엄격한 기준에 의해 이뤄져야 합니다. 엄정한 소송절차에 따라 확정된 판결에 대한 견제 장치이기 때문에 그 행사 역시 정치보다는 법에 의해 이뤄져야 국민은 비로소 수긍할 것입니다.
Ann여왕법의 정식 명칭에 나오다시피, 저작권은 'the Encouragement of Learning'을 위해 탄생한 개념입니다. 말하자면 작품을 접할 수 있는 대중의 권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작가의 권리를 인정해서 작가로 하여금 작품을 세상에 공표하게 하고 출판업자와 서적판매상들이 시장을 형성하게 해서 작품을 세상에 퍼뜨리게 하는 이유는 대중이 그 작품을 보게 하려는 데에 있습니다. 작가의 만족이나 수익, 출판업자나 서적판매상들의 수익이 진정한 목적이 아닙니다.
예전에 미국 정보기관 FBI가 공중전화박스 바깥쪽 벽에 도청장치를 설치해서, 피고인이 LA에서 Miami와 Boston에 도박 정보를 알리는 통화를 도청한 다음, 그 도청 자료를 증거로 제출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피고인 Katz는 영장 없이 프라이버시를 침해한 채 수집한 도청 자료이므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채택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연방대법원은 항소심 판결을 뒤집으면서 7:1의 다수의견으로 Katz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스마트폰 자판을 칠 때마다 천지인(天地人) 사상을 생각하고, 컴퓨터 자판에 모음과 자음이 완벽하게 분리되어 좌우의 손이 교대로 글을 완성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한글에 담긴 창의력과 예지력에 감탄하곤 합니다. 한글의 기본 구성 원리인 천지인 사상이 현대의 스마트폰 자판의 구성 원리로 그대로 적용될지 누가 알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