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mseonju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봤다. 잘생긴 육군 대위가 청와대와 연결된 전화에 대고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국가란 무엇인가, 국민의 생명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국가, 뭐 아무렇게 대하면 어때. 이렇게 내뱉고는 납치된 애인을 혼자서 구하러 간다. 며칠 전 읽은 세월호의 기록이 오버랩되었다. "이런 염병 해경이 뭔 소용이여. 눈앞에 사람이 가라앉는디. 일단 막 갖다대서 살리고 보는 게 이상적이제. 지시 들었다가는 다 죽이는디." 세월호에 이물을 무조건 들이대고 승객들을 잡아 내려 20여명을 구한 어선의 선장이 내뱉은 말이다. 육군 대위의 말과 선장의 말은 동의어였다.
알파고가 승리하는 것에 대해 재앙이다 비극이다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혁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사회적 난제들을 해결할 가능성을 볼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는 것이 많아지고 지식의 습득이 손가락 하나로 편하게 이루어지고 모든 뉴스를 동시에 공유하는 세상이 되었지만 그것이 인간의 문제, 지구적 난제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타결해가고 전쟁을 피하고 평화를 추구하고 불평등과 증오를 해소하는 지구적·인류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했는지는 들은 바 없다.
총선을 앞두고 '의리와 뚝심의 경상도 사나이'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정말 쌍팔년도 구호가 난무한다. 쌍팔년이란 1988이 아니고 단기로 생년월일을 표기하던 시절에 나온 말로 단기 4288년, 그러니까 1955년도 이야기다. 조폭영화 찍는 것도 아닌데 그런 구호가 먹혔고, 먹힌다고 생각하는 것이 대한민국이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은 증거다. 비박 친박 진박 영남 호남 대구 부산 목포 타령 하는 게 2016년에도 여전한 우리의 자화상이다. 새 생명은 태어나지 않은 채로 노인인구만 늘어나 그들이 선거에서 이익집단처럼 표를 행사하고 분단백년을 맞게 하는 한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아베 정권의 외교적 승리이다. 단돈 10원을 받아도, 한푼을 안 받아도 좋으니 명분의 싸움에서 지지 않는 것이 외교적 승리인데 일본은 싼값에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그런데도 이것을 피해자가 수용하고 국민이 납득하는 타결이라고 한다.
또 다른 젊음들이 여기 있다. 사법시험 폐지 유예를 놓고 로스쿨생들과 사시 준비생들이 벌이는 결연하고도 필사적인 싸움. 삭발투쟁도 보인다. 사시 준비생들은 스스로를 흙수저라며 로스쿨은 금수저라 하고, 금수저로 몰린 로스쿨생들은 모르는 소리 말라며 전원 수업거부 등으로 맞서고 있다. 내년 2월에 마지막 시험을 치르면 2017년부터 사라지는 사시는 법무부가 4년 유예 방침을 정하면서 젊은이들의 싸움으로 변했다. 수저 논쟁을 보면서 이들은 그나마 흙수저라도 있고 그게 언젠가 금수저로 변할 수 있다는 희망이나 목표를 가지고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미우리는 한-일 정상의 단독회담에서 아베 신조 총리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위안부상 철거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오늘(11일)부터 한-일 국장급회의가 열려 위안부 문제를 논의한다고 한다. 단독회담에서 한 말이라니까 두 정상만이 아는 일일 텐데 우리 국민은 일본 신문 보도를 통해서 얻어듣고 그런갑다 할 뿐, 아베의 주장에 대한 답이 '예스'였는지 '노'였는지 알 길이 없으니 기가 막힌다.
똑같은 교과서로 똑같이 획일적인 교육을 한다고, 받는다고 해서 절대로 똑같은 결과는 나오지 않는다. 한 가정의 식구들이 그럴진대 한 사회, 한 국가도 같은 역사와 전통을 갖고 같은 교육을 받아도 다른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남과 북이 그렇고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북한처럼 전 국민이 같은 생각을 갖고 같은 말만을 수십년째 되풀이하는 게 그렇게도 부러웠던 것인가. 겉으로만 그렇지 내심으론 다른 생각을 가진 국민이 많을 텐데도 말이다. 우리 사회가 북한보다 우위에 있다고 자부할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큰 것이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는 사회라는 데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인가.
여름철만 되면 외국에 유학 중인 자녀들이 국내에 몰려들어 인턴사원을 한다. 국내에서 스펙을 쌓으려는 것이다. 이름이 알려진 기업이나 로펌, 유명 단체 등에서 인턴십을 하려면 웬만한 배경 없이는 불가능할 정도로 경쟁률이 치열하다고 한다. 좋은 자리에 인턴 자리를 잡아주는 것으로 부모의 능력이 평가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연간 수백억원의 일감을 몰아주는 회사 오너와 고위공무원 법조계 정계 사학주인 문화언론계 인사의 자녀를 거절할 이유가 있겠느냐고.
귀밑머리 파뿌리 되도록 죽을 때까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서 사는 것만이 미덕은 아니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당잡히는 삶이 얼마나 허망한지도 아는 나이가 되었다.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함께 견디며 살아가는 현재의 삶과 일상이 인생에서 가장 눈부시게 빛나는 순간이라는 것을 <또리네 집>을 통해, 이들이 만들어 가는 삶을 통해 뒤늦게 배운다.
음식점 영업에서 음식 재료에 들어가는 비율은 25% 이하여야 하고 30%가 넘으면 망한다는 게 정설이다. 집세가 4분의 1, 인건비가 4분의 1이고 기타 관리비와 음식점 내느라고 받은 대출이자까지.... 물가는 들쑥날쑥, 가겟세는 항상 오르고 인건비도 오르고 불경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자영업이 대세인 음식점들이 줄일 거라곤 재료와 자신의 인건비밖에 없고 그걸 못 맞추면 피로와 적자 누적으로 3년 안에 망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5000원에서 1만원까지의 보통의 한끼 밥에서 맛을 내려면 양념이나 간으로 승부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