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kgyunho

여인들의 간식을 뺏어 먹는 하이에나도 지켜야 할 상도가 있다. 삼불식이 무어냐면, 우선 딸내미가 직접 장만한 간식이다. 아직 과도를 능숙하게 다루지 못하는 딸내미가 직접 깎은 과일은 딸이 그걸 극도로 먹고 싶었음을 의미한다. 둘째, 양이 얼마 되지 않아서 내가 뺏어 먹었다가는 그들의 식탐이 충족되지 못해 원망받을 수 있는 경우다. 셋째는 배스킨라빈스 31의 체리쥬빌레 속 왕체리. 그건 절대 먹어서는 안 된다, 절대로.
인간의 존재와 근원을 파고드는 31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문학, 과학, 철학, 신화를 현란하게 드리블 하는 '뇌를 위한 호강'이라고 이 책을 정의하고 싶다. 결국 '빅퀘스천'을 대답하다 보니 '빅 서프라이즈'에 놀라고 지식의 '빅 뱅'에 이르는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지식의 여행을 맛본다. 물론 이 놀라운 여행의 친절한 안내인은 뇌과학자 김대식이다.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은 50년간 하느님을 모신 신앙심이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다는 의지로도 읽히지만, 적어도 내게는 코흘리개들의 순수함과 천진난만함을 노년까지 잃지 않는 이해인 수녀님의 꽃 같은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2008년 암 발병 이후 두 번째로 나온 시집이고, 시의 내용이 '투병 생활'에 관한 것들이 많지만 굳이 '투병 시집'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투병을 다룬 시가 많지만 우울하지 않으며, 태어나고 자라는 이야기보다는 늙고 죽어가는 사연이 많지만 절망적이지도 체념적이지 않다.
'아부'만큼 오남용 되는 말도 드물지 않은가? 같은 행위를 두고 어떤 사람은 '아부'라고 격하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좋은 인간관계'라고 표현한다. 매춘이 인류가 존재한 이후로 가장 오래된 직업이라면, 아부(좋은 인간관계)는 가장 오래된 출세수단이다. 아부를 잘한다(인간관계가 좋다)는 말은 보스의 심리를 잘 안다는 말이고 상대에 대한 배려가 뛰어난 사람이라는 말이다.
언어학자 노먼 루이스는 거짓말쟁이를 모두 열 가지로 분류했다. 악명 높은 거짓말쟁이, 완벽한 거짓말쟁이, 구제할 수 없는 거짓말쟁이, 상습적인 거짓말쟁이, 타고난 거짓말쟁이, 고질적인 거짓말쟁이, 병적인 거짓말쟁이, 비양심적인 거짓말쟁이, 언변 좋은 거짓말쟁이, 흉악한 거짓말쟁이가 그것들인데 스코틀랜드에서 온 원어민 교사 세바스찬은 저 분류에서 최소한 세 가지의 범주에 포함되고 최소한 '완벽한 거짓말쟁이'와는 거리가 멀었다.
공지영 작가는 이미 십 년 전에 스스럼없이 '돈을 위해 펜을 들었다'고 고백이 아닌 공표를 했다. <수도원 기행 2>는 사실 '돈을 위해 펜을 들 수밖에 없었던' 개인사와 그로 인한 하느님에 대한 갈구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따지고 보면 작가가 '돈을 위해 펜을 들지 않는' 경우가 낯설다. 우리가 그토록 찬양하는 문학의 본좌 도스또예프스끼의 수많은 명작들이 사실은 도박과 사치로 인한 빚에 쫓긴 절박한 펜 놀림의 산물이었고, 동화작가로 유명한 <강아지 똥>, <몽실 언니>의 권정생 선생과 국어학자 이오덕 선생의 서간집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이 납니다>에 가장 빈번히 등장하는 말 중의 하나가 사실 '돈'이야기다.
보급형 유동근의 이름 석 자를 소개받는 순간 살짝 놀랐다. 그는 다름 아닌 나의 절친 '나쁜 남자'와 '국민교육헌장'을 차례로 섭렵한 '과수원집딸내미'가 대학에 와서 '진하게'사귀고 있다는 선배였다.
나쁜 남자와 과수원집 딸내미의 커플은 그 당시 면소재지 시골학교에서 나올 수 있는 최고의 조합이었다. 나쁜 남자는 원래 그때의 시골아이답지 않게 사근사근하고 말수가 많았으며 더구나 외국에서 철마다 시골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멋진 옷을 보내주는 친지를 둔 덕분에 패션의 첨단을 걷고 있었다. 더구나 외모도 수려하다고까지는 할 수 없으나 나름 잘생긴 얼굴이고 공부마저도 평균이상이었다. 과수원집 딸내미는 말하자면 여러분들이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에서 보아온 전형적인 '시골의 공부 잘하고 예쁜 여학생'이었다.
내가 고등학교 3학년 시절 한 친구가 여자 친구로부터 결별을 통보받았다. 그 커플은 여자 측의 필요에 의해 급조되었고 남자 측의 입장에서는 얌전히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지가 좋다고 쫓아다니기에 사귐을 허락해주었더니' 어느 순간 태도를 돌변한 억울한 상황이었다. 일찍이 시골의 초등학교에서 '국민교육헌장'을 온전히 암송하는 '천재성'을 보였던 순진한 내 친구는 대입을 앞두고 학업에 매진하고 있었다. 내 친구라서 하는 말은 아닌데 그 아이는 당시까지 이성교제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 완전무결한 모태솔로를 지켜나가고 있었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보다 이 책이 더 재미난 이유를 잠시 생각해봤다. '30년 만에 완간된 恨의 민중사'라는 부제를 달고 나왔다고 해서 온통 가슴을 저리게 하는 슬픈 백성들의 이야기만 꽉 차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책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독특한 서사와 전설 그리고 경상도 출신인 필자에게도 착착 감기는 전라도 토속어가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