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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대법원을 보라. 재판에 참여하는 대법관 13명(대법원장 포함) 중 여성은 달랑 두 명 아닌가. 거꾸로 여성 대법관들 사이에 남성 두 명만 앉아 있다고 상상해 보자. 정상으로 보이는가. 지난해 여성 평균 임금은 남성의 62.8%(통계청), 대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2.3%(여성가족부). 가끔 기사화되곤 하는 '알파걸'이니 '여풍(女風)'이니 하는 것들은 모두 착시요, 신기루다. 유리천장에 작은 균열이 갔을 뿐이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사위인 김 부장검사처럼 든든한 배경이 있거나 진 전 검사장처럼 일찍이 '진가'를 인정받은 검사들은 레드 카펫 위를 걷는다. 좋은 보직을 거치다 보니 그만큼 능력을 발휘할 수 있고, 인적 네트워크도 넓힐 수 있다. 일선 검사들과는 '노는 물'이 다른 상위 1%의 검사들이다. 야근 후 찌개 집에서 후배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는 검사도 많다. 검사들이 묵묵히, 일개미처럼 일하는 동안 소수의 특별한 검사는 고급 음식점·술집을 찾아다니며 분탕질을 쳤다. 이미 국민을 배신했던 그들에겐 친구의 배신을 탓할 자격이 없다. 선량한 동료들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 죄까지 그들에게 물어야 한다.
지난 금요일 김수천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구속됐다.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재판 관련 청탁과 함께 1억7000만원을 받은 혐의였다. 김 부장판사 구속엔 남다른 대목이 있었다. 구속 수감되는 사진이 없었던 것이다. 그가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한 만큼 영장심사 출석 사진은 있을 수 없다. 검찰 소환이나 구속 수감 때는 다른 이들처럼 검찰청 포토라인에 모습을 드러냈어야 하는 것 아닐까. 문제는 사진 한 장이 있고 없고가 아니다. 구속 장면을 가린다고 그 사실이 사라지진 않는다. 문제는 그것이 상징하는 최후의 특권의식, 서로 좋은 게 좋은 것 아니냐는 최후의 동업자 의식이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우병우 죽이기의 본질은 식물정부를 만들겠다는 의도다." 청와대 관계자들의 판단은 곧 대통령의 판단일 것이다. 민정수석 한 명의 거취에 정부의 동물성·식물성이 갈린다는 인식은 얼마나 취약한 정부인지, 얼마나 '검찰 정치'에 중독돼 있는지 보여준다. 지금 이 사회의 책임자들 앞에 두 가지 선택지가 놓여 있다. 청와대 가이드라인을 따를 것인가. 리처드슨의 길을 걸을 것인가. 그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자리 욕심만 안 내면 된다.
"기자님들 오시게 하려고 머리 밀었어요. 창피한 것보다 진실이 중요하잖아요. 4년 전 면접할 때 본부장이 제게 묻더군요. 불의를 보고 참을 수 있느냐고. 그땐 참을 수 있다고 했지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어요. 성추행·성희롱은 관리자 한두 사람의 문제가 아니에요. 그런 일로 잘리면 다른 사람이 와서 또 그러고...."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특조위 정상화를 요구하는 단식 농성이 열흘 넘게 이어지고 있다. 진실은 그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니다. 그 자체로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이 된다. 정부는 세월호를 온전히 인양해야 하고, 특조위 조사 활동은 계속돼야 한다. 이 정부 최대의 방어 체계는 '지치게 하기'인지 모른다. 그러나 세월호 유족들이 지치기 시작할 때 김관홍이 나왔고, 김관홍이 지치기 시작할 때 김탁환이 나왔다. 김탁환이 지치면 다시 제2, 제3의 김관홍과 김탁환이 나올 것이다.
오해하지 말자. 김영란법의 원칙은 "3만원 이하로 얻어먹으라"는 게 아니다. 더치페이를 하라는 거다. 2만9000원, 2만9900원짜리 음식 메뉴나 4만9000원짜리 선물 출시를 부각시키는 건 옳지 않다. 소비 위축론도 마찬가지다. 고급 한정식 집은 문 닫을지 모르지만 설렁탕 집, 김치찌개 집을 찾는 발길은 늘어날 것이다.
우 수석 가족이 운영했다는 부동산 관리용 법인은 딱 떨어지는 의혹이지만 처제 국적까지 문제 삼는 건 과도하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 때 우 수석이 자녀를 해외로 피신시켰다는 의혹도 마찬가지다. "상당히 신뢰할 만한 제보를 받았다"(장정숙 국민의당 의원)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제보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의혹 제기에도 근거와 논리, 원칙이 있어야 한다. 그가 물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최소한의 인격권까지 침해해선 안 된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에 동원됐던 '여론재판' 방식을 우병우에게도 적용하는 건 결국 그에게 지는 것이다.
'화성 정부'식 접근은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에도 이어지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8일 사드 배치 발표 직전까지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수 주 내에 발표하겠다"던 배치 지역도 닷새 만에 경북 성주로 전격 발표했다. 정부가 여론 수렴 과정도, 주민 설명 절차도, 환경 영향 평가도 거치지 않고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 아닌가.
"회사에서 잘나가는 분들 보면 극우 성향을 거침없이 드러내요. 야당은 종북 좌빨이고 노조 같은 건 없애버려야 한다고... 그래야 인정받고, 출세한다는 걸 알고 일부러 저러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돕니다." 대기업에 다니는 한 직장인의 증언이다. 생각은 머리가 아니라 일상에서 나온다. 교육부 간부가 '1% 대 99%'로 나눈 건 신분제가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