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yuna

임오화변은 결코 평범한 처형이 아니다. 아버지가 자기 아들을 상자 안에 넣고 말려죽인 사건이다. 평범한 아버지는 평범한 아들을 이렇게 죽이지 않는다. 당연히 이런 비정상적인 잔혹행위가 왜 일어났는지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 <사도>는 이를 설명하지 못한다. 그건 이 영화가 '정통사극'이긴 해도 많은 부분이 잘려나간, 일종의 예술적으로 검열된 버전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해 가능한 아버지와 아들의 비극을 그리고 싶다. 하지만 두 사람이 모두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결코 이야기는 뒤주에서 끝날 수 없다. 이건 잘못된 방정식이다.
새로 리부트된 <판타스틱 4>가 올해 최악의 망작이라는 소문이 돌자, 갑자기 이 영화에 대한 개인적인 기대가 커졌다. 진짜로 재미없는 건 적당히 무난한 영화들이다. 원작을 적당히 따라하기만 해도 중박은 치는 슈퍼 히어로물인데도 영화를 본 모든 사람들이 십자포화를 퍼부을 정도라면 최소한 무난한 영화는 아닐 것이다. 소문처럼 작정하고 망가진 영화라면 적어도 박살난 졸작의 재미는 있을 것이다. 기대는 실망으로 끝났다.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암살>,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의 공통점은 일단 여성 액션의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여자 배우의 액션 장면 비중 이상의 공통점이 영화를 묶고 있다. 우선 이들 영화에서 액션을 펼치는 여자 주인공들은 공식적인 주인공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 <매드 맥스> 시리즈와 <미션 임파서블> 영화판은 모두 1인 남성 주인공 중심의 프랜차이즈이고 이 시리즈에서는 이전까지 여성 비중이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었다. <암살>의 경우 홍보에서 앙상블 위주의 영화임을 내세웠다. 다들 영화를 보고 나서야 홍보했던 것보다 여성 비중이 훨씬 높았음을 알 수 있는 영화들이다.
이미 여러가지 가설이 있다.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은 라일리가 '젠더플루이드' 또는 '젠더퀴어'라는 것이다. 트랜스젠더나 바이일 수도 있다. 원래 감정은 다들 혼성인 채로 태어나고 라일리 나이 무렵에 성변이를 겪어 모두 하나의 성으로 쏠리는데 라일리만이 조금 늦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 라일리가 상상 속에 품고 있는 '캐나다 보이프렌드'는 어떻게 되는가? 이렇게 이야기를 계속 풀어가면 재미있을 텐데, 우주 바깥에 있는 진짜 정답이 자꾸 생각을 막는다. 피터 닥터의 대답 말고 다른 것. 한마디로 픽사가 여자들만으로 이루어진 앙상블을 내세우기 두려워했다는 것이다.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4번째 영화인 <쥬라기 월드>가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관심이 갔던 것은 이번엔 깃털 달린 공룡이 나오느냐였다. 벨로시랩터가 이빨 달린 칠면조처럼 생겼다면 스타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깃털 공룡 이론이 이렇게 보편화된 시대에 아직도 우리가 영화에서 깃털 공룡을 볼 수 없다는 건 서글픈 일이다.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의 페미니즘 논쟁에 참여한 사람들 상당수가 페미니즘 영화를 일대일 상징으로만 이루어진 지루한 영역으로 여기는 것처럼 보여 심히 걱정스럽다는 말은 해야겠다. 적어도 내가 전에 체크했을 때 이 세계는 훨씬 역동적이고 다양한 곳이었다. 쉽게 분류될 수 없는 입체적이고 불완전한 여성들이 쉽게 분류될 수 없는 입체적이고 불완전한 행위를 한다는 것 자체는 이 영화의 페미니즘 자격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체격이 있는 여자 코미디언을 '뚱땡이'라고 부르면 재미있을 거라는 기계적인 생각의 처참함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겠다. 하지만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남성 페미니스트로 지금까지 꾸준히 고정된 성 이미지 전복을 시도했던 감독의 영화에 이런 대사를 넣는 아이디어가 과연 정상인가? 이게 문제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번역을 맡은 사람들이야말로 관객들에게 바보 취급을 받아 마땅한 게 아닐까?
이런 행동이 오싹한 이유는 아내의 개를 처리하는 방식이 죽은 아내의 개를 안고 질질 짜는 것보다 훨씬 '순문학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인칭 화자가 이런 행동으로 자신의 글을 마무리 짓는다면 그가 자기가 쓰는 이야기의 예술적 효과를 내기 위해 일부러 이런 행동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정도면 <나이트크롤러>에서 완벽한 화면 구도를 얻기 위해 교통사고 사망자의 시체를 옮기던 제이크 질랜홀의 캐릭터를 떠올리게 된다. 물론 <화장> 쪽이 더 끔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