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mmigyeong

센트럴파크는 속치마까지 얌전하게 챙겨 입고 레이스 달린 양말까지 신고 앉아 자연이라고 뻐기는 모습이라면, 인왕산은 팬티 하나 걸치지 않고 자유롭게 누워 있는 모습 같았다. 왁자지껄 부산스러운 세상사에 시달리고, 키재기를 하다가 문득 고개를 돌려 인왕산이 벌거벗고 누워있는 모습을 보면 갑자기 모든 일이 부질없어 보이기도 하고, 창피해지기도 했다.
"100을 취재해서 1을 써라!" 기자생활 할 때 선배들로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던 이야기다. 100을 취재했다면 쓸데없는 99를 버리고 진짜 알짜배기 1만 쓰라는 뜻일 수도 있고, 99를 녹이고 담금질해 보석 같은
인왕산에 오를 때마다 늘 사직공원쪽으로 내려왔었다. 지난해 어느 날. 사직공원쪽을 버리고 청운공원 방향을 택했다. 고불고불 한참 내려오다 보니 청운공원 팻말이 보인다. 이상하게 아주 낯익다. 청운공원? 처음 듣는 이름인데
지난해 봄 경복궁으로 드로잉 갔을 때였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왕비의 뒤뜰을 그리기로 했다. 뒤뜰에 자리한 굴뚝의 섬세한 문양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였다. 굴뚝 문양에 빠져 실컷 그리고 보니 굴뚝을 둘러싼 나무들을 그릴
7년 미국에서 살다 2012년 한국 돌아왔을 때였다.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무더위에도 원피스 위에 가디건을 꼭꼭 걸치고 다니는 한국 여자들의 모습이 첫눈에 히잡을 꼭꼭 쓰고 다니는 아랍여성들처럼 보였었다. 미국 살면서 처음으로 여름철에 어깨와 팔이 다 드러나는 원피스, 민소매를 입어봤었다. 겨드랑이로 바람이 솔솔~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힘껏 가디건을 내팽개쳤다.
그 스님은 누구든 만나기만 하면 나지막한 목소리로 나이를 캐묻는단다. 그리고는 몇 살인지에 전혀 상관없이 "햐~ 출가하기 딱 좋은 나이네~ 딱 좋은 나이야~"하면서 출가를 부추긴단다. 생각해 보면 누구든, 언제든 딱 출가하기 좋은 나이고, 딱 연애하기 좋은 나이고, 딱 신진작가되기 좋은 나이다. 딱 누구든, 언제든. 딱 마음 먹으면 말이다.
<유나의 거리>에는 보육원에서 자란 아이들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드라마 속 소매치기, 깡패, 도둑 등 뒷골목 인생들이 거쳐 온 보육원, 생각하기도 싫은 곳. 아름다운재단에서 일하던 겨울 2012년 보육원 아이들의 한 끼 식비가 1,500원밖에 안 되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식비 현실화를 위한 모금캠페인을 벌인 적이 있었다.
지난 2월 말. 한겨울 추위가 여전할 때였다. 화가로 한번 살아보겠다고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기로 최종 결정을 한 무렵. 손가락이 오그라드는 추위 속에 나 자신에게 시위라도 하듯 스케치북을 들고 길거리로 나섰다. 동네
친구들이 하나둘 나를 옥상화가라 불러주니 정말 옥상화가가 다 된 듯한 기분이다. 얼마 전 동네 아파트 옥상에서 허락도 없이 그리다 수위 아저씨에게 쫓겨난 후 우리 집 옥상에서 계속 그렸다. 우리 집 옥상도 좋긴 좋다
철들고 내가 시청 앞 광장에 나가 이리저리 뛰어다닐 때마다 우리 사회는 엄청나게 변했다. 좋은 방향으로. 2014년 8월 15일. 시청 앞 광장에 또 나갔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범국민대회'. 내 발로 찾아갔다. 나까지 찾아갔으니 분명 달라질게다. 아 가만히 생각해보니 다른 점이 있다. 나는 시청 앞 광장을 뛰어다니지 않았다. 조용히 앉아 있거나 걷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했다. 그래서 안 달라지나? 뛰어야 달라지나? 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